3년 뒤 월급의 7.39% 전망… 건강보험료 더 떼면 더 보장해줄까
국회예산처·건보공단·건보노조
모두 건강보험 재정 고갈 전망
만약 국고보조금제 폐기된다면
보험료율 17% 이상까지 갈 수도
보장 혜택은 되레 줄어들 수 있어
우리는 건강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되는 순간부터 사망할 때까지 '건강보험료'를 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건강보험료를 일종의 세금으로 인식하기도 하죠. 문제는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이 조금씩 나빠지면서 개인이 내야할 보험료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건강보험의 보장범위가 더 넓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쉽게 풀어보는 건강보험 ➏편에선 그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지금의 건강보험료 지출 구조로는 (제도가) 10년, 20년도 못 갈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를 연구해온 한 전문가의 말입니다. 그의 단호한 한마디엔 '건강보험 위기'를 둘러싼 우려와 불안이 담겨 있습니다.
전문가의 '보수적' 시선쯤으로 받아들이기엔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여기저기서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것'이란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재정을 연구하는 국회예산정책처(이하 국회예산처)의 분석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쉽게 풀어보는 건강보험 ➎편(MZ세대 앞 건보료 폭탄과 불안한 뇌관)에서 살펴봤듯, 국회예산처는 2024년 건강보험 적립금이 모두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울러 적립금 소진을 방지하려면 2028년까지 보험료율을 8.65%로 올려야 한다고 계산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에 '구멍'이 생기지 않으려면, 결국 우리가 지금보다 더 많은 보혐료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달리 해석하면, 현재 보험료 수입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MZ세대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다른 논거도 있습니다.
■ 전망➋ 건보공단 = MZ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추론의 두번째 근거는 2022년 9월 건보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통계 자료입니다.
건보공단은 보험료 수입과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지원율(14.40%), 수가인상률(2.09%)에 변동이 없다는 전제하에 건강보험 재정을 전망했습니다. 여기서 정부지원율은 건보공단의 총수입 중 국고지원금과 건강증진기금의 비중을, 수가인상률은 의료서비스 비용의 증가율을 말합니다.
건보공단의 전망에 따르면, 2022년까지 흑자(1조원)를 유지하던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23년부터 적자(1조1513억원)를 내기 시작해 2026년엔 적자폭이 5조7371억원까지 커집니다.
그 기간, 건보공단의 적립금은 10조6224억원(2023년 20조655억원→2026년 9조4431억원) 쪼그라듭니다. 당시 건보공단은 "9조4000억원은 한달치 급여비(보험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밝혔습니다. 달리 해석하면, 지금으로부터 4년 후인 20 27년엔 건보공단의 적립금이 모두 바닥나 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여기서 하나 더 주목할 점은 보험료율 상승입니다. 2023~2026년 건강보험의 수지와 적립금이 줄어든다는 전망치엔 '보험료율 매년 1.49% 인상'이란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건보공단이 2022년 6.99%였던 보험료율이 2026년 7.39%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제로 미래 시나리오를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보험료율을 인상해도 적립금 고갈은 피할 수 없다는 비관적 미래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지금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도 정작 보험 혜택은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실제 결과는 건보공단의 예측보단 사정이 좀 더 나았다는 점입니다. 2022년 건보공단의 재정수지는 3조6291억원의 흑자를 냈습니다. 적립금은 23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20조2000억원)보다 3조7000억원 늘어났죠.
■전망➌ 건보노조 =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일단 올해 보험료율이 건보공단의 전망대로 0.1%포인트 올랐습니다. 4월 현재 직장인들은 월급의 7.09%를 보험료로 내고 있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이 본격 시행(2000년)된 이후 가장 높은 보험료율입니다.
아울러 올해 건보공단은 아찔한 고비를 넘겨야 했습니다. 하마터면 갑작스럽게 보험료를 인상해야 할 뻔했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 국고보조금제를 두고 정치권이 줄다리기를 한 탓입니다.
국고보조금제는 주기적으로 제도의 일몰 여부를 결정합니다. 지금까지는 5년씩 일몰 시점을 미뤄왔는데, 올해는 제도를 또한번 연장하느냐 아예 항구화하느냐를 두고 정부와 야당이 이견을 보였습니다.
정부와 국회의 합의 시점이 늦어지면서 법률 공백이 생기자,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하 건보노조)이 나섰습니다. 건보노조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 따른 정부 지원 규정에도 역대 모든 정부가 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과소 지원'의 위험성을 꼬집었습니다.
이를테면 건보노조는 국고보조금 없이 순수 보험료 수입만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운영할 경우 보험료율이 17.8%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건보노조 관계자는 "이는 과거 3개년 실적값을 기준으로 정부의 (국고보조금) 미지급을 가정해서 보험료율을 산출한 결과"라면서 "추정치엔 인구 고령화, 환산지수(의료행위별 표준 단가) 인상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ㆍ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보공단의 산출식에 따르면 국고보조금이 사라질 경우 MZ세대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건보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건데, 가능성이 제로인 것은 아닙니다. 지난 3월 가까스로 국고보조금제 연장안이 확정됐지만, 앞으로 5년 뒤에는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장담할 수 없어서입니다.
만약 국고보조금제가 일몰되면 건보노조의 주장대로 우리 코앞에 보험료 급등 현상이 닥쳐올지도 모를 일이죠.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런 대비도 없이 보험료 폭탄을 맞는 수밖에 없을까요?
이 질문의 답은 정부가 쥐고 있습니다.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고 보장성은 극대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균형잡힌 정책의 틀을 잡기보다, 건보공단의 '지출'을 줄이는 데에만 집중하는 듯합니다. 이 내용은 쉽게 풀어보는 건강보험 마지막 편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