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끼’ 허성태 “첫 주연작, 극도로 부담감 느낀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미끼’(극본 김진욱, 연출 김홍선)는 사상 최악의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죽음 뒤로 숨어버린 ‘그 놈’ 노상천(허성태 분)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1월 파트1이 공개된데 이어 지난 7일 파트2가 공개됐다.
허성태는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다단계형 금융 사기)를 벌인 후 법망을 뚫고 중국으로 도피한 노상천 역을 맡았다. 노상천이 2015년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 됐으나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던 변호사 출신 형사 구도한(장근석 분)이 노상천 사건에 의구심을 품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허성태는 “완전히 다른 장소와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극의 흐름에 따라 그 사이가 가까워진다. (시간선이 뒤죽박죽인 가운데) 깔끔하게 정리한 작가님의 글이 놀라웠다”며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노상천의 인생을 오랜 시간에 걸쳐 연기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내가 어떻게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설레더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미끼’는 배우 허성태의 드라마 첫 주연작이다. 허성태는 “부담감을 극도로 많이 느낀다”면서 “시즌1 (공개)때는 지금처럼 크게 느끼진 않았고, 촬영할 때도 감독님이 다 열어주고 자유롭게 촬영하도록 도와주셔서 그런 부담감을 잊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너무 많이 느끼고 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저예산 영화에선 주연을 해봤지만, 이렇게 큰 OTT 작품에서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는데 기분이 남다르다”며 감격스러운 마음도 드러냈다.
첫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나간 허성태는 작품을 통해 ‘변주’를 주려고 노력했단다. 허성태는 “배우로서 한 인물의 변화를 어떻게 잘 표현할지 고민했다. 노상천은 그걸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었다는 점이 큰 매력이더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중점에 두고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미끼’는 시간의 흐름대로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간선이 뒤섞여있다. 허성태는 “정신이 없었다”면서 “분장과 의상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촬영도 시간을 오가며 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긴 시간 속 중간 정도 시점에서 첫 촬영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줄지 고민했는데 분장과 의상을 정말 많이 바꾸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의상에 따라 시대의 변화를 느끼면서 연기를 했는데 분장과 의상이 중요하다는걸 피부로 많이 느꼈어요.”
시즌2에서는 시즌1의 복선을 회수한다. 가장 큰 궁금증은 바로 노상천의 생사여부였다. 허성태는 “배우들이 뒷내용을 다 모르고 찍었다. 저도 결론은 모른채 촬영했다. 장면에 집중해서 촬영하다보면 노상천이 죽었는지 여부는 (연기를 준비하는데)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내용을 아는) 감독님이 현장에서 연기의 강약을 조절해줬다”며 “마지막회 대본은 끝까지 오픈을 안해줘서 저도 궁금증을 가진채로 말미까지 촬영했다”고 밝혔다.
장근석과 호흡은 어땠을까. 허성태는 “제가 일반인이던 시절, 장근석이 아역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TV 로 봤는데 상남자가 되었더라. 그런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난게 신선하고 놀랍고, 연기하는 맛이 나더라. 의미가 남달랐다. 내가 장근석과 함께 연기한다는게 신기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카지노’는 비중이 많지도 않고 짧은 기간에 촬영했다. 사실 최민식과 함께 출연하는 것이라 ‘카지노’는 안할 수 없었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 중 80%가 최민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처음으로 배우 오디션을 볼 때 했던 연기가 최민식 연기였다.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은 짧았지만 영광스러웠다. ‘영광스럽다’는 말 외엔 뭐라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함께 할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행복했다”고 최민식에 대한 찐 팬심을 드러냈다.
허성태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고요의 바다’,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에 이어 쿠팡플레이 ‘미끼’까지 국내 유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작품을 섭렵했다. 허성태는 “OTT 도장깨기를 하는 느낌”이라며 “내 운이 억세게 좋은 것 같다. 저를 잘 활용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허성태는 악역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왔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장덕수, ‘카지노’ 서태석, 영화 ‘범죄도시’ 독사, ‘밍정’ 하일수 등 시선을 사로잡는 악역으로 ‘믿고 보는’ 연기력을 뽐낸 것. 이미지가 굳는 것을 우려해 연달아 악역을 하는 것을 기피하는 배우들도 많다. 이런 가운데 허성태가 꾸준히 악역을 하는 이유는 뭘까.
허성태는 “이미지가 굳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 커리어만 따졌다면 악역은 다 안했을 것”이라면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내가 이 작품에 도움이 될까?’다. 내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면 출연하지 않는다. 나를 써주시는 감독님들을 보면서 (악역, 선역을 떠나) 연기만 열심히 준비하면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악역을 여러차례 하다보니 어떻게 다르게 할 지가 매번 고민이다. 제가 부족해서 작품마다 100% 다르게 하진 못했다. 이건 영원한 숙제다. 노상천은 조폭이 아니고 이미지가 중요한 사람이라 걸을 때도 세련되고 멋있게 걸으려고 했다. 독사를 연기할 때는 껄렁거리는 자세를 보여주는 등 그런 미세한 차이가 연기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나오더라”고 설명했다.
허성태는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대기업 엘리트 사원 출신이다. 그동안 쌓아온 모든걸 포기하고 연기에 뛰어든 것. 허성태는 과거를 회상하며 “되게 바르게 다녔다. 아주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며 “오디션 프로그램(SBS ‘기적의 오디션’)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모한 결정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현실과 카메라 앞 온도차는 어쩔 수 없다. 원래는 수다스럽고 그런 사람”이라며 “독하거나 악한 텐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걸 카메라 앞에서 배우로서, 합법적으로 (표출하는) 일을 하는거다. (영화 속 악역의 모습처럼) 평소에도 그러고 다니면 이상한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허성태는 연기 뿐 아니라 뛰어난 예능감으로도 주목 받았다. 지난해 공개된 쿠팡플레이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2’에 호스트로 출연해 다양한 끼를 발산한 것. 특히 수준급 실력의 ‘코카인 댄스’가 화제를 모으며 SNS 스타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허성태는 “예전에 ‘기적의 오디션’에 출연하려고 춤 연습을 좀 했다. 그게 몸에 뱄나보더라. 그때 연습한 웨이브를 몸이 기억하더라. 나도 모르게 했다”며 “왜 인기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더라. 그게 왜 섹시하다고 하는지 나는 이유를 모르겠더라. (지인들에게) 댓글도 보지 말라고 했다. 나한테 왜 이러나 싶었다. 매니저에게도 물어봤는데 모르겠다더라. 너무 더러워보였다. 아내도 웃더라”고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허성태는 오는 23일 tvN에서 첫 방송되는 예능프로그램 ‘부산촌놈 in 시드니’에도 출연한다. 그는 “워킹 홀리데이를 하는 콘셉트인데 새벽 3시~4시에 일어나서 출근한다. 멤버들이 너무 좋아서 웃으면서 시작해 웃고 끝났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예능감이 넘치는 허성태이지만 예능 욕심을 내지 않는단다.
“예능은 정말 제겐 과분합니다. 예능인분들은 순발력이 좋고 머리가 좋은 분들이더라고요. 저는 그 속도를 못따라갑니다. 전 이야기를 하면서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파악이 안되는데 예능인분들은 아이디어가 술술 나오더라고요.”
오디션을 통해 연예계에 입문한지 13년, 돌아보면 어떨까. 허성태는 “어머니랑 항상 하는 이야기가 ‘천만다행’이라는 것”이라며 “제가 운이 좋은 것 같다. 이제 순리대로 연기하면서 살면 더 바랄 것도 없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허성태는 “악역 외 다른 역할에 목말라하진 않는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나 ‘히트맨’, ‘블랙머니’ 같은 작품에서 슈트 입고 고위급을 연기해보기도 했고, 뇌섹미로는 사실 노상천이 최고 아닌가. 잔머리 잘굴리고 머리는 제일 좋은 캐릭터”라며 ‘미끼’ 속 노상천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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