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이러다 다 죽는다. 늦었지만 신뢰 회복해야”
2018년~2021년 3월 중고차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 455건
중고차 업계의 고질적 문제는 여전하다. 가격을 속인 허위 매물을 시작으로 수리 이력을 누락하거나 침수 차를 수리해 판매하는 등 과거부터 지적된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8일 세계일보와 만난 A씨도 이같은 속임수에 속아 넘어갈 뻔했다고 털어놨다.
기혼 직장인 A씨는 아이가 태어나 기존에 타던 차(세단)를 팔고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으로 바꾸기 위해 최근 중고차 매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매장 방문에 앞서 전화로 가격을 확인했다. A씨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에서 본 가격보다 약 100만원 저렴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른바 미끼 매물인 것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렸다. 중고차 딜러는 “방금 차가 팔렸다”면서 A씨가 계획한 예산보다 비싼 차량을 보여줬다고 한다.
A씨는 “앱이나 온라인 경매 등이 활성화한 요즘도 이런 수법을 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그나마 다행인 건 강매는 하지 않은 것”이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A씨의 사례는 “업계에서 통상적인 것”이라고 한다. 이에 소비자 피해 사례에도 잡히지 않는다는 게 현직 중고차 딜러 B씨의 설명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의 문제는 지금도 이어져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접수된 중고차 관련 소비자피해 사례는 455건에 달한다.
세부 사항을 보면 차량 성능·상태 불량이 207건(45.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고정보 및 침수차량 고지 미흡 52건(11.3%), 정보상이(주행거리·연식·모델 등) 11건(2.4%), 기타(각종 민원성 불만) 등이었다.
중고차 딜러들은 신뢰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앞선 7일 세계일보와 만난 중고차 매매상 B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모든 중고차 딜러들이 나쁜 건 아니다”라며 “다른 업계에서도 그렇듯 일부의 문제가 전체로 확산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업계의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양심적인 딜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앞두고 더 커졌다고 B씨는 주장한다.
분위기 전환은 대기업 진출 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예컨대 현대기아차의 경우 전문 엔지니어를 비롯해 차량을 직접 만드는 기업이다 보니 같은 중고차라도 차량 성능 면에서 더 높은 수준을 나타낼 수 있다.
차는 안전과 직결된 것이기에 단순 싸다고 해서 구매할 소비자는 얼마 없을 것이다.
중고차 딜러들도 이같은 점을 우려한다. 판매가는 수익을 조금 줄여서라도 낮출 수 있지만 차량의 품질 면에서는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특히 많은 소비자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신뢰도’도 이들에겐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간 언론을 통해 업계의 문제가 많이 지적됐지만 변화는 없고, 이에 소비자 인식도 싸늘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B씨는 “대기업이 진출한다고 해서 중고차 매매단지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같은 값이면 어디서 차를 구매할까’라고 생각해보면 답은 (대기업 중고차로) 정해져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앱을 통한 중고차 거래도 활발한 상황”이라며 “중고차 업계에서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늦었지만 신뢰 회복해야 한다. 이러다 다 죽는다. 가격 경쟁만으로 거대 자본(대기업)을 이길 순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연맹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6%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봤는데 이 중 34%는 성능 신뢰성을, 33%는 미끼 매물 감소를 대기업 진출이 긍정적인 이유로 꼽았다.
또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총 등록 대수 380만2454대 가운데 123만9031대(32.6%)가 개인간 거래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된다.
이에 B씨는 “중고차 업계에서는 위기감마저 감돈다”고 했다. 그는 “(본인을 포함한) 중고차 딜러들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한다”면서도 “모두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중고차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고차 이커머스 플랫폼 ‘핸들’은 허위매물 등록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실매물 검증 시스템’으로 특허(등록번호: 10-2509255)를 취득했다.
기업 안인성 대표 이사는 “허위매물 등록을 방지하기 위해 실매물만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특허까지 취득하게 됐다”며 “기술력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쉽고 편리한 중고차 구매 경험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투명한 중고차 거래 문화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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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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