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공범 6명···남은 의혹은?
‘P코인’ 관련 원한이 살인 청부 동기
6명 이외의 또 다른 인물은 없나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부부가 검거되면서 주요 용의자들이 사실상 모두 붙잡혔다. 경찰은 8일 오전 8시 20분께 황 모 씨를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추가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0시 57분께 남편인 유 모 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유·황 부부가 이경우(36)에게 4000만 원을 건넸고, 범행 직후 두 차례 만나 60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한 점 등을 토대로 이들 부부가 살인을 청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황 부부가 어떤 이유로 강도살인을 교사했는지, 이들 부부 이외에 또 다른 관련자는 없는지 등의 의혹이 남았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께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 중이던 피해자를 차량으로 납치해 30일 대전에서 살해하고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 당일, 피해자는 귀가하는 차량에서 11시 43분께 하차했다. 피해자가 차에서 내린 지 단 3분 만에 납치가 의심된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납치범 연지호(30·무직)와 황대한(36·주류회사 직원)은 강하게 저항하는 피해자를 범행 차량에 실어 가상화폐를 탈취하려 시도하고 살해했다.
납치를 주도한 두 사람은 이경우(36)에게서 피해자를 지목 받아 범행 2~3개월부터 피해자를 미행하는 등 철저하게 범행을 계획해 왔다. 이들은 모두 돈으로 얽혀있다. 이경우와 황대한은 대학 동창 사이이고, 연지호는 배달 대행일을 하며 알게 된 황대한이 채무를 갚아주겠다고 제안해 범행에 참여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이후 체포된 황대한은 “이경우가 공범 유 씨에게 4000만 원을 받았단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고 해당 착수금은 유 씨를 통해 실행범인 연지호와 황대한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황대한은 이경우에게 착수금 500만 원을 포함해 총 700만 원을 받았으며, 연지호는 황대한에게 차량 렌트 명목으로 약 196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혐의를 전면 부인해오던 주범 이경우가 입을 열면서 수사가 변곡점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경우가 범행을 자백했다고 8일 밝혔다.
이경우의 법률대리인은 유 모 씨가 입건되자 이경우의 법률대리인을 사임하고, 유 씨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됐다. 해당 변호사는 “재력가인 부부가 고작 1억 원 때문에 살인 청부할 이유가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경찰은 이경우의 진술을 토대로 부부와 이경우 사이 오고 간 4000만 원이 범행 착수금 성격이었는지, 실제로 부부가 살인을 청부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6일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일부 피의자가 송치되기 전 미리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고 전모를 명확히 규명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도록 철저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현재까지는 ‘P(퓨리에버)코인’의 시세조종 과정에서 생긴 투자자 간 원한이 사건의 발단으로 보인다. 유 씨 부부가 P코인 초기 공동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깨고 대량으로 물량을 서둘러 던지면서 시세가 급락했는데 피해자가 고소를 준비하며 관계가 악화됐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피해자 A 씨의 지인으로부터 입수한 유 씨 부인 황 씨의 육성을 녹음한 속기록에 따르면 황 씨는 블록딜을 통해 P코인을 2021년 초 대량 매도했다. 이 육성은 황 씨를 믿고 투자했다 손실을 입은 한 투자자가 녹음한 내용이다. 속기록에서 황 씨는 “블록딜을 통해 매도하라는 제안을 받아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세를 거의 다 안 떨구고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밑에서 받치기 때문”이라며 “재단에서 MM으로 받친다고 돈이 들어가는데 그게 내 돈”이라고 했다. 코인 업계에서는 시세 조작을 위한 자전 거래를 ‘마켓메이킹(MM)’이라고 부른다. P코인에 투자했던 한 투자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와 유 씨 부부는 P코인의 초기 투자자로 P코인이 코인 거래소인 코인원을 거쳐 빗썸에까지 상장한 후에 물량을 정리하기로 했다”며 “그럼에도 유 씨 부부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서둘러 대량으로 보유 물량을 던지면서 시세가 폭락해 피해자 A 씨 역시 피해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A 씨는 이 같은 속기록을 비롯해 P코인에 투자했다 실패한 사람들로부터 증거를 모아 유 씨 부부와 재단 대표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때문에 A 씨 유가족과 지인 등은 “A 씨가 사망해 이득을 볼 사람은 유 씨 부부와 재단”이라며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피해자는 재단과 부부에 의해 코인 가격이 하락했다는 주장을 사망 직전까지 펼쳐왔다. 피해자는 P코인 투자자들이 모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을 주도하며 황·유 부부와 재단에 대한 고소를 준비해왔다. 본지가 확보한 피해자의 단체 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는 “재단은 2021년 4~5월 코인을 털어먹었다”며 “코인원에서 MM치던 계정까지 다 확보해 시세 조종으로 새로 고소장을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P코인 상장 과정에서의 '뒷돈' 거래 의혹도 불거져 검찰이 수사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이승형 부장검사)는 2019∼2021년 P 코인 등 여러 국산 코인을 상장해주는 대가로 다수의 브로커에게서 약 10억원 상당의 현금과 코인을 수수한 혐의로 코인원 전 상장 담당 직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투자자들은 P 코인 발행사 대표 이 모 씨와 피해자 A씨, 유 씨 부부 등이 함께 코인 상장 이전부터 시세를 띄울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웠다고 주장한다. 한 P코인 투자자는 “21년 시세 조종 책임 공방 이후 대표 이 모씨와 부부, 피해자 A 씨 3자 간의 사이가 크게 틀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P 코인 발행사 측은 범죄와의 연관성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서 조만간 중요한 계약이 준비될 예정이다. 민감한 상황이기에 (범죄와) 연관성을 추측으로 이어가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발행사 대표는 출장을 이유로 동남아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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