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폐지’ 요구하는 일본 변호사들, 왜?

신민정 2023. 4. 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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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변회 ‘사형폐지 검토 프로젝트팀’
에무라 토모요시 변호사 인터뷰
2008년 6월8일 일본 도쿄 한복판 아키하바라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벌어진 ‘무차별 흉기 살해’ 현장에서 지나가던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긴급 구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2022년 7월26일 일본 법무성은 ‘아키하바라 묻지 마 살인사건’의 범인 가토 도모히로에게 사형을 집행했다. 도쿄 아키하바라역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7명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2015년 2월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지 7년 반만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00명이 넘는 사형수 중에서 왜 가토에게 형을 집행했는지, 왜 이 시점에 이뤄진 것인지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일본 오사카변호사회(오사카변회)는 가토 사형 뒤 성명을 내 “사형집행에 강력히 항의하며, 사형집행을 중지하고 사형에 관한 정보를 널리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오사카변회는 일본 변호사 단체 중에서도 사형제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2003년 9월부터 사형집행이 있을 때마다 회장 명의의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12년 7월에는 ‘사형폐지 검토 프로젝트팀’을 설치해 사형폐지와 대체형벌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이 팀의 좌장인 에무라 토모요시(56) 변호사는 지난 1월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사형제 폐지와 피해자 지원은 모두 중요한 인권 과제”라고 말했다.

에무라 토모요시 변호사

에무라 변호사는 일본 변호사들이 단체로 사형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사형이 확정된 사건에서도 ‘엔자이’(누명)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48~1955년 살인죄로 4명이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1983~1989년 재심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그후 일본 변호사들 사이에서 사형제 폐지가 본격적으로 논의됐고, 폐지 의견이 모였다. 2016년 10월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련)는 “사형제 폐지를 포함한 형벌제도 전체의 개혁을 요구한다”는 선언문을 공식 발표하기에 이른다. 에무라 변호사는 “사형제 폐지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입장도 존재하지만, 변호사 다수는 사형제 폐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의 반발에도 일본에서는 꾸준히 사형집행이 이뤄진다. 2013~2022년 통계를 보면, 일본 정부는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적게는 1명, 많게는 15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재심을 청구한 상태였는데도 형 집행이 이뤄져 국제사회의 비판이 일기도 했다. 에무라 변호사는 “정부는 사형집행 이유를 밝히지 않지만, 개인적 생각으로는 정부가 사형을 ‘치안유지를 위한 최대 장치’라 보는 듯하다. 사형집행으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일본 변호사들과 달리 일본 국민의 인식은 여전히 ‘사형제 유지’가 다수다. 일본 정부가 실시한 2019년 11월 여론조사를 보면, ‘사형은 부득이하다’는 응답이 80.8%,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9.0%로 유지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유사하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9%가 사형제 유지를, 23%가 폐지 의견을 냈다.

에무라 변호사는 “사형제 존폐를 단순 다수결로 결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형제 존폐에 대해 국민적 논의는 필수지만, ‘여론 다수가 사형을 용인한다’는 것을 근거로 사형을 존치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사형제 유지 여부는 곧 인권의 문제로, 다수결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실제로 사형을 폐지한 나라를 보면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이 다수가 아니었음에도 정치적 결단으로 사형제 폐지나 집행 정지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사형제를 폐지하는 대신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한 지원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에무라 변호사는 “사형제를 존속하는 것이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도,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인권 과제”라며 “모든 범죄 피해자와 유족은 피해를 본 때로부터 다시 평온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필요한 지원 등을 끊임없이 받아야 한다. 이는 변호사회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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