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애정하는 화장품은? [우리가 몰랐던 북한]
[우리가 몰랐던 북한 시즌2-40]
그중 하나가 한국에서 쓰는 마스크팩을 북한에서는 ‘미안막’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스크팩을 찍은 이미지를 보면 한국제품과 유사한 포장지에 ‘맑고 투명한 피부를 위한 미안막’이라고 쓰여있었다. 주변 북한 출신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자기들이 북한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미안막’은 없었다며 처음 듣는 단어에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인들 대부분은 북한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으니 북한 화장품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봄향기’ 화장품이나 평양화장품공장의 ‘은하수’가 북한의 대표적인 화장품 브랜드이다. 이외에도 개성고려인삼화장품을 비롯하여 ‘천연원료에 의거한 기능성 화장품’을 계속하여 개발하고 있으며 조선중앙TV를 통해 북한에서 생산하는 화장품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한다.
북한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이다 보니 가끔 낯선 화장품 용어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스킨은 ‘살결물’, 파운데이션은 ‘삐아스’, 립스틱은 ‘구홍’ 또는 ‘연지’라고 부른다. 북한 방송에 소개된 일화를 보면 평양화장품공장을 찾은 김정은이 공장에서 생산한 ‘살결물’을 직접 써보았으나 사용 이후 상쾌한 감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화장품의 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만 보면 북한 화장품이 주민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주민들은 북한 화장품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증언들이 많다. ‘봄향기’나 ‘은하수’ 제품들은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지방의 시장이나 상점들에서 유통되는 상품은 정품보다 가짜가 더 많다고 한다. 실제 북한 출신들 중에는 북한에 있을 때 부모님들이 화장품을 제조하여 전국으로 유통하는 일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중국제품을 사용하거나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한국산 제품을 찾게 된다. 여러 지인들에게 북한에서 어떤 화장품을 사용했는지 물어본 결과 북한 제품을 사용했다고 답하는 이는 한 명뿐이었다. 필자 또한 북한에서 중학생이었던 어느 날부터인가 밖에 나갈 때는 피부를 보호할 수 있도록 화장품을 발라야 한다고 하면서 어른들이 챙겨주었는데 그때 대부분의 제품은 중국산이나 한국산이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생산하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화장품들은 과연 누가 쓰는 것일까? 가끔 대회 참가를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화장품 세트를 선물하거나 여성 군인들 또는 대표적인 공장의 노동자들 등 선택된 소수의 집단에 선물로 보급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군인들에게 ‘봄향기’와 같은 북한 화장품을 보급품으로 나눠주었다고 한다. 많은 군인들이 선물 받은 화장품을 시장 상인들에 되팔아 저렴한 화장품을 다시 사거나 필요한 현금을 만든다는 것이다. 연구에는 군인들만 언급되었지만, 군인뿐만 아니라 대회 참가자들, 노동자들 또한 선물 받은 화장품 세트를 시장 상인에게 넘기기는 마찬가지이다.
먹고살기도 힘든 북한에서 과연 화장품에 신경이나 쓸 수 있을지 의문일 수도 있으나 북한의 여성들 또한 점점 더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화장품의 성분이나 효과, 가격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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