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김기현의 ‘연포탕’, 매운맛? 순한맛?

방준원 2023. 4. 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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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포용, 통합의 의미인 연포탕을맛있게 끓여서 국민 밥상에 내어놓겠다.
<2023년 1월 1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연대·포용·탕평. 이 '연포탕정치'를 통해서 당의 화학적 대통합을 이루어 내겠습니다.
<2023년 1월 19일 김기현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 간의 갈등을 중재하던 모습입니다.

당무를 이탈해 지방에 머무르던 이준석 대표를 찾아 윤석열 후보가 울산으로 내려갔고, 그 화합의 순간에 함께 했던 사람이 바로 김기현 대표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가 내걸었던 구호도 바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었습니다.

당원들도 적극 호응해 당원투표 100%였던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52.9%라는 과반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에 선출됐습니다.

이제 김기현 대표가 선출된 지 꼭 한 달이 지난 지금, 김 대표의 연포탕은 어떻게 끓여지고 있을까요?

■ "연포탕? 용산탕?"

김기현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친윤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향후 당직 인선에서 친윤계 의원들이 대거 포진할 거라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는데, 김 대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인물 등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잘 해 나가서 내년 총선을 이길 수 있는 그런 분을 제가 잘 삼고초려해서라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3월 8일)

하지만 실제 당직 인선 결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당의 살림은 물론, 내년 총선에서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게 될 사무총장에는 친윤 핵심 재선의 이철규 의원을, 전략기획 부총장에는 친윤계 초선 박성민 의원, 조직부총장에도 역시 친윤계인 초선 배현진 의원이 임명됐습니다.

'친윤계'를 전면 배치하면서 '당정 일체'를 재확인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당내에선 "우리 당에 비윤이 어디 있나"며 친윤 일색 지도부에 선을 긋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최고위원에 이어 당 대표가 인선하는 주요 당직자에도 친윤계가 자리하면서 '연포탕'이 아닌 '용산탕'이라는 비아냥도 나왔습니다.

■ 김기현 대표를 가리는 최고위원들의 말실수

인사보다 더 크게 두드러진 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함께 지도부에 입성한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말실수'였는데, 최다득표자였던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이 시작이었습니다.

"(5·18 정신 헌법 수록은)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한다."(3월 12일)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3월 25일)
" 4·3 기념일은 (광복절, 삼일절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4월 4일)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말해 한 차례 논란이 됐던 태영호 최고위원도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 요구에 대해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말해 다시 한번 제주 4·3 사건 유족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남는 쌀 소비 촉진 수단으로 '밥 한 공기 다 먹기'를 언급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습니다.

결국, 김기현 대표는 취임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공개 사과에 나섰습니다.

지난 6일 최고위에서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우리 당의 개혁 의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 같아 국민·당원께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 "김기현만의 강한 리더십 필요"

김기현 대표는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정통이라 부를 수 있는 첫 당 대표입니다.

전임 이준석 대표는 야당 시절 당 대표였고, 이후에는 비대위 체제로 당이 운영돼 왔기 때문입니다.

당내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이런 정통성을 인식하고 강한 리더십으로 ' 당 대표로서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표적인데 어제(7일) KBS 라디오에서 "선출 과정에서 용산 대통령실에 뭐 하고, '친윤'의 지원을 받았다 치더라도 선출되는 순간 당 대표로서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며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그렇게 해서 무슨 당 대표를 하시겠다고 그러는지, 내가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원내 한 관계자는 "지금 당내 기강이 조금 그렇다"며 "문제는 이런 (말실수) 같은 것이 축적될 수 있다는 것이고, 시민 중 누군가는 이런 걸 하나씩 기억해 내년 총선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걱정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 "다들 긴장해야....저부터 긴장하고 원칙대로 할 것"

그래서일까요? 김 대표는 자신의 취임 1달을 꼭 하루 앞두고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서 작심하고 최근 당의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부끄럽게도 당 지도부에서 최근 설화 논란이 생겨 대단히 안타깝다. 지도부의 언행이 부적절해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셨다. 우리 모두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할 때이다"
(4월 7일)

또 "자신부터 긴장하고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원칙대로 다 하겠으니 다들 긴장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심기일전해 다시 한번 선당후사의 정신을 되새겨달라"고도 했습니다.

당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축하의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무거운 어조로 강하게 당의 분위기 다잡기에 나선 겁니다.

마치 지금까지가 순한 맛 연포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매운맛 연포탕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보였습니다.

매움의 강도가 얼마나 높아질지, 다시 순한 맛으로 돌아올지는 이제 오롯이 연포탕 요리사인 김 대표에게 달렸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방준원 기자 (pcb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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