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백패킹,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 백패킹 1세대 정샘 씨의 건강법[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2023. 4. 8. 1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회사원 정샘 씨(45)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백패킹(Backpacking)을 즐겼다. 오프로드 드라이브와 캠핑을 즐기다 등에 짐을 지고 아무도 없는 오지를 찾아 조용히 혼자 즐기고 오면 날아갈 듯 몸이 달라져 있었다. “당시에는 백패킹이란 말이 생소할 때였다”고 했다. 그가 백패킹 1세대다.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백패킹은 야영 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산과 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도보 배낭여행이다. 배낭, 침낭, 텐트, 음식, 조리기구 등 1박 이상의 야영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자신이 직접 챙겨야 한다.

정샘 씨가 지도를 보며 백패킹을 하고 있다. 정샘 씨 제공
“당시 야영과 비박, 캠핑 등 3가지는 유행했지만 백패킹이란 단어는 거의 쓰이지 않을 때였습니다. 배낭을 메고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으로 가서 새로운 환경에서 잠을 자고 그곳을 오롯이 느끼고 오면 에너지가 충전됐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온다는 느낌, 도시에서의 지친 삶을 완전히 털어낼 수 있어 좋았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의 주말은 언제나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 루틴이 됐다. 그는 “주말에 나만의 공간으로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중에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엔 카누 카약 백패킹도 시작했다. 경남 낙동강이나 강원 춘천호 등 호수나 강에서 카누나 카약을 타고 오지까지 간 뒤 백을 메고 산속으로 들어가서 즐기는 캠핑이다. 카누 카약 백패킹은 사람들이 미치지 못한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1인용, 2인용 카약을 사서 차에 싣고 다닌다.

정샘 씨가 트레일러닝을 하고 있다. 정샘 씨 제공
“국립공원 등 유명한 산에선 캠핑이나 백패킹을 할 수 없어 이름 모를 산으로 갑니다. 제가 인천에 살다 보니 경기권이나 강원권을 자주 갑니다. 하지만 전국에 좋은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정 씨는 백패킹을 즐기려면 주의해야 할 게 많다고 했다.

“입산 금지 구역은 절대 들어가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절대 자연을 훼손하면 안 되고 가지고 간 것은 다 가지고 나와야 합니다. 산불이 우려되는 곳에선 절대 음식을 해 먹어선 안 됩니다. 그럴 땐 조리된 식품을 가지고 가서 먹어야 합니다. 용변을 보고 휴지까지 버리고 오는 경우도 많은데 절대 그러면 안 됩니다. 휴지는 바로 썩지 않습니다.”

정샘 씨가 카누 카약 백패킹을 하고 있다. 정샘 씨 제공
정 씨가 플로깅(Plogging·스웨덴어 Plocka upp=줍다와 Jogga=조깅하다의 합성어)을 하는 이유다. 그는 어딜 가든 다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 온다. 그는 “나는 조그만 비닐 가방을 계속 모은다. 그리고 달리거나 백패킹하러 갈 때 끈에 묶어 어깨에 둘러메고 보이는 쓰레기를 줍는다. 백패킹하는 사람들이 자연을 더럽힌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고 했다.

백패킹은 보통 1박 2일이나 2박 3일 하는데 걷는 거리도 상당하다. 작게는 5~10km, 많이 걸을 땐 30~40km를 걷는다. 산길인 데다 짐을 메고 걷기 때문에 운동량이 상당하다. 정 씨는 “마라톤보다 힘들다”고 했다.

그는 백패킹용 백이 사이즈별로 6~7개 있다. 혼자 갈 때, 친구들이랑 오랜 기간 갈 때, 가지고 갈 짐의 양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다. 그가 주말마다 야외로 나가는 이유는 뭘까?

정샘 쌔가 쌓인 눈을 파내고 백패킹을 즐기고 있다. 정샘 씨 제공
“우리는 도시인이잖아요. 태어나서 도시에서만 살고 있잖아요. 회사원이 돼서도 모든 일을 도시에서 보고 있어요. 뭔가 색다른 게 없을까 찾다 보니 오프로드 드라이브였고 캠핑이었습니다. 일종의 돌파구였죠. 자연에 나가 술 마시고 노는 게 아니라 쉬면서 에너지를 충천하는 겁니다. 자연 속에 몸담고 있다가 오면 정말 날 듯이 몸이 가벼워집니다.”

정 씨가 가본 최고의 백패킹 장소는 울릉도라고 했다.

“지금까지 울릉도에 4번 정도 갔습니다. 특히 겨울이 좋아요. 울릉도는 눈이 와도 잘 녹지 않아요. 그래서 겹겹이 쌓이죠. 그럼 장소가 좋으면 눈 속에서 아늑하게 잘 수 있어요. 그 느낌 너무 좋아요.”

산과 바다와 육지를 그대로 볼 수 있는 동해안 해파랑길도 대한민국에서 백패킹하기 좋은 장소라고 했다.

정샘 씨가 트레일러닝을 하다 포즈를 취했다. 정샘 씨 제공
정 씨는 약 4년 전부터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도 시작했다. 트레일러닝대회를 개최하는 유지성 OSK(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대표(52)를 만나면서부터다.

“제가 산을 좋아하다 보니 유 대표님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습니다. 2020년 2월 강원 인제에서 열린 화이트트레일인제를 달렸죠. 산을 달린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그동안 걷기만 했는데…. 그때부터 산도 달리고 있습니다.”

정 씨는 대회출전보다는 운동 삼아 집 주변 산을 달리고 있다. 그는 “그즈음부터 시간만 나면 달리고 있다. 집에서 운동화 신고 나가서 무작정 달린다. 집이 인천 부평인데 인근 청라나 계양산까지 갔다 온다든지 다른 지역을 탐방하고 오는 게 즐겁다. 어디 출장 가서도 그 지역을 달려서 한 바퀴 돌면 그 지역을 더 잘 알게 된다”고 했다. 짧게는 5km, 길게는 20~30km를 달린다. 역시 대회 출전보다는 달리기를 즐기는 차원이다. 그는 목요일 저녁 서울 남산을 달리는 모임인 ‘찰스런’에서 뛰기도 한다. 그는 실내에서 하는 클라이밍도 즐기고 있다.

정샘 씨가 백패킹을 하다 프로깅으로 휴지를 줍고 있다. 정샘 씨 제공
대회에 자주 출전하진 않았지만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에는 출전하고 싶은 꿈이 있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UTMB출전”이라고 했다. UTMB는 유럽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171km(UTMB), 100km(CCC), 145km(TDS), 300km(PTL), 55km(OCC), 40km(MCC), 15km(ETC), 15km(YCC) 등 8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출전하려면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UTMB 포인트를 주는 국내외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차근차근 준비할 계획이다.

이렇게 백패킹과 운동을 즐기다 보니 아직 결혼할 틈이 없었다. 그는 “결혼은 꼭 할 것”이라며 “일에만 얽매이기보다는 즐기는 삶이 좋다.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정샘 씨가 백패킹을 떠나며 포즈를 취했다. 정샘 씨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