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씨’ 된 ‘시장님’…유동규가 몰고 온 이재명의 잔인한 4월[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김자현 기자 2023. 4. 8. 12:00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40화입니다. |
“(2009년 8월 성남시 리모델링 세미나에) 이재명 씨 쪽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초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서관 408호 법정에는 ‘이재명 씨’라는 다소 낯선 지칭어가 거듭 반복됐습니다. 이 말의 주인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 이날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문기 전 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3차 공판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 대표와 유 전 직무대리는 대장동 사건이 본격화된 2021년 9월 이후 이날 법정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이미 법정에 들어서기 전부터 “거짓말 좀 안했으면 한다”며 이 대표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내던 유 전 직무대리는 이날 이 대표 눈앞에서 ‘시장님’ 호칭까지 거둬들이며 더이상 우군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날 오후 7시경 재판이 끝날 때까지 약 5시간 동안 두 사람은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2009년을 전후로 오랜 인연을 시작했던 두 사람. 한때 유 전 직무대리는 “이 대표를 위해 분신까지 생각할 정도”로 이 대표를 위해 살았다고 했고, 이 대표 역시 스스로 유 전 직무대리를 “오랜 친분”, “가까운 사이” 라고 했던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날 법정에선 적이 돼 마주했습니다.
● “일반인 눈높이 뭘까” 공선법 재판 고심 깊어질 재판부
그전에 잠깐,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코너에 웬 공직선거법? 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서 간단히 설명드립니다. 이 대표가 재판을 받게 된 이유를 보면 결국 이 이 사건도 역시 대장동 사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지난 대선 국면에서 이 대표가 불리한 여론이 만들어질 것을 우려해 당시 대장동 사업의 핵심 관계자이던 김 전 처장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어떤 사람을 아는지 여부는 경험한 내용과 횟수로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5인방 사건을 비롯해 이 대표가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본류 사건과는 살짝 떨어진 사건이지만,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재판 결과는 매우 중요합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을 받아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을 뿐아니라,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 돼 차기 대통령 선거에도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재판은 초반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재판부의 고민이 매우 깊을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유사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의 경우 최대한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판단을 하려고 한다”면서도 “다만 현직 야당 대표에 대한 판단이라는 부담감과, 유죄라고 봤을 때 의원직 박탈의 기준이 되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내릴지 여부 등 양형 판단이 매우 고민스러울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벌금 90만 원’ 선고는 분명 유죄이지만, 직을 유지하게 된 의원들은 재판부에 연신 감사 인사를 한다고 하지요.
● 유동규 “친한 사람 데려오래서 김문기 호주 출장 동행”
유 전 직무대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31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서 김 전 처장이 “친한 사람을 데려오라”는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지시로 이재명 대표와 함께 호주 출장에 가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2015년 1월 출장을 앞둔 시점에 예정됐던 참석자 대신 김 전 처장으로 출장자가 바뀐 이유를 묻는 검찰 측 질의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정 전 실장이) 이재명 시장이 아무래도 불편해 할 거 같으니 친한 사람을 데려오라고 해서 참석자를 김 전 처장으로 변경했다. 쉬러 가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고, (그래서) 기밀을 요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이 대표측은 ‘호주 출장이 공무상 출장이어서 친분을 쌓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주장해왔는데, 당시 출장에 동행한 유 전 직무대리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증언을 내놓은 것입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또 김 전 처장이 2010년 3월에도 이 대표와 통화하는 사이였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시 분당에서 열린 리모델링 설명회에 성남시장 후보자이던 이 대표가 김 씨와 함께 참석했고 이때 김 전 처장이 유 전 직무대리에게 “이재명이랑 따로 통화한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또 호주 출장 당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수행비서 김모 씨 3명이서 따로 보트를 빌려 낚시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정 전 실장이 (이 대표에게) 바다낚시를 시켜드리라고 했다”며 “불특정 다수와 가면 가격이 싼데, 몇 명만 가면 시간 값을 다 내야 한다고 해서 3000불을 드렸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거듭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 측은 호주 해외출장에서 김 전 처장과 함께 골프를 치고 같이 찍은 사진이 여러 개 나온 사실에 대해 “패키지 여행을 가면 다른 참석자랑 하루종일 같이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지만 친해지진 않는다”며 “같은 프레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가까운 사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에 검찰은 “같이 출장을 간 공무원을 패키지 여행에서 처음 만난 사람처럼 대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골프를 친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사진 속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대화를 하거나 눈을 맞추고 있지 않아 친분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사진은 찰나의 결과물인 만큼 눈맞춤 사진이 없었다고 친분을 쌓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두 사람 사이좋게 손 맞잡고 찍은, 더 친밀감이 느껴지는 사진이 존재한다”고 맞섰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또 호주 출장 당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수행비서 김모 씨 3명이서 따로 보트를 빌려 낚시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정 전 실장이 (이 대표에게) 바다낚시를 시켜드리라고 했다”며 “불특정 다수와 가면 가격이 싼데, 몇 명만 가면 시간 값을 다 내야 한다고 해서 3000불을 드렸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거듭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 측은 호주 해외출장에서 김 전 처장과 함께 골프를 치고 같이 찍은 사진이 여러 개 나온 사실에 대해 “패키지 여행을 가면 다른 참석자랑 하루종일 같이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지만 친해지진 않는다”며 “같은 프레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가까운 사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에 검찰은 “같이 출장을 간 공무원을 패키지 여행에서 처음 만난 사람처럼 대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골프를 친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사진 속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대화를 하거나 눈을 맞추고 있지 않아 친분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사진은 찰나의 결과물인 만큼 눈맞춤 사진이 없었다고 친분을 쌓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두 사람 사이좋게 손 맞잡고 찍은, 더 친밀감이 느껴지는 사진이 존재한다”고 맞섰습니다.
이날 오전 법정에 출석하는 이 대표를 향해 날계란 2개가 날아들기도 했습니다. 계란은 이 대표에게 닿지 못하고 땅에 떨어졌지만, 경호원들이 방호판을 펼치고 흥분한 유튜버와 지지자등이 엉키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 ‘가짜’ 논쟁 벌어진 이재명 성남시장실 앞 CCTV
한편 지난달 29일 열린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한 ‘뇌물 수수 혐의’ 첫 재판에서는 검찰과 정 전실장 측의 ‘가짜 폐쇄회로(CC)TV’ 공방전이 벌어졌습니다. 문제의 CCTV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일 당시 “돈 봉투를 가져오거나 인사 청탁하는 사람이 많아 설치했다”며 홍보했던 그 CCTV입니다.
정 전 실장 측은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3, 2014년 자신의 사무실에서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현금 3000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뇌물을 받는 게 불가능한 구조였다”며 전면 부인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은 “당시 이재명 시장은 뇌물 들고 오는 이를 막기 위해 (시청 내)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를 설치했는데, 정 전 실장 사무실은 시장실 앞 열린 공간에 있었다”는 근거를 댔습니다.
반면 검찰은 “성남시청 비서실 안의 CCTV는 가짜”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전 실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함께 기소된 유 전 직무대리 역시 같은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청 업무실에 있던 CCTV는 연결도, 녹화도 안 되던 가짜”라며 “당시 (이재명) 시장도, 정 전 실장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정 전 실장측의 변호인 역시 이달 4일 법정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CCTV와 관련해 “검찰이 말하는 (가짜 CCTV 관련) 진술자는 2019년 근무하던 이로, 이 대표가 성남시를 나온 후”라고 반박하는 등 적극적인 장외 여론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변호인은 또 “2011년과 2016년 관련 영상을 보면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 ‘모형’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7일 이어진 정 전 실장의 뇌물 혐의 공판에서 “정 전 실장 배우자에게 정체 불명의 현금이 수억 원 장기간 입금된 내역이 있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정 전 실장 부부가 산 아파트 분양대금이 뇌물에서 나왔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정 전 실장 측은 “출처 없는 돈으로 중도금 잔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며 “아파트 분양대금의 주된 출처는 해지한 적금과 아파트 전세 계약금 등으로 지극히 일반적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배우자 통장에 입금된 정체불명의) 일부 자금이 해지한 예금에 들어갔다”며 “종전 전셋집 전세자금을 현금으로 변제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변제했는지가 요지”라고 반박했습니다.
● 보석 신청한 김만배, 檢 “유동규 회유 등 증거인멸 우려” 반발
대장동 관련 재판 국면이 장기화 되면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의 ‘보석’ 신청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석은 일정한 보증금을 받고 구속된 피고인을 조건부 석방하는 제도입니다.
대장동 개발수익 390억 원을 은닉한 혐의로 올해 2월 다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김만배 씨는 지난달 31일 보석을 신청했습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 단독 김상일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보석심문에서 김 씨 측은 “범죄수익 은닉은 객관적 증거가 모두 나와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김 씨가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유 전 직무대리에게 ‘1억 원을 주겠다. 증언을 잘해달라’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밝히는 등 김 씨의 증거인멸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구속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또 “김 씨는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를 통해 지난해 7월 20일 증인으로 출석한 곽병채(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씨의 증언 연습을 시키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씨뿐 아니라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각각 구속기소된 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도 다음달 초와 6월 초 구속기간(6개월) 만료를 앞두고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정 전 실장의 보석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7일 재판에서 “사건 다수 관련자가 증거 인멸과 자해를 시도했다”며 보석 여부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만기 석방을 하면 증거 인멸 상황이 더 쉽게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허가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시점과 조건을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보석을 허가할 경우 이동 반경을 제한하는 등 조건을 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장동 5인방의 재판은 아직 재판부 변동에 따른 기록갱신절차를 이어가고있습니다. 1년치 증언 등에 대한 녹취를 다 들어야하다보니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데, 이달 말 쯤에는 재판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14일에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위반 4차 공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진상 전 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등 재판이 이달 11, 14, 18일에, 김용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은 13일과 20일에 각각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 씨뿐 아니라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각각 구속기소된 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도 다음달 초와 6월 초 구속기간(6개월) 만료를 앞두고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정 전 실장의 보석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7일 재판에서 “사건 다수 관련자가 증거 인멸과 자해를 시도했다”며 보석 여부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만기 석방을 하면 증거 인멸 상황이 더 쉽게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허가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시점과 조건을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보석을 허가할 경우 이동 반경을 제한하는 등 조건을 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장동 5인방의 재판은 아직 재판부 변동에 따른 기록갱신절차를 이어가고있습니다. 1년치 증언 등에 대한 녹취를 다 들어야하다보니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데, 이달 말 쯤에는 재판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14일에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위반 4차 공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진상 전 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등 재판이 이달 11, 14, 18일에, 김용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은 13일과 20일에 각각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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