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초졸 도전' 여든 어머니…학교 적응 못한 13살도 '검정고시장'에

유민주 기자 2023. 4. 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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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용강중학교의 교내 정원에서 만난 이모씨(40·남)가 겸연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학교 정문 앞에서 주차 안내를 하던 경비원 A씨는 "초등 졸업 검정고시장은 누가 수험생이고 보호자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며 "차가 운동장에 꽉 찬 걸 보면 나이 많은 부모님을 데려다주는 자식이 있고, 멀리서 어린 학생들 태워주려고 온 젊은 학부모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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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 가득한 수험생 가족 차량…올해 첫 검정고시
"올해는 꼭" "같이 긴장"…초·중·고졸 총 4899명 응시
올해 첫 초·중·고졸 학력인정 검정고시 실시일인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강중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검정고시에는 초졸 525명, 중졸 962명, 고졸 3412명 등 총 4899명이 응시한다. 2023.4.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올해 여든 되시는 어머니가 8년째 검정고시에 도전 중이십니다"

8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용강중학교의 교내 정원에서 만난 이모씨(40·남)가 겸연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해마다 어머니를 시험장에 데려다주는 이씨는 "어머니는 학구열과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라며 "항상 한 과목 때문에 떨어졌는데 올해는 꼭 붙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날 오전 용강중학교에는 백발의 만학도부터 싱글벙글 웃는 초등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수험생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용강중학교 고시장에서 초등교육 졸업 시험을 본다.

학교 정문 앞에서 주차 안내를 하던 경비원 A씨는 "초등 졸업 검정고시장은 누가 수험생이고 보호자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며 "차가 운동장에 꽉 찬 걸 보면 나이 많은 부모님을 데려다주는 자식이 있고, 멀리서 어린 학생들 태워주려고 온 젊은 학부모도 많다"고 말했다.

시험 시간인 오전 10시가 임박하자 수험생들은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뜨지 못하고 건물 사이를 서성이는 수험생 가족도 보였다. 이날 아침 기온이 0도 안팎까지 떨어지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학생과 학부모들 모두 고사장 '체감 온도'를 걱정하는 눈치었다.

캄보디아에서 선교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모씨(40·남)는 "아이들이 외국에 오래 살아서 한국에 시험을 보려고 왔다"며 "거기는 40도를 기록할 정도로 한참 더운 날씨인데 한국은 너무 추워 아이들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계속 땅을 보며 주변을 걸어다니던 한 학부모는 "아이는 이제 13살인데 학교 적응이 어려워 집에서 공부했다"며 "어제 잠도 잘 못자고 같이 긴장되더라"고 걱정되는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인생의 첫 관문을 지나가고 있는데 너무 긴장하지 말고 첫 단추를 잘 끼면 앞으로도 잘 지나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70대 김모씨는 칠레에서 공부 하다가 시험 치르러 귀국한 손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아이들이 어제 저녁 서울에 너무 늦게 도착해 많이 피곤할텐데 걱정된다"며 "그래도 들어가기 전 칠레 있는 엄마와 영상통화 해 많이 기운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첫 초·중·고졸 학력인정 검정고시 실시일인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강중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 가족들이 수험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검정고시에는 초졸 525명, 중졸 962명, 고졸 3412명 등 총 4899명이 응시한다. 2023.4.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1교시였던 국어·사회 시험이 끝났다는 안내소리가 흘러나오자 가족들은 고사장 건물 유리문 앞에 모여 건물 1층 안을 들여다 봤다. 휴식시간 20분동안 잠깐 쉬러 나오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한 어린 학생은 건물에서 나와 가족들과 포옹하고는 "시험이 쉬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족들은 춥진 않았는지, 화장실은 다녀왔는지 물으며 옷을 여며주었다.

총 26개 일반고사장 외에 지체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고사장에는 바로 옆 교실에 학부모 대기실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강서구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지체장애 1급 학생과 같이 고사장을 찾은 한 사회복지사는 "학생이 거동이 불편해 보조 보행기를 하고 걸어야 하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만큼은 크다"며 "오늘 중등 졸업을 위해 검정고시를 치르는 여학생 한명과 이곳으로 온 학생 총 2명이 시험을 치른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보다 사실 도전하는 것 자체가 삶을 살아가는데 더 중요한 것 같다"며 "매해 오고 있는데 이번에 그래도 좋은 결과로 보답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검정고시는 초·중·고졸 학력을 획득하기 위해 서울 지역 학교인 용강중, 신도중 등 14곳에서 초졸 525명, 중졸 962명, 고졸 3412명 등 총 4899명이 응시한다. 검정고시는 매년 각 시·도교육청이 2회씩 실시하고 있다.

올해 첫 초·중·고졸 학력인정 검정고시 실시일인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강중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과 가족들이 고사장을 찾고 있다. 이번 검정고시에는 초졸 525명, 중졸 962명, 고졸 3412명 등 총 4899명이 응시한다. 2023.4.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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