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 부산엑스포 유치전, 이젠 유력 경쟁국으로
'엑스포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이 5박6일동안 이어진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부산 현지실사를 마지막까지 살뜰히 챙기며 대한민국의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열기와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직접 실사단 만찬을 주최한 데 이어 지난 6일 부산 실사단 환송 만찬장까지 깜짝 방문했고,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 등 대통령실이 총동원돼 실사단의 현지 시찰 일정뿐 아니라 한국 전통문화와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행사, K-푸드의 맛과 멋을 뽐낼 한식 위주의 식단까지 완벽을 기해 준비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 부부의 반려견인 은퇴 안내견 새롬이와 입양견 써니가 실사단 만찬에 등장하는 등 윤 대통령의 가족 모두가 특별한 손님맞이에 나섰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실사단이 지난 7일 5박6일 간의 부산 현지실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환송길에는 장 기획관과 박형준 부산시장 외에도 부산엑스포 유치 대학생 서포터즈와 어린이 합창단 등이 함께 배웅에 나섰다. 대학생 서포터즈는 실사단이 공항에 모습을 보이자 이들을 환송하는 내용의 카드 섹션을 펼쳤고, 주기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한복을 입고 청사초롱을 든 서포터즈가 안내를 맡았다. 빨간 옷차림의 어린이 합창단원들도 귀국하는 실사단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실사단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두 손을 모아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부산과 작별했다. 실사단은 전용 특별기인 BX2030편에 몸을 싣고 돌아갔다. 이 특별기에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염원하는 뜻을 담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통령실과 부산 측은 엑스포 유치전을 진두지휘한 윤 대통령의 뚝심 리더십 하에 국민과 경제계, 문화계의 삼위일체가 이뤄져 성공적으로 실사단의 현지 실사를 완료했다고 평가했다.
부산엑스포 유치는 윤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100대 국정과제가 됐다. 윤 대통령은 반드시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대통령실 내 엑스포 전담 비서관실을 설치해 장 기획관을 핵심 책임자로 세웠다. 장 기획관이 지금까지 만난 엑스포 회원국 중 120여개국의 고위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번에 부산을 방문한 실사단원들은 독일, 그리스, 프랑스, 루마니아, 세인트키츠네비츠, 영국 출신 등이었는데 장 기획관은 이미 세인트키츠네비츠와 그리스를 직접 방문해서 유치활동을 펼쳤고, 루마니아도 외무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대화를 마친 상태였다. 장 기획관은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에 필요하다면 대통령의 전세기라도 이용하라고 할 만큼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 엑스포 유치전= 부산엑스포 유치전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같은 어렵고 힘든 경쟁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거의 손을 놓고 있던 동안 6개월 먼저 활동을 시작한 사우디는 단독후보나 다름없이 앞서 나갔다.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장 기획관, 최태원(SK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새로운 판이 짜였다. 사우디를 지지하던 나라에서 한국에 호의적으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네덜란드가 최초로 공식 한국 지지선언을 하고 아프리가 지역에서도 희망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대통령실과 민관합동위는 실사단의 방한에 승부를 걸었다. 윤 대통령은 실사단들이 입국하자 지난 3일 상춘재로 초대해 만찬을 베풀었고, 실사단의 귀국 전날인 6일에는 부산에서 중앙-지방행정부 간의 합동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를 주재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원팀이 돼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부산에 모였다"며 "부산세계박람회는 지역 균형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유치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박람회는 개최국의 역량을 보여주는 경제, 문화 올림픽으로써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메가 이벤트의 하나"라며 "이번 2030 부산세계박람회는 우리의 발전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 등의 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글로벌 혁신을 창출하는 엑스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가 주관한 환송 만찬장을 깜짝 방문하며 대통령과 한국이 엑스포 유치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줬다. 만찬장에 있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예고없는 만찬장 방문에 엑스포 실사단들은 하나같이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움을 표하면서 환한 웃음으로 답했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뜨거워졌다"고 전했다.
◇"부산엑스포는 한국의 미래"…윤 대통령의 철학=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관할 때마다 정부 각료들에게 엑스포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부산엑스포는 부산을 위한 지방행사가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목표이자 대한민국 미래와 직결된 행사라는 게 윤 대통령의 입버릇이었다. 윤 대통령이 중앙-지방 연석회의에서 전국 광역단체장들에게 힘을 합쳐 엑스포를 유치해 내자고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에서 엑스포 유치전의 중추적 역할을 한 미래전략기획관실은 실사단 방문 기간 동안 통째로 부산 현장에 내려가 지원했다. 장 기획관은 부산에서 별도의 만찬을 주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과 실사단 8명이 각각 파트너를 이뤄 한우를 비롯해 미역국, 고들배기 김치, 봄치나물, 오미자차, 물김치, 묵은배추김치, 가자미식혜, 젓갈, 된장, 초고추장, 생마늘, 풋고추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전통음식을 소개했다. 세계 각국 출신인 실사단을 배려해 한우에 프랑스 소금을 곁들이고, 독일 출신인 파트릭 슈페히트 실사단장을 위한 독일 와인도 마련했다. 한 총리의 만찬장에는 그리스와 스위스산 와인이 등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사단은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맛보고 즐긴 저녁이었다는 말을 연발했다"며 "장 기획관은 이들에게 직접 음식을 날라주는 정성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장 기획관은 실사단이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부산에 남아 실사단과 함께 공항행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차안에서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많은 대화를 나눴다. 첫날부터 마지막 출국길까지 장 기획관이 동행한 것에 실사단들이 윤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느꼈다는 후문이다.
◇유치전에 발벗고 나선 경제계=부산엑스포 유치전의 또 다른 주역은 경제계다. 민관합동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최 회장뿐 아니라 재계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섰다. 최 회장은 지난 3일 신라호텔에서 BIE 실사단 환영 오찬을 하면서 "한국과 부산은 (엑스포를 개최할) 준비가 됐다"며 "한국이 가장 아름다울 때 (실사단이) 방문했다. 아마 부산에 가면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것이고 아름다운 풍경과 바닷바람, 바다내음이 여러분을 반길 것"이라고 환영했다. 최 회장은 같은 날 윤 대통령이 주관한 상춘재 만찬과 부산 APEC 누리마루 하우스에서 열린 실사단 환송 만찬에도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대통령 특사로 재계 총수들은 세계를 누비며 엑스포 유치에 힘을 쏟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경제계가 갖고 있는 글로벌 이미지는 엑스포 유치에 매우 큰 자산이자 매력이 되고 있고, 엑스포 홍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실사단들의 성공적인 실사 배경에는 엑스포 유치를 위한 윤 대통령의 일관된 리더십과 부산시민의 뜨거운 열정, 경제계의 자발적 지원, 문화계의 매력적인 참여의식이 감동을 준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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