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강릉 전기차로 달려보니…‘푸조 2인방’ 장거리에도 매력 발산
주행거리 각각 280㎞·260㎞…이전 모델 대비 ↑
장거리 위해선 급속충전소 필수…20분이면 완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충전 문제다. 최근 들어 아파트, 대형마트 등 도심 내 주요 거점에 다양한 충전소들이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고민은 여전하다.
지난 6~7일 서울 강남구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강원도 강릉시 강문해변까지 왕복 약 440㎞를 전기차를 타고 장거리 운전을 떠났다. 시승차는 푸조다. 가는 길에는 소형 전기 해치백 ‘e-208 GT’를, 돌아오는 길에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2008 GT’를 탔다. 두 차량의 공식 주행거리는 각각 280㎞, 260㎞다.
두 모델은 2022년 연식 변경을 거치면서 기존 모델 대비 주행가능 거리가 각각 14.8%, 9.7% 늘었다. 이전 모델이 200㎞ 초반대의 주행거리로 도심형 전기차에 더 적합했다면, 연식변경 모델은 보다 장거리 주행에 유리해졌다는 게 푸조의 설명이었다. 충전 편의성과 차량의 성능 등을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중간중간 충전소를 방문하면서 시승에 나섰다.
처음 차를 받았을 때 배터리 잔여량은 4분의 3 정도가 채워져 있었다. 계기판에 뜬 주행가능 거리는 236㎞였다. 첫 번째 주행에서는 배터리 용량을 아끼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제동(B) 모드’도 켜지 않고, 고속도로 위에서 자유롭게 달렸다. 주행 모드 역시 전력을 아끼는 ‘에코’ 대신 ‘노멀’을 사용했다. 이 차는 노멀, 에코, 스포츠 모드를 지원한다.
첫 번째 경유지인 홍천휴게소(양양 방향)에 도착해 확인한 주행가능 거리는 154㎞가 줄어든 82㎞였다. 실제 주행거리(100㎞)보다 더 많이 소모됐다. 시내 주행에서는 비교적 주행가능 거리가 조금씩 줄었지만, 고속도로에 올라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자 빠르게 주행가능 거리가 줄었다.
주저 없이 달려 주행은 즐거웠다. 푸조 e-208의 전장은 4070㎜, 전폭은 1745㎜, 전고는 1440㎜다. 콤팩트한 크기에 날렵하게 떨어지는 외관 덕에 공기 저항을 줄이며 빠르게 치고 나갔다. 특히 최고 출력 100마력, 최대 토크 26.5㎏.m로 순간 가속력이 탁월했다. 초고장력 강판과 고장력 강판, 알루미늄 등을 활용해 무게는 30㎏ 이상 낮췄다.
실내 계기판이 독특했다. ‘3D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를 적용한 다양한 주행 정보가 입체적으로 보였다. 특히 중요도나 긴급 상황에 따라 입체적으로 표현해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항공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센터패시아의 토글스위치에는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을 모아 사용하기 편했다. 기존 전기차들과 비교해 이질감 없는 주행 성능과 고속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차체도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역시 충전이었다. 다행히 홍천 휴게소에는 급속충전기가 마련돼 있었다. 20분 남짓 충전하니 210㎞까지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났다. 평일이어서 충전소도 비교적 여유로웠다. 강문해변까지 다시 140㎞ 정도를 달렸다. 도착 후 남은 주행가능 거리는 54㎞였다. 전기차에 보다 익숙해지고,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가며 정속주행을 한 결과 비교적 주행가능 거리가 덜 줄었다.
강문해변 인근 한 호텔에 차를 주차하고, 전기차 충전을 다시 준비했다. 이 호텔은 개인용 휴대 케이블을 반드시 소지해야만 충전할 수 있었다. 특히 일부 충전기의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재부팅이 필요하기도 했다. 또 완속 충전(시간당 약 6㎞)밖에 지원하지 않아 충전 완료까지 남은 시간이 11시간 30분이었다. 다만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하루 숙박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시간은 아니었다.
이튿날은 e-208보다 덩치가 큰 e-2008 GT로 시승에 나섰다. 이 차량의 전장, 전폭, 전고는 각각 4305㎜, 1790㎜, 1550㎜다. e-208과 비교하면 전장은 235㎜ 더 길고, 전폭은 4㎜ 더 넓다. 전고는 110㎜ 더 높다. 기본적으로 실내 디자인은 유사했지만, 2열이 e-208보다 한결 더 여유로워 만족스러웠다.
처음 출발 당시 배터리 용량은 절반 정도 남아있었다. 계기판의 주행가능거리는 138㎞였다. 이날은 전날 느낀 푸조 차량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보다 전비를 절약하는 주행에 나섰다. 에코 모드를 선택했다. B모드도 활성화해 회생 제동도 강하게 했다. B모드를 켜니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 보다 회생 제동이 강력하게 개입하며 브레이크가 걸렸다. 내린천휴게소(서울방향)까지 약 90㎞를 주행한 뒤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46㎞였다. 고속으로 달렸음에도 주행가능거리가 많이 절약됐다.
이 휴게소에는 현대차그룹의 초고속 충전소 ‘이 피트(E-pit)’가 있었다. E-pit의 충전 시스템은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차량의 수와 차량의 배터리 시스템이 요구하는 최대 전력량에 맞춰 자동으로 충전 속도를 최적화한다. 키오스크를 활용해 비회원 충전을 선택했다. 연결선을 가져다 차량에 연결하니 바로 19%에서 20%로 충전 게이지가 올라갔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있는데 문자로 충전이 완료됐다는 알람이 왔다.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충전 금액은 1만4000원정도다. 비회원 가격으로, 회원의 경우 더 저렴하게 충전이 가능하다. 약 133㎞를 더 주행한 뒤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86㎞였다. e-2008은 최고 출력 100마력, 최대 토크 26.5㎏.m의 성능을 발휘한다.
푸조의 두 차량 모두 도심에서 회생제동, 에코 모드를 활용하니 주행거리를 상당히 아낄 수 있었다. 목적지와 중간중간 급속 충전소의 위치를 파악하고 여행을 계획한다면 장거리 여행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208 GT와 e-2008 GT의 가격은 각각 5300만원, 5490만원이다. 올해 국고 보조금에, 지자체 보조금 혜택을 더하면 e-208의 경우 3000만원대에 e-2008은 4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도심에서 전기차를 주로 활용하고, 가끔 장거리 주행에 나서는 소비자에게 추천할 만한 차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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