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보는 행복, '서진이네' 직원의 소확행에 빠져드는 이유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4. 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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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네’, 먹고 일하고 놀고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엔터미디어=정덕현]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아침에 일하러 나가 찾아오는 손님들을 정신없이 응대하다 보면 어느덧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그런데 그렇게 어제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오늘의 순간순간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행복과 보람이 가득하다. 끼니때마다 찾아 먹고 열심히 일하고 때때로 놀고 누군가와 만나 소소하지만 소박한 소통을 하는 것. tvN 예능 <서진이네>는 말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지 않냐고.

<서진이네>는 행복을 보는 행복이 있다. 멕시코의 바칼라르 호수 근처에 연 작은 분식집을 찾는 외국인 손님들은 이곳에서 저마다의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친구들은 자신이 먹은 핫도그가 라면이 김밥이 얼마나 맛있는가를 이야기하고, 그 맛을 친구들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어 한다. 먹어보라 권하고 먹어 본 후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그리고 실제로 맛있다고 하면 권한 친구의 얼굴이 환해진다.

그곳을 찾은 연인 커플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저 얼굴만 봐도 미소가 번진다. 그 얼굴 표정 안에 남자가 여자를 얼마나 사랑스러워하는가가 담겨 있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 맛만큼 함께 앉아 먹는다는 그 시간을 행복해한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라면 한 줄을 아이의 손에 쥐어주자, 그걸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아이를 보며 가족 모두가 행복해한다.

전에 찾았던 손님이 그 맛을 잊지 않고 찾아오면 이서진은 그 얼굴을 잊지 않고 "다시 오셨네요"라고 말을 건네준다. 그렇게 알아 봐주는 일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역만리에서 온 누군가가 한번 봤던 자신을 기억해준다는 사실이 주는 즐거움은 분명히 있다. 입소문이 난 건지 계속 찾아오는 손님들 앞에서 사장인 이서진의 보조개는 더 깊게 패인다. 인턴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바쁜 최우식이나 뷔는 많은 손님들 때문에 힘겨워 투덜대지만 그 안에는 뿌듯함도 담겨있다.

처음에는 손에 익지 않아 실수도 있었지만 이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해내고, 그걸 알아봐주는 주방장 박서준이 부주방장을 고려한다는 말 한 마디에 뷔는 한껏 들뜬다. 피곤한 몸이지만 손님들을 하나하나 응대하고, 아주 익숙하진 않아도 조금 배워온 말로 그들과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누는 최우식의 친절에 손님들의 얼굴은 밝아진다. 이제 매출이 얼마나 나왔는가를 사장인 이서진보다 더 궁금해 하는 이사 정유미도 최고 매출이 나온 걸 확인하고 기뻐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분식집 '서진이네'지만, 사실 이 멕시코의 바칼라르 호수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관광지다. 그래서 지친 직원들이 재충전할 수 있도록 이서진이 반나절의 여가시간을 제공하자 전혀 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집 앞에서 제트스키를 타고 호수를 질주하고 에메랄드빛 호수에 뛰어드는 광경. 하얗게 불태울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호수에서 노는 완벽한 워라밸이 <서진이네>에는 일상처럼 펼쳐진다.

이벤트적으로 여는 분식집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서진이네>에는 일하는 이들도 또 그곳을 찾는 손님들이 모두 보여주는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판타지가 있다. 게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방탄소년단 뷔부터 이제 마블의 슈퍼히어로로 돌아올 박서준, <기생충>의 막내 최우식 등등 월드스타들이다. 그래서 이런 월드스타들에게도 그 행복은 거대한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자잘하게 먹고 일하고 노는 그런 것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서진이네>가 건네는 행복에 빠져들게 된다.

세상은 전쟁 중인 곳도 있고, 자연재해로 인한 비극이 벌어지는 곳도 있다. 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 사이의 양극화가 심해져 그것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서진이네>는 이러한 복잡하고 답답한 현실과는 정반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낯선 타지에서 일면식도 없던 타인들이 한 자리에서 음식을 먹으며 누구나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복과 일상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이제는 그것마저 판타지로 여겨지는 그 소확행이야말로 우리의 삶의 가장 큰 가치라고 말하는 듯.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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