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이 프랑스에 베푼 ‘특급 의전’과 ‘통 큰 선물’이 남긴 것

이랑 2023. 4. 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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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은 방중한 마크롱 대통령을 베이징 인민대회장 앞에 나와 맞이했다. (출처: 베이징 AP=연합뉴스)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마중할 때 그는 베이징 인민대회장 앞까지 나왔습니다. 의장대 사열, 예포 발사 등 환영 행사에 쭉 함께했습니다.

중국 관영 중앙(CC)TV는 이 모습을 매우 긴 시간 보도했습니다. 여타 다른 국가 정상들의 방중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6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마크롱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출처: 신화사)


정상회담에 이어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도 개최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례적인 일입니다. 발언대에 오른 마크롱 대통령은 그에 비해 두 배나 긴 시간 동안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썩 달가워하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상대국 정상을 극진히 배려한 셈입니다.

여기까지는 약 3년 5개월 만에 중국을 다시 찾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펼친 '특급 의전'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융숭한 중국의 대접…시 주석, 직접 광저우까지

6일 만났는데, 시 주석은 다음 날 또 마크롱 대통령을 마주했습니다. 이번에는 베이징을 벗어나 광둥성 광저우까지 찾아갔습니다.

외국 정상을 베이징 이외 지역에서 만나는 것 자체도 이례적인 일입니다. 중국이 혈맹국으로 여기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2018년 고속철을 타고 톈진에 가서 중·러 청소년 아이스하키 친선 경기를 본 사례 정도가 알려졌을 뿐입니다.

어제 두 정상은 베이징이 아닌 광저우에서 비공식 만찬 회동을 가졌다. 마크롱 대통령 도착 모습. (출처: 중국 중앙(CC)TV)


두 번째 회동의 장소로 광둥성 광저우를 정한 이유도 특별했습니다. 광둥성은 중국의 대표적인 수출 기지이자 개혁과 개방을 상징하는 지역입니다. 중국의 대프랑스 교역에서 5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두 나라의 경제 협력을 한 눈에 보여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시 주석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깊은 곳입니다.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은 1980년대 광둥성의 당서기 등을 역임했었습니다.

프랑스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보여주는 '극진한 의전'입니다. 블룸버그는 "맹방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나 제공하는 융숭한 대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배우 공리도 왔다…프랑스 기업에는 '통 큰 선물'

중국이 의전만 한 것은 아닙니다. '선물 보따리'도 많이 안겼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길에 함께 한 기업인들과 유럽 안에서 어깨가 으쓱해진 프랑스가 수혜자입니다.

방중단에는 에어버스, 알스톰,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프랑스 전력공사(EDF), 로레알 등 프랑스의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60여 명은 물론 중국 유명 배우 공리(巩俐)도 함께 했는데요.

중국 배우 공리가 남편 장-미셸 자르와 함께 중국에 막 도착한 모습. (출처: AFP)


배우자인 프랑스 작곡가 장-미셸 자르와 함께 중국에 온 공리가 화제가 되면서 중국 매체들은 중국인들이 이번 정상회담에 갖는 관심도 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내 화제성이 폭발한 이번 방문에서 대표적으로 '큰 선물'을 받은 곳은 바로 여객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입니다.

중국 중앙(CC)TV는 에어버스와 관련된 기획물을 방송하기도 했다. (출처: 중국 중앙(CC)TV 갈무리)


중국항공기재그룹(中國航空器材集團公司·CASC)은 에어버스 여객기 A320 시리즈 등을 포함해 모두 160대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돈 26조 3,700억 원 정도 규모입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계약 체결 현장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지켜봤습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1월 숄츠 독일 총리가 방중했을 때도 에어버스 여객기 140대를 샀는데, 이번에 프랑스에는 더 큰 선물을 안긴 겁니다.

엘리제궁에 따르면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중국핵전집단공사(CGN)와 장기 파트너십 갱신에 합의했습니다. 두 곳 모두 양국의 주요 원자력 발전 운영사입니다. 알스톰은 중국 청두에 전기 견인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프랑스에 '러브콜' 이유는?

이렇게까지 중국이 극진한 대접을 한 이유는 당연히 프랑스와 '잘 지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왜 프랑스일까요? 해답은 프랑스와 중국, 양국의 상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제 중국 중산대학을 찾은 마크롱 대통령을 보기 위해 학생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출처: 중국 CGTN)


중국은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 경쟁에서 최대한 많은 나라를 중국 쪽으로 끌어당겨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중국 편을 들어주지는 못해도 최소한 미국에 일방적으로 기우는 것은 막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유럽 사이 틈을 벌릴 수 있는 고리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입니다. 중국은 그래서 틈날 때마다 중국의 시장이 얼마나 큰지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반도체 등 분야에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를 외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는 겁니다.

실제 팬데믹 이후 큰 타격을 입은 유럽 경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중국 시장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연금 개혁 이슈로 자국 내서 정치적 타격까지 입었습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공들인 중국에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이 가장 듣고 싶을 말로 화답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프랑스의 외교와 미국·유럽 사이 밀착을 막고 싶은 중국의 의중이 맞아 떨어진 겁니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중국과 상업적 관계를 계속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입니다." -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6일 교민 대상 연설 뒤 기자들 질의 응답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프랑스는 대놓고 '안 하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로부터의 디커플링이 이미 진행 중이며, 이제 유일하게 남은 것은 속도와 강도의 문제뿐이라는 인상을 받는다면서 "나는 이 시나리오를 믿지 않고, 믿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은 한시름 놓았습니다. 유럽이 중국에 중립적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 프랑스가 가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고민이 깊어집니다. 호주, 일본 등에 유럽의 힘까지 보태 중국을 견제하고 싶은 미국은 '균열'을 신경쓰고 있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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