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전에는 좋았잖아”...‘베프’라던 두 나라, 갑자기 멀어진 이유 [뉴스 쉽게보기]
다행히 지난해 상반기 배럴당 120달러를 훌쩍 넘겼던 국제유가는 하반기부터 조금씩 안정세를 찾았고, 올해는 3월 기준 60달러대까지 하락했어요. 그래서 사람들도 슬슬 기름값 걱정을 덜 하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며칠 전부터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어요. 며칠 만에 무려 10달러 가까이 올랐고, UBS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올해 기름값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어요.
사실 이번 감산은 단순히 기름값이 오르는 수준을 넘어서서 국제 정세에 큰 변화를 일으킬 만한 결정으로 평가돼요. 80여 년간 미국과 긴밀한 전략적 동맹 관계를 이어왔던 사우디가 중국·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이기 때문이에요. 소위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국 vs 중국·러시아’ 구도가 심화하는 양상인 셈이죠.
두 나라는 왜 가까웠을까요? 양국이 친해진 이유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석유’였어요. 사우디에 매장된 석유를 먼저 발견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국가가 미국이었죠. 1938년 사우디에서 석유가 발견되자, 미국의 석유기업들은 ‘아람코(Aramco)’라는 회사를 세워서 석유 개발에 나섰어요.
이 협약은 달러가 사실상의 ‘세계 통화’로 자리 잡는 데에 큰 역할을 했고,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더 강해졌어요. 여전히 사우디와 아랍연맹 국가들은 석유 거래 시 모든 결제를 달러로 하고 있대요.
사우디가 세계 무기 시장의 ‘큰손’이라는 점도 양국의 우호적 관계에 영향을 미쳤어요. 중동 지역에서 *시아파인 이란과 대립하는 *수니파 사우디는 세계에서 가장 무기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예요(2016∼2020년 기준.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집계). 이런 사우디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으로부터 사들인 무기는 미국이 수출한 전체 무기 중 4분의 1에 달했대요.
무기를 파는 미국도 좋지만, 사우디가 얻는 것도 많아요. 미국의 첨단 무기를 마음껏 수입한 덕분에 중동의 군사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니까요.
이후 무서운 물가 상승세에 바이든 대통령이 잠시 태도를 바꾸긴 했지만, 오히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더 멀어졌어요. 물가 안정을 위해 기름값이 하락하길 원하는 바이든이 사우디에 직접 찾아가면서까지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사우디가 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거든요.
바이든 대통령의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10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는 대규모 감산을 결정했어요. 사우디가 이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미국 입장에선 뒤통수를 세게 맞은 셈이죠. 바이든 대통령은 “근시안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을 쏟아냈어요.
사우디도 미국에 지지 않고 대응했어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회원국과 더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내면서, 중국·러시아와 더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죠.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빈 살만) 왕세자는 브릭스(BRICS) 가입을 희망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만약 사우디가 브릭스에 가입하거나 러시아·중국과의 관계가 더 끈끈해지면, 석유를 달러로만 거래하는 ‘페트로 달러’ 체계에도 균열이 갈 수 있어요. 그만큼 미국의 영향력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거죠. 사우디가 중국 화폐인 위안화 등 다른 화폐로 결제하는 걸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각각 이슬람교의 종파 *시아파와 *수니파를 이끌어 온 이란과 사우디는 몇몇 종교적 사건들로 인해 갈등이 심화하면서 2016년부터는 아예 외교적 관계가 끊어진 상태였어요. 그런데 중국이 양국을 중재해서 7년 만에 관계를 정상화하도록 도왔죠.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합의는 중국 베이징에서 이뤄졌어요.
지난해에 이어 뒤통수를 두 번이나 맞은 셈인데도 “사우디는 지난 80년간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전략적인 파트너”라며 “함께 계속 협력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고 발표하는 등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죠. 경쟁자인 중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여요.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를 자극할 필요는 없잖아요.
다시 치솟기 시작한 기름값과 미국·사우디·중국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그 관계가 이제 좀 정리되셨나요? 80년 가까이 서로에게 이익을 안기며 공고히 다져온 두 나라와, 그사이의 균열을 파고들어 중동의 주도권을 빼앗아 오려는 한 나라. 이게 바로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각관계라고 볼 수 있어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이 삼각관계, 앞으로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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