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3억대 팔렸다...‘넘사벽’ 애플을 만든 아이팟의 탄생 [오기자의 테크株흥망사]

오대석 기자(ods1@mk.co.kr) 2023. 4. 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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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esars의 ‘Jerk it out’, Propellerheads의 ‘Take California’, Willy Moon의 ‘Yeah Yeah’.

이 곡들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테크기업 연재를 하다 말고 갑자기 웬 음악 이야기냐고요? 하지만 소싯적 아이팟 좀 써보신 분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맞추셨을 겁니다. 모두 아이팟 광고에 나온 곡들입니다. 저는 대학 때 미국 친구에게서 처음 접한 아이팟이 큰 충격이었는데요. 첫 아이팟 셔플의 광고에 쓰인 Jerk it out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애용하던 소니를 등질 정도로 아이팟은 굉장히 애지중지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엔 2000년대 들어오면서 PC 시장의 둔화와 닷컴 버블의 붕괴라는 두 가지 구조적인 요인으로 다른 테크 기업들처럼 애플 또한 새로운 도전을 겪게 됐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맞춰주셨는데요. 이 시기에 애플을 최고의 기업으로 치고나갈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은 뮤직 플레이어인 아이팟이었습니다.

2000년은 음악이 CD나 LP 같은 ‘음반’에서 점차 디지털화되고, 곡 하나하나로 나뉘어 소비되는 트렌드의 태동기였습니다. 여러 MP3 플레이어 제품이 존재했고요. 그해 미국에서 판매된 공 CD의 수가 3억2000만장에 달할 정도로 모두가 CD에 ‘구워서’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음악을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사실 한 발 늦었는데요. 스티브 잡스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어 만회하려면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잡스는 개발진들에게 “소니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로 기존 휴대용 MP3 플레이어가 형편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쟁자들의 제품에서 개선할 점이 많아 기회가 있다고 본 겁니다. 음악을 사랑한 잡스는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에 엄청난 열정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회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시기에 애플은 막대한 투자를 했습니다. 광고에만 7500만달러를 책정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는데요. 잡스는 “아이팟을 광고하면 맥도 그만큼 판매할 수 있고, 애플을 혁신과 젊음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만들 수 있다”며 “뮤직 플레이어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100분의 1도 지출해선 안 됐지만, 반대로 다른 경쟁자보다 100배 더 투자해서 뮤직 플레이어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려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잡스는 아이팟에서도 어김없이 ‘단순함’을 추구했습니다. 컴퓨터에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고, 음악을 내려받으면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는 단순해지고 그만큼 이용자들이 쉽게 쓸 수 있게 된다는 발상이었습니다. 기존 제품들은 기기 내에서 직접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는 등 기능이 복잡하고, 버튼도 많았습니다. 잡스는 전원까지 없애버립니다. 대신 사용하지 않으면 비활성화되고, 조작을 가하면 켜지게 했습니다. 일본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도시바와 협력해 “주머니 속에 1000곡을 넣고 다닌다”는 발상도 가능해졌습니다. 넣을 수 있는 한도가 수십곡에 불과한 기존 제품과 비교해 큰 장점이었는데요. 대신 아이팟의 상징이 된 트랙휠을 넣어 많은 곡도 손쉽게 살펴보도록 했습니다. 조너선 아이브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가미된 것은 물론이고요.

너무나도 단순하게 본질적 기능에만 집중해 편의성을 극대화한 아이팟은 399달러라는 다소 높은 가격 탓에 일부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비판 여론과 달리 엄청난 흥행을 기록합니다. 2001년 10월 공개된 최초의 아이팟부터 아이팟 셔플까지 다양한 제품이 나왔고요. 2010년까지 3억대가 넘게 팔렸습니다. 잡스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애플의 존재 이유를 말하라면 이제품을 들어보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잡스의 오랜 라이벌인 빌 게이츠는 아이팟을 처음 보자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거 맥킨토시에만 연결이 되나요?”

아이팟은 애플이 컴퓨터 제조사를 넘어 세계 최고 기업이 되는 계기를 마련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팟은 잡스의 ‘디지털 허브’ 전략에 따른 결과물입니다. 실질적으로 아이팟 개발을 주도한 ‘아이팟의 아버지’ 토니 파델은 “아이팟이 없었다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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