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출산율, 아프리카에는 ‘축복’?[원호연의 PIP]
각국 출산율 1명 이상 하락 추세
피임율 높아지고 여성 교육 강화 영향
여성 건강 증진되고 아동 부양 부담 줄어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그동안 아프리카는 낮은 경제 성장에 비해 빠른 인구 성장으로 고통 받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출생률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아프리카 각국은 출산율을 빠르게 낮추면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아프리카의 출생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떨어져 2100년까지 아프리카 전체 인구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발표된 유엔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의 인구 추정치는 10년 전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다. 현재 인구가 약 2억 1300만명으로 대륙에서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의 경우 2060년 인구 예측치가 1억명 낮아진 4억2900만명으로 줄었다. 2100년에는 나이지리아의 인구는 약 5억5000만명으로 10년전 예측보다 3억 5000만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같은 예측치 조차도 최근 빠르게 하락하는 아프리카 각국의 출산율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지난 2021년 실시한 출산율이 4.6명으로 5년전 5.8명에서 크게 하락했다. 말리의 경우 출산률이 6.3명에서 6년만에 5.7명으로 하락했다. 세네갈의 출산율은 2021년 3.9명으로 10년전에 비해 1명 가량 줄어다. 감비아도 2013년 5.6명에서 2020년 4.4명으로, 가나는 4.2명에서 3년 만에 3.8명으로 출산율이 급감했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에티오피아, 케냐, 말리위 등에서는 정부의 대대적인 산아 제한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말라위와 케냐에서는 기혼 여성의 절반 이상이 피임약이나 주사제와 같은 현대식 피임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네갈에서는 피임율이 지난 10년 동안 두배로 증가해 26%를 기록했다.
피임을 금기시하는 종교계의 관행도 변화하고 있다. 이슬람 성직자 중 한명인 슈아이브 무르타르 슈아이브는 “꾸란 어디에도 무슬림이 자녀 수를 통제하거나 제한하는 것을 금지하는 구절은 없다”고 말했다.
소녀들에 대한 교육이 강화된 점도 출산율 하락에 기여했다. 앙골라에서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여성은 7.8명의 자녀를 낳는 반면 고등 교육을 받은 경우 2.3명의 자녀를 낳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을 받은 여성일수록 취업할 확률이 높고 아이를 돌보는데 드는 기회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국가의 경우 악화된 경제 환경이 출산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2013~2018년 경제난을 겪으면서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여성의 수가 19%에서 25%로 늘었다. 펀밀롤라 올라로룬 이바단 대학교수는 “시골 주민들조차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자녀를 많이 낫는 것보다 더 나은 직업 전망을 가진 자녀를 소수 키우는 것이 나은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 설명했다.
낮은 출생률이 아프리카의 미래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앤 바킬라나 세계은행 연구원은 “인구증가율 자체가 나쁘다거나 좋다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구 증가가 식량 공급을 앞지르면서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는 ‘맬서스의 비극’이 일어날 것이라는 증거는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낮은 인구 증가율이 가져오는 이점도 다수 존재한다. 출산 간격이 넓어지고 10대 임신이 줄어들면 산모의 건장에 대한 위험이 줄어든다. 어린이 수에 비해 생산 가능 인구 비중이 늘어나면 가정이 어린이에게 충분한 음식과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하버드 대학교와 사우스플로리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1인당 출산율을 1명만 낮춰도 2060년까지 1인당 소득이 거의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국가가 낮아지는 출산율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고용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생산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도로, 전력선, 항만 등 인프라에 수조 달러를 투자해야 하는 과제를 안는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why37@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7개월에 23kg 감량”…비만 치료제의 ‘킹콩’이 온다
- ‘월급 1000만원에 피곤하면 호텔서 편히 근무’ 부러움 샀는데…“파티 끝났다?”
- 전우원 직접 그린 연희동집 보니 "이순자 옷장 밑에 지하금고행 문"
- BTS 뷔가 사랑한 ‘서진이네 불라면’…‘시총 1조’ 달성해 ‘라면 원조’ 자존심 세울까 [신동
- “이런 나체화는 뒷골목에 내걸어!” 꼬장한 천재 모욕한 자 최후는[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미
- “하루 만에 재산 탕진” 또 줄기세포에 당했다
- 5억이면 경기도 중간값 아파트 산다…인천은 3.5억 [부동산360]
- “30분도 안 걸렸는데 2만원, 무서운 요금” 카카오택시 안 탄다
- 충치치료에만 수십만원, 치과는 건보 사각지대[김용훈의 먹고사니즘]
- 사라지는 치마·세일러 카라…“교복에 남녀가 어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