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 정재호 “투자자들이 비관하는 시점이 매수하기 가장 좋은 때”

한여진 기자 2023. 4. 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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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깡통 경험이 알려준 ‘투자 절대 원칙’… “저평가株 100개 종목 이상 장기투자해라”
전업투자자인 정재호 ㈜모든국민은주주다 대표. [박해윤 기자]
"두 번 이상 파산하지 않은 사람은 투자자로 불릴 자격이 없다."

‘유럽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한 말이다. 코스톨라니는 "투자자는 단순히 돈을 버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입증될 때 희열을 느낀다"며 "(투자자는) 일종의 철학자"라고 말했다.

실전 투자 경력 40년의 '슈퍼개미' 정재호 ㈜모든국민은주주다 대표는 2번을 넘어 5번이나 파산하고 20년간 고생한 끝에 본인만의 주식투자 원칙을 찾아낸 재야의 투자 고수다. 정 대표는 주식투자 초기에는 단기간에 돈을 벌려고 몰빵, 레버리지, 테마주, 상한가 종목 등 위험한 투자만 골라 했고 결과는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후 그는 우시다 곤자부로의 '삼원금천비록',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의 원칙',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등 투자 대가들의 투자서를 읽은 후 "주식시장은 절대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정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적은 '내 마음'에 있다"며 "탐욕과 두려움이 주식투자에서 가장 큰 방해 요소"라고 강조했다. 4월 3일 정 대표를 만나 혼돈의 주식시장에서도 수익률이 흔들리지 않는 투자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주식은 심리 싸움

코스톨라니는 "2번은 파산해봐야 진정한 투자자가 된다"고 말했는데, 정 대표는 5번이나 깡통을 찼다.

"사업도 모르고 시작하면 망하는데, 주식시장은 작전 세력이 있어 망하기가 더 쉽다. 나도 주식투자로 2번 파산한 후 많은 걸 깨달았지만 탐욕 때문에 3번 더 깡통을 찼다. 탐욕으로 레버리지 투자를 했다. 레버리지는 주가가 조정에 들어가면 견디기 어렵다."

5번 깡통을 차고 무엇을 깨달았나.

"주식은 심리 싸움이라는 것이다. 심리를 이해하지 않으면 주식시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 2번 파산한 후 투자 대가들의 투자서를 읽어보니 하나같이 역발상 투자를 강조하고 있었다. 역발상 투자란 인간 본성에 역행해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투자 고전 '삼원금천비록'은 쌀 가격이 하락하면 상인들은 투자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때 쌀을 사야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저평가받는 종목을 사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또한 어떤 분야든 고수가 되려면 10년 이상 공부해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주식을 시작하자마자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은 오히려 돈을 잃는다. 공부를 충분히 한 사람은 적은 돈으로도 빨리 성공할 수 있다."

최근 출간한 책 '주식 시세의 비밀'에서 일본 투자서 '삼원금천비록'을 투자자의 필독서로 추천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삼원금천비록은 260년 전 일본 오사카에서 쌀을 거래하던 거상 우시다 곤자부로가 자식에게 쌀 매매법을 알려주려고 쓴 책이다. 삼원금천비록의 핵심 내용은 쌀을 저렴할 때 사서 비쌀 때 팔라는 것이다. 우시다의 이 시세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주식시장에서도 통찰력을 키워준다. 나도 이 책의 시세론을 공부하고 저평가 종목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현실은 책과 다르지 않나.

"맞다. 투자도 시대나 본인 스타일에 맞게 변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버핏은 저서에서 우선주를 매매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우선주 투자로 수익을 엄청 냈다. 책대로만 투자하면 수익률이 떨어진다. 또한 성장주, 가치주를 구분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본다. 성장주든, 가치주든 저평가됐을 때 사는 게 투자의 기본이다."

투자 초기와 비교해 현재 투자법은 어떻게 달라졌나.

"1980년대 후반 4000만 원 정도에 매입한 서울 잠실 아파트를 1990년대 약 1억5000만 원에 팔아 주식을 했는데, 그 돈을 다 날렸다. 이후 보험설계사를 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당시 실패 원인은 탐욕이었다. 이후 탐욕을 부리지 않고 있다. 또한 투자에 실패한 초기에는 한 종목에 '몰빵'했지만 지금은 100개 종목 이상에 분산투자하고 레버리지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언제부터 안정된 수익을 내기 시작했나.

"1980년대 초 주식을 시작해 5번 깡통을 찼고, 2000년 닷컴버블 이후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TV에 나와 컴퓨터, 인터넷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투자해 큰 수익을 냈다. 정부가 시장에 던져주는 이슈를 잘 파악하는 것도 성투하는 방법이다."

100개 넘는 종목은 어떤 방법으로 관리하나.

"관리 안 한다. 지난 40년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3000배 올랐다. 포스코 주가는 1990년대 초반 1만4000원에서 2007년 76만 원까지 상승했다. 저가에 매수했기 때문에 상승할 때는 그냥 쭉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주식은 그 자체가 불편한 사업이다. 그런데 한 종목이나 두세 종목에 몰빵하면 조금만 하락해도 아주 괴롭다. 반면 100개 종목이나 되면 몇 종목이 하락해도 마음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좋은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사두면 중간에 손실이 나도 장기보유할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다. 돈은 머리가 아닌 무거운 엉덩이가 벌어준다. 긴 추세를 믿고 장기적 관점에서 많은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포스코홀딩스 주목해야

현재는 개별 종목이 대부분 저평가받고 있다. 종목을 선택할 때 꼭 봐야 하는 지표가 있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점점 상승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나머지는 볼 게 없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에 매도하나.

"버핏처럼 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이 주식이 최고'라고 떠들 때 매도하면 된다. 2007년 버핏이 방한해 포스코가 한국 최고 기업이라고 말한 이후 포스코는 15년간 조정을 받았다. 최근 버핏이 TSMC를 매수했다고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지만 버핏은 곧 매도해버렸다. 한마디로 시장이 그 종목으로 시끄러울 때 매도한다."

최근 배터리 관련주가 시끄러운데.

"맞다. 배터리 관련주가 급등하다 고꾸라질 것 같았지만, 앞으로 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닷컴버블 때도 전국이 시끌시끌하며 주가가 고공행진했는데 그것보다 더 올라갔다."

그 이유는?

"시가총액 11위 포스코홀딩스가 드디어 배터리 테마를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가 시가총액 15위인 포스코퓨처엠과 함께 배터리 시장을 이끌어 닷컴버블 때처럼 주변 관련주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닷컴버블 때처럼 배터리 투자로 많은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겠지만 당분간은 배터리 관련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시장이 버블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배터리 관련주를 찬양하는 교주 같은 유튜버들이 나타났고 대중이 그들을 추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터리와 조금만 관련 있어도 주가가 3~4배 상승하면서 너도나도 배터리 관련주에 몰리고 있다. 주가가 고점인데도 투자자들이 두려움 없이 주식을 사고 있다. 버블이다. 언젠가는 이 버블이 꺼진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였다. 배터리 관련주 역시 '납품하더라' '개발한다더라'처럼 '카더라' 뉴스만 듣고 투자하면 망할 수 있다."

그동안 배터리주 투자에 부정적이었는데, 태도를 바꾼 이유가 궁금하다.

"포스코홀딩스가 배터리라는 테마로 분류되면서 시장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가치주가 테마를 만나면 몇 배 힘이 생기면서 폭발한다. 또한 포스코홀딩스는 1조 원의 공매도가 나왔지만 주가가 상승했다. 공매도 세력과 배터리 지지 세력 사이에 전투가 붙었는데 배터리 지지 세력이 이기고 있다. 향후 코스피 대장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포스코홀딩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 포스코홀딩스를 매수했나.

"포스코홀딩스는 15년 이상 조정받아 지난해 2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그래프 참조). 저평가되고 있던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있었다."

최근 매수한 종목이 궁금하다.

"포스코퓨처엠, CJ, 후성이 있고 이 밖에도 다양하다."

장세 전환 뒤 투자하면 뒷북

투자에 성공하기 위한 매매 절대 원칙이 있나.

"투자자들이 비관하는 시점이 매수하기 가장 좋은 때다. 반대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낙관하고 흥분해 주식을 산다면 그때가 고점이니 매도해야 한다. 한국 주식시장을 살펴봐도 공포 속에서 우량주를 매수한 경우 언제나 수익률이 높았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주식시장이 가장 낙관적인 해에 들어와서 1~2년 만에 손실을 보고 도망간다. 이는 가장 비쌀 때 사서 싸게 파는 행위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장에서는 어떤 매매 기법이 통할까.

"종합주가지수만 보면 횡보장 같지만, 전 종목 차트를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코스닥은 1월부터 30% 올랐고, 현재 저점 대비 3~5배 상승한 종목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종합주가지수를 볼 것이 아니라, 전 종목 차트를 보면서 조용히 올라가는 주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향후 상승세 전환을 확실히 기다리다 투자하면 다시 고점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에서 항상 큰돈을 벌었던 시기는 대다수 투자자가 주식시장을 비관할 때였다. 최근 시장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이 다시 떨어질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미 장세가 전환됐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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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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