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잠전 훈련 속뜻은 北 아닌 中 견제… 격화되는 新냉전 직시해야
군 당국 "北 수중 위협 대응 훈련"
Mk.39는 최신 버전 기준 최대 8노트(약 15㎞/h) 속도를 낼 수 있고, 수심 185m까지 잠항이 가능하다. 최대 작동 시간이 10시간에 불과해 실전적 대잠전 훈련에 쓰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애초 Mk.39를 어디쯤 투발했는지 훈련 부대 측이 알고 있고, 훈련을 실시하는 해역 범위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특정 범위만 집중 탐색하면 어렵지 않게 탐지해낼 수 있다. 따라서 실전적 대잠전 훈련에는 진짜 잠수함이 가상의 적으로 동원된다. 이번 한미일 연합훈련에는 아쉽게도 실제 잠수함이 공식적으로는 불참했다.
실전에서 대잠 작전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려운 일이다. 현대 잠수함은 고품질의 고장력강이 적용돼 잠항심도가 200~300m 이상인 경우가 많다. 대잠 전력이 배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해역에선 아주 느린 속도로 은밀히 기동하거나 아예 추진 계통을 꺼버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선 대단히 우수한 수중음파탐지기(Sonar·소나)를 사용해도 잠수함을 탐지하기 어렵다.
대잠 작전에선 훈련을 실시하는 장소도 대단히 중요하다. 장소마다 수중 환경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해는 한반도와 중국에서 유입되는 대량의 담수와 오염물질이 섞여 해역마다 바닷물의 매질(媒質)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 수중 물체는 음파를 이용해 존재 여부를 확인·추적할 수 있다. 해역별로 해수의 매질 특성이 다르다는 것은 발신점·수신점 사이에서 음파가 왜곡·소실·굴절될 수 있음을 뜻한다. 여기에 서해의 낮은 수심과 음파 난반사를 일으키는 복잡한 해저 지형도 대잠 작전을 어렵게 한다.
해역마다 다른 수중 환경
최근 북한이 '핵무인수중공격정'을 실험한 동해의 수중 환경은 서해와 전혀 다르다. 동해는 서해와 달리 수심이 깊고 육지에서 유입되는 담수가 적다. 수심이 깊은 만큼 혼합층·수온약층·심해층 구분이 뚜렷하고, 계절에 따라 각 층의 심도도 달라진다. 층마다 다른 성질의 수괴(水塊: 물의 덩어리)가 형성돼 음파의 왜곡·굴절·소실이 발생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같은 대잠 임무를 수행하는 음탐 담당관이라 해도 서해와 동해에 교차 투입하기 어려울 정도다.바다마다 다른 수중 환경과 대잠 작전의 어려움에 대해 장황하게 얘기한 것은 이번 한미일 연합훈련이 북한의 수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군 당국 발표가 어색해서다.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 핵무인공격정 같은 위협에 맞서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하려면 이번 훈련은 동중국해가 아닌 동해에서 실시됐어야 한다. 동중국해에서 Mk.39 같은 국지 대잠전 훈련 장비로 백날 훈련해도 동해에서의 작전 능력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미일 3국은 왜 동중국해에서 대잠전 훈련을 실시했을까.
이번 훈련은 세 나라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 아닌, 일종의 '기회 훈련'(PASSEX)이었다. 지난해 11월 정기 전개 임무를 시작해 아직 서태평양 순찰 일정이 2개월 남은 미 니미츠 항모 전단이 최근 부산을 방문했다. 원래의 주요 순찰 코스인 필리핀해로 가는 도중에 제주 남동방 해역을 지나게 됐고, 인근에 배치된 제7기동전단 전력이 니미츠 전단에 합류해 연합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때마침 동중국해에서 통상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일본 해상자위대 제12호위대 소속 우미기리함도 여기에 합류했다. 이번 훈련이 사전에 기획된 것이었다면 미국은 근처 해역에 있는 로스앤젤레스급 공격 원자력잠수함(원잠) '제퍼슨시티(SSN-759)'와 '애쉬빌(SSN-758)'을 각각 일본 사세보와 오키나와 기지에 입항시키지 않고 연합훈련에 합류하게 했을 것이다.
부산 정찰하듯 대한해협 통과한 中 구축함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이번 훈련은 북한이 아닌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잠전 훈련에서 '가상적'도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 핵잠수함 쪽에 가까워 보인다. 미국이 그간 대(對)중국 군사동맹에 적극 참여하지 않던 한국을 끌어내 중국 잠수함을 겨냥한 연합 대잠전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한국 측에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반중 동맹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는 압박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에 앞서 중국은 최신 전투함이 포함된 전대급 전력을 동해에 보냈다. 3월 29일 동해에 진입한 중국 함대는 최신예 대형구축함 055형 '안산'과 방공구축함 052D형 '치치하얼', 군수보급함 903A형 '타이허'로 구성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중 치치하얼이 중국 해군 함정이 동해에 진입할 때 지나는 쓰시마 해협 루트가 아닌, 대한해협 루트로 진입한 점이다. 대한해협은 한일 영해 사이 공간이 매우 협소하고 선박 통행량이 많아 제3국 군함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수로다. 중국 구축함은 한국 영해선에 바짝 붙어 부산을 정찰하듯 대한해협을 지나 동해에 진입했다. 당시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정박한 미 니미츠 전단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일본과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필요
군수보급함까지 끌고 동해에 들어선 중국 전투함들은 한반도를 담당하는 북부전구 예하의 북부함대 제1구축함지대 소속이다. 중국은 동해와 접한 해안선이 단 1㎝도 없다. 그럼에도 동해를 중국군 작전구역으로 선포한 뒤 수시로 전투함, 폭격기를 보내 초계 활동을 하며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이는 유사시 미·일 연합 세력이 중국을 포위, 압박하는 것을 자국 연안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저지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보다는 최근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서 중국의 전위를 자처하는 북한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가 강해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2021년 3월 25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055형 구축함을 탄착 해역에 보내 관측·비행 정보를 수집했다. 당시 북한 미사일은 중국 함대 인근에 떨어졌지만, 중국은 공식적으로 북한에 그 어떤 항의나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해당 미사일 발사 도발이 중국과 사전에 협의한 '연합훈련'이었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이처럼 동북아시아에선 한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중국·북한 군사동맹과 이에 대항하는 미국·일본 군사동맹의 대치 구도가 점점 극명해지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행동대장'을 자처하며 미·중 패권 경쟁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과 명백한 적대 관계인 한국은 더는 '전략적 모호성'을 주장하며 중립적 입장을 취할 수 없게 됐다. 북·중 동맹과 미·일 동맹의 경쟁 구도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만한 국력이 없는 한국이 중립 노선을 계속 취하면 어찌 될까. 청일전쟁, 러일전쟁 당시 중립을 선언했다 양쪽으로부터 다 얻어맞은 대한제국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한국과 가치·이념 등을 공유하는 미·일 동맹에 하루라도 빨리 합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의 한일관계 복원과 지소미아(GSOMIA: 군사정보보호협정) 정상화는 대단히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국제 정세가 한국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 강화, 일본과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등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안보 조치를 서두를 때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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