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억$ 이상 더 있을 것”…권도형의 ‘숨은 코인 찾기’는 성공할까?
"권도형은 비트코인 1만 개 이상을 빼돌려, 지난해 5월 무렵부터 스위스의 은행에 예치했다. 이후 지난해 6월부터 이를 현금화해 인출하기 시작했는데 그 금액만 1억 달러 이상이다."
- 美 SEC(증권거래위원회) 제소장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최소 1만 개의 비트코인을 빼돌려 왔다고 보고, 이 내용을 제소장에 적시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외에도 권 대표가 빼돌려 온 가상화폐만 최소 1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5월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의 폭락 이후 1년 가까이 권 대표 등 테라 관계자들의 가상화폐 지갑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의 말입니다.
조 교수는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주장하는 것일까요?
■ "권도형, 폭락 전부터 테라 빼돌려…1억 달러 규모 추정"
조 교수는 전세계 2위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들의 이동 내역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이더스캔' 등을 사용해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조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권 대표는 2021년 7월쯤부터 권 대표 소유로 보이는 지갑 2개에서 본격적으로 테라를 소유자 미상의 지갑들로 옮기기 시작합니다. 이 2개의 지갑은, 권 대표가 그간 테라 커뮤니티에 제안 글을 올리거나 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웜홀'이라는 일종의 가상화폐 환전소를 거쳤는데요. 테라를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이체하거나 다른 가상화폐로 바꾸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후 테라는 다시 또다른 소유자 미상의 지갑, 또는 바이낸스와 후오비 등 해외 대형 거래소 지갑으로 옮겨졌는데, 특이한 점은 테라가 아닌 테더, USDC 등의 다른 가상화폐들로 바꿔 옮겨졌다는 점입니다.
테라는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의 일종으로, 출시 당시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가격 변동이 크지 않고 안정적이다'는 점을 내세운 가상화폐입니다. 그런데 이 테더와 USDC 역시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2021년 7월은 테라 측이 일종의 고이율 상품인 '앵커 프로토콜' 출시 뒤 4개월 정도 지났을 때로, 당시 한창 테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던 상황"이라며 "이러던 와중에도 정작 권 대표는 자신의 테라를 다른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꿔 빼돌렸다는 점은 일종의 투자자 기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국 지난해 5월 폭락 전까지 소유자 미상의 지갑으론 4천만 달러 이상, 그 외 바이낸스 등 거래소와 장외 거래(OTC) 지갑으로는 6천만 달러 가까운 가상화폐가 이체됐습니다. 총 1억 달러 가량입니다.
■ "도피 중에도 거래소·장외 거래 지갑 등으로 이체…도피 자금 추정"
조 교수는 지난해 5월, 테라와 루나의 폭락 이후에도 권 대표 관련 지갑에서 가상화폐가 이체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앞서 권 대표의 가상화폐가 흘러들어간 소유자 미상의 지갑에서, 지난해 5월 말 80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가 바이낸스 거래소의 한 지갑으로 흘러들어간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뒤 지난해 9월에는 25만 달러, 지난해 12월에는 950만 달러, 지난 1월에는 100만 달러, 그리고 체포 한 달 전쯤이던 2월 말에도 210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가 장외 거래 지갑으로 이체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조 교수는 밝혔습니다.
이 장외 거래 지갑으로 가상화폐가 이체된 시기들은, 권 대표가 한창 도피 중이던 시기와 겹칩니다. 권 대표는 지난해 4월 무렵 이미 싱가포르로 출국해, 지난해 9월 두바이를 거쳐 지난해 말 세르비아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때문에 조 교수는 "(1억 달러 가량 중) 권 대표가 사실상 관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소유자 미상 지갑에 남아있는 2천만 달러 정도 외에, 7천만 달러는 이미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도피 자금 마련을 위해 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바이낸스 "동결 요청 시 협조하고 있어"
취재진은 조 교수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권 대표의 가상화폐가 해당 거래소 지갑에 있는지' 등을 바이낸스, 후오비, FTX 거래소 측에 이메일로 문의했습니다. 이중 FTX과 후오비 측은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바이낸스만이 "수사기관에서 동결 조치 요청 등이 오면 협조하고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조 교수는 "권 대표 체포 뒤에는 자금 이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어, 다행히 권 대표가 혼자 관리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수사기관이) 대형 거래소 등과 협조해 지갑 동결과 추징, 그리고 나머지 가상화폐를 계속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검찰, 권도형·신현성 지갑 일부 동결 요청
테라·루나 사태를 쭉 수사해온 검찰 역시 계속해서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등이 빼돌리려 한 가상화폐를 쫓고 있습니다.
앞서 검찰은 앞서 권 대표와 신 전 대표 소유 가상화폐와 관련해, 바이낸스 측에 이들과 관련된 지갑에 대해 동결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러한 동결 요청이 조 교수의 주장대로 권 대표 지갑에서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통해 옮겨졌다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권 대표의 체포로 테라 수사도 분기점을 맞이한 가운데, 수사기관과 민간 전문가의 '숨은 코인 찾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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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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