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리지널 | “동은아, 이제 내 차례야” 여성 복수극 4

문영훈 기자 2023. 4. 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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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리지널’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및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 세상 속 등대까진 못 돼도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너는 날 위해, 나는 널 위해
‘두 리벤지’
서스펜스의 대가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열차 안의 낯선 자들’(1951)에는 '교환 살인’이라는 트릭이 등장한다. 열차 안에서 마주친 한 남자가 당신의 눈엣가시 같은 아내를 죽여줄 테니 대신 내 아버지를 살인해달라는 제안을 한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둘은 용의선상에도 오르지 않으면서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 영화 '두 리벤지’(2022)는 같은 설정을 차용한다. 로즈힐 고등학교에서 소위 '잘나가는’ 학생인 드레아는 남자 친구 맥스의 꼬임에 넘어가 그에게 자신의 나체가 찍힌 영상을 보낸다. 맥스가 이를 실수인 척 자신의 SNS에 업로드하며 곤경에 처한다. 드레아는 전학생 엘리너 역시 학내에 복수할 대상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고 서로의 원수에게 '교차 복수’를 하기로 한다.

‘두 리벤지’는 '열차 안의 낯선 자들’처럼 시선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하이틴 맛집’ 넷플릭스답게 화려한 미국 사립학교의 모습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충돌 상황을 섞어 볼거리를 선사한다. '두 리벤지’의 두 축을 이루는 배우도 매력적이다. 드레아 역을 맡은 카밀라 멘데스는 넷플릭스 유명 시리즈 '리버데일’에 등장하는 베로니카다. 엘리너 역은 에단 호크와 우마 서먼 사이에서 태어난 마야 호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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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복수 한 숟갈
‘리벤지’
남자 친구 리처드의 사냥 여행에 동행한 제니퍼는 갑자기 별장에 들이닥친 리처드의 친구 스탠 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스탠과 동행한 딤트리 는 이를 관망할 뿐이다. 제니퍼는 리처드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그는 오히려 제니퍼에게 침묵을 요구한다. 제니퍼가 이를 거부하자 리처드 는 문제가 복잡해질까 우려해 그의 친구들과 함께 제니퍼를 낭떠러지에서 내민다. 절벽 밑으로 떨어 지던 중 뾰족한 나뭇가지가 제니퍼의 몸을 관통 한다. 여기까지가 영화 27분까지의 이야기다. 나머지 1시간 21분은 온전히 제니퍼의 통쾌한 복수(revenge)로만 이뤄져 있다.

단순한 재료로도 맛깔난 음식을 만들 수 있듯 멀티 캐스팅과 화려한 세트장, 배배 꼬는 줄거리가 합쳐져야 재밌는 영화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요 등장 인물은 앞서 언급한 총 4명이 전부고 로케이션 역시 사막과 별장에 불과하지만 '리벤지’는 2시간을 '순삭’할 성찬을 차린다. 영화는 시종일관 질주하는 매력을 갖고 있어 뾰족한 나뭇가지가 배를 관통해도 죽지 않고, 물 한 방울 없이 사막을 내달리는 주인공을 봐도 개연성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복수의 과정은 꽤 잔인하므로 피에 질겁 하는 관객에겐 비추천한다.

프랑스 여성 감독 코랄리 파르자는 이 영화로 2017년 제50회 시체스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평단뿐 아니라 복수극을 사랑하는 한국 관객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2018년 제22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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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의 또 다른 여성 복수극
‘데쓰 프루프’

‘킬 빌’ 시리즈로 21세기 여성 복수극의 이정표를 제시한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그다음 작품이다. 동양 무술과 만화의 영향을 받은 화려한 색감이 '킬 빌’의 특징이라면 2007년 개봉한 '데쓰 프루프’는 미국 엑스플로이테이션(exploitation)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섹스·폭력 등의 소재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 장르는 1970년대 미국 극장가를 휩쓸었다. 이 영화 역시 피 칠갑이 난무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스턴트맨 마이크가 살인 행각을 벌이는 방식을 보여준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데쓰 프루프(Death Proof)는 마이크의 차 이름으로, 스턴트 행위에도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조된 차를 의미한다. 마이크는 여성을 꾀어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조수석에 앉힌다. 이후 난폭 운전으로 그 여성을 처참히 살해한다. 2부는 또 다른 피해자를 물색하던 마이크가 스턴트우먼 셋에게 잘못 걸리면서 그가 자행했던 폭력을 되갚음 당하는 이야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유튜브에 따로 클립이 만들어져 공유될 정도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니 기대해도 좋다.

타란티노 감독은 마이크를 통해 자신보다 약한 대상만을 골라 공격하는 범죄자를 비웃는다. 영화의 2부에서 여성을 공격하던 마이크가 스턴트우먼에게 얻어터진 뒤 엄살을 부리는 장면에서 그 조소는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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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킬 빌’

‘K-복수’의 끝판왕
‘이브’

"13년의 설계, 인생을 건 복수. 대한민국 0.1%를 무너뜨릴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고품격 복수극."

‘더 글로리’ 이야기인가 싶지만 아니다. 2022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브’의 시놉시스다. 한 연예 전문 매체는 그해 최악의 드라마로 '이브’를 꼽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문제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배우 서예지가 '가스라이팅’ 논란 후 복귀한 작품이라는 점과 극 초반 파격적인 베드신 등으로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드라마를 쉽게 재단하기는 어렵다.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 '이브’에는 한국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K-드라마 요소가 고루 들어가 있다. 부친의 죽음을 목격한 주인공 이라엘이 가해자와 그 가족을 무너뜨리기 위해 준비한 치밀한 복수를 전개하는 내용이다.

문어체의 대사, 과한 설정은 분명 호불호를 탈 만하다. 하지만 '막장’으로도 불리는 K-드라마만이 줄 수 있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즐기게 되는 심리)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유튜브에서 드라마 제목을 검색해 몇 개의 영상만 찾아보면 자신이 이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서예지 외에도 유선, 박병은, 이상엽 등 잔뼈 굵은 배우들의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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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 '펜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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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넷플릭스 왓챠 티빙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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