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리지널 | “동은아, 이제 내 차례야” 여성 복수극 4
‘O!리지널’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및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 세상 속 등대까진 못 돼도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너는 날 위해, 나는 널 위해
‘두 리벤지’
넷플릭스 영화 '두 리벤지’(2022)는 같은 설정을 차용한다. 로즈힐 고등학교에서 소위 '잘나가는’ 학생인 드레아는 남자 친구 맥스의 꼬임에 넘어가 그에게 자신의 나체가 찍힌 영상을 보낸다. 맥스가 이를 실수인 척 자신의 SNS에 업로드하며 곤경에 처한다. 드레아는 전학생 엘리너 역시 학내에 복수할 대상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고 서로의 원수에게 '교차 복수’를 하기로 한다.
‘두 리벤지’는 '열차 안의 낯선 자들’처럼 시선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하이틴 맛집’ 넷플릭스답게 화려한 미국 사립학교의 모습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충돌 상황을 섞어 볼거리를 선사한다. '두 리벤지’의 두 축을 이루는 배우도 매력적이다. 드레아 역을 맡은 카밀라 멘데스는 넷플릭스 유명 시리즈 '리버데일’에 등장하는 베로니카다. 엘리너 역은 에단 호크와 우마 서먼 사이에서 태어난 마야 호크가 맡았다.
드라마 '엘리트들’ '리버데일’, 영화 '키싱 부스’
단순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복수 한 숟갈
‘리벤지’
단순한 재료로도 맛깔난 음식을 만들 수 있듯 멀티 캐스팅과 화려한 세트장, 배배 꼬는 줄거리가 합쳐져야 재밌는 영화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요 등장 인물은 앞서 언급한 총 4명이 전부고 로케이션 역시 사막과 별장에 불과하지만 '리벤지’는 2시간을 '순삭’할 성찬을 차린다. 영화는 시종일관 질주하는 매력을 갖고 있어 뾰족한 나뭇가지가 배를 관통해도 죽지 않고, 물 한 방울 없이 사막을 내달리는 주인공을 봐도 개연성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복수의 과정은 꽤 잔인하므로 피에 질겁 하는 관객에겐 비추천한다.
프랑스 여성 감독 코랄리 파르자는 이 영화로 2017년 제50회 시체스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평단뿐 아니라 복수극을 사랑하는 한국 관객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2018년 제22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타란티노의 또 다른 여성 복수극
‘데쓰 프루프’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스턴트맨 마이크가 살인 행각을 벌이는 방식을 보여준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데쓰 프루프(Death Proof)는 마이크의 차 이름으로, 스턴트 행위에도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조된 차를 의미한다. 마이크는 여성을 꾀어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조수석에 앉힌다. 이후 난폭 운전으로 그 여성을 처참히 살해한다. 2부는 또 다른 피해자를 물색하던 마이크가 스턴트우먼 셋에게 잘못 걸리면서 그가 자행했던 폭력을 되갚음 당하는 이야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유튜브에 따로 클립이 만들어져 공유될 정도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니 기대해도 좋다.
타란티노 감독은 마이크를 통해 자신보다 약한 대상만을 골라 공격하는 범죄자를 비웃는다. 영화의 2부에서 여성을 공격하던 마이크가 스턴트우먼에게 얻어터진 뒤 엄살을 부리는 장면에서 그 조소는 극대화한다.
영화 '킬 빌’
‘K-복수’의 끝판왕
‘이브’
‘더 글로리’ 이야기인가 싶지만 아니다. 2022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브’의 시놉시스다. 한 연예 전문 매체는 그해 최악의 드라마로 '이브’를 꼽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문제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배우 서예지가 '가스라이팅’ 논란 후 복귀한 작품이라는 점과 극 초반 파격적인 베드신 등으로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드라마를 쉽게 재단하기는 어렵다.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 '이브’에는 한국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K-드라마 요소가 고루 들어가 있다. 부친의 죽음을 목격한 주인공 이라엘이 가해자와 그 가족을 무너뜨리기 위해 준비한 치밀한 복수를 전개하는 내용이다.
문어체의 대사, 과한 설정은 분명 호불호를 탈 만하다. 하지만 '막장’으로도 불리는 K-드라마만이 줄 수 있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즐기게 되는 심리)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유튜브에서 드라마 제목을 검색해 몇 개의 영상만 찾아보면 자신이 이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서예지 외에도 유선, 박병은, 이상엽 등 잔뼈 굵은 배우들의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살린다.
드라마 '더 글로리’ '펜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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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넷플릭스 왓챠 티빙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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