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 본능?…크레디스위스 주식 폭락하자 몰린 서학개미들
지난달 세계를 강타한 ‘은행 파동’ 여파로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의 주가가 폭락하자, 서학개미(미국 주식 사는 국내 투자자)들은 원래 가지고 있던 보유 수량의 9배까지 사들이며 ‘불나방 본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 매수를 노린 행보지만, 주가가 회복이 안되면 큰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8일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실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뉴욕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된 크레디스위스 주식을 보유한 수량은 지난달 초(미국 현지 거래 시점 기준) 약 47만주에서 같은 달 22일 415만주로 9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금액으로 따지면, 같은 기간 약 18억원에서 47억원으로 2.6배 가량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중 크레디스위스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금액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 증시 상장 크레디스위스 ADR의 주가는 올 초 이후 2~3달러선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BV)의 파산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15일과 20일엔 각각 14%와 58%씩 급락해 1달러 선이 깨졌다.
서학개미들은 이런 폭락 때마다 이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20일엔 352만주(44억원어치)을 순매수했고, 15일엔 86만주(23억원어치)를 샀다. 크레디스위스 주가는 이후에도 소폭 떨어져 지난 6일엔 약 0.88달러로 마감했다.
다만, 미국이 아닌 스위스 증시에 상장된 원래 크레디스위스 주식에 대해선 거의 거래가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들어 22일까지 15거래일 동안 단 하루(20일)거래가 이뤄졌는데 900만원 정도 순매수에 그친 것이다. 대부분의 서학개미들이 미국 상장 주식을 찾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스위스 상장 크레디스위스 주가도 지난달 70% 넘게 떨어졌다.
앞서 지난달 미국 SBV의 파산 직전에도 서학개미가 저가 매수를 노리고 몰렸다. 당시 파산 전날과 당일 이틀간 국내 투자자들은 SVB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의 주식을 약 1204만달러(약 158억원)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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