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경영 공백 탓?…KT, 1분기 나홀로 역성장
KT는 지난해 사상 첫 매출 25조 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연결 기준 1조 6,901억 원으로 2년 연속 1조 6,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1분기 만에 반전되는 모습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최근 3개월 내 발표된 증권사 실적 전망을 종합한 KT의 1분기 영업이익을 5,564억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6,266억 원과 비교했을 때 11%가량 줄어든 수치입니다.
SKT와 LG유플러스 등 다른 이동통신사들은 올해 1분기 각각 6.8%, 8.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통신 3사 중 KT만 나 홀로 역성장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겁니다.
■"역기저 효과"…주주들은 떨어지는 주가에 한숨
KT 관계자는 "성장 지표인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분기엔 자산 매각 등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있어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역기저 효과'일 뿐이지 경영 공백으로 인한 실적 부진은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바라보는 KT 주주의 걱정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차기 대표이사 선출이 난항을 겪으면서 KT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왔고, 정기 주주총회 당일인 지난달 31일에는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KT 소액주주 모임 운영자는 챗GPT 등을 예로 들며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도 시원찮은 판에 경영 공백 사태가 일어나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넷 주주 모임 카페 등에서도 현 상황을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KT '경영 공백 사태' 일지>
2022년 11월 8일 구현모 당시 KT 대표 연임 도전 선언
12월 8일 국민연금 이사장, CEO 선임 절차 지적
12월 13일 구현모 대표 경선 요청
12월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CEO 선임 절차 지적
12월 28일 KT 이사회, 구현모 차기 CEO 후보 선정
국민연금, 반대 의결권 행사 시사
2023년 2월 9일 KT, 차기 대표 선임 재추진 공고
2월 20일 차기 대표 후보군 34명 명단 공개
2월 23일 구현모, 연임 포기 선언
3월 7일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 확정
3월 27일 윤경림 후보 사퇴
3월 31일 정기주주총회, 차기 대표 선출 안건 폐기
■AI 등 시장 급변 상황에서 경영 공백
KT는 올해 상반기 중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한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챗GPT 등의 등장으로 인공지능 시장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KT의 AI 전략 역시 이에 맞게 변화가 필요해 보이지만, 강력한 의사 결정 주체가 없는 점을 주주들은 걱정하고 있습니다.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회사 안팎을 안심시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대표 이사뿐만 아니라 KT 이사회 역시 사실상 와해된 터라, 신사업 추진이나 주요 정책 결정도 지연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합니다.
KT 협력사들도 경영 공백에 따른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금 결제가 늦어지거나 신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하면서 협력사들에게 피해가 돌아오고 있다는 겁니다.
협력사들의 우려가 커지자 KT는 이달 중 주요 협력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투자 계획 등을 공유하며 진화에 나설 방침입니다.
KT 측은 "연초부터 계획된 투자 사업들이 이달부터 본격 집행되기 시작했다"면서 "투자 사업들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차기 대표 선출 열쇠는 국민연금?
차기 대표이사 선출까지는 지금부터 적어도 5개월 정도 걸립니다. 사실상 해체된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차기 대표이사 선출 등의 절차를 밟게 됩니다.
우선 KT는 국민연금과 현대자동차, 신한은행 등 주요 주주들에게 신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위한 외부 전문가 추천을 요청했습니다. 비상경영위원회 산하에 설치키로 한 한 '뉴 거버넌스 구축 TF'에 주주들이 추천한 전문가를 참여시키겠다는 겁니다.
외부 전문가 추천 공문은 KT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 17곳에 발송됐습니다.
TF는 8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운영되면서 사외이사 선임과 대표이사 선출 절차 등을 점검하고, 지배구조 발전 방향 등을 제시하게 됩니다.
이 같은 KT의 방침은 사외이사 선출 과정부터 주요 주주가 추천한 전문가를 참여시켜 공정성, 투명성, 외부 입김 논란 등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결국, KT 지분 8.53%를 보유한 1대 주주 국민연금이 사실상 차기 대표 선출 등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현대차그룹(7.79%)과 신한은행(5.58%) 등 다른 대주주들이 국민연금과 다른 의견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TF가 대주주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소액주주 등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유대 기자 (yd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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