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도 부동산에 투자했었다…그가 말하는 '투자의 기본'[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편집자주] 버핏 워너비를 위해,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버핏은 1965년 방직업체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했으며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매년 20%에 가까운 투자수익률을 올렸습니다. 1964년부터 2022년까지 버크셔의 주가는 378만7464% 상승했습니다.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숫자이지요, 저도 눈을 의심했습니다.
특히 버핏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부호들과는 다릅니다. 매년 5월초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개최되는 버크셔 주주총회에는 해마다 5만명 넘는 투자자들이 버핏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참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30일 개최된 주총에서도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5시간 가까이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했습니다. 주로 버핏이 대답하고 멍거는 시즈캔디의 피넛브리틀(캐러멜과 땅콩이 어우러진 바삭한 과자)을 계속 먹었지만요.
버핏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이유는 자신의 지혜를 아낌없이 나눠주기 때문입니다. 세계 5위 부호가 말하는 투자와 삶의 지혜가 궁금하지 않나요? 버핏처럼 되고 싶은 '버핏 워너비'(Buffett wannabe)를 위해서 버핏이 말하는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려 합니다.
1970년대 미국 중서부의 농장 가격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다 1980년 이후 거품이 터지자 농장 가격은 반 토막 났고 돈을 빌려 농장을 매수한 농부와 돈을 빌려준 은행 모두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버핏이 농장을 구매한 건 1986년입니다. 버핏은 오마하 인근에 있는 400에이커(약 49만평)규모의 농장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부터 사들였습니다. 가격은 28만달러(약 3억6400만원)로 은행이 농장을 담보로 대출해줬던 금액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버핏은 농장 운영에 대해 아는 게 없었지만, 농사를 좋아하는 아들 하워드 버핏에게 농장에서 산출되는 옥수수와 콩의 양, 농장 운영비용을 배운 후 농장에서 나오는 수익이 농장가격의 약 10%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산출량도 늘고 곡물 가격도 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두 가지 예상 모두 맞았습니다.
28년이 지난 2014년 농장에서 나오는 이익은 3배로 늘고, 농장 가격은 5배 넘게 올랐습니다.
버핏은 1993년에도 부동산에 투자했습니다. 버핏이 위기에 빠진 살로몬 브라더스를 구하기 위해 CEO를 맡을 때 회사 건물 소유주였던 래리 실버슈타인이 알려준 부동산 매물이었습니다. 정리신탁공사가 매각하는 뉴욕대학교 부근의 상가였는데, 상업용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자 정리신탁공사가 저축기관들의 자산을 처분하기 위해 내놓은 매물이었습니다.
이번 부동산도 대출금이 없을 때 수익률은 농장과 비슷한 연 10%였습니다. 그런데, 정리신탁공사가 부동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실을 임대하면 수익이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전체 공간의 20%를 임대한 세입자가 내는 임대료는 건물 평균 임대료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습니다. 9년 뒤 임대계약이 만료되면 수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부동산의 위치도 최고였습니다. 맨해튼 시내 한 복판에 있는 뉴욕대학이 옮겨갈 일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존 임대계약이 만료되자 수익이 3배로 늘었고 매년 받는 분배금이 원금의 35% 이상이라고 버핏은 얘기했습니다. 여러 번 받은 특별 분배금만 투자 원금의 150% 이상으로 원금을 모두 회수하고도 남았구요.
첫째, 자산의 미래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버핏은 자산의 미래 이익을 대충이라도 추정하기 어렵다면 포기하고 다른 자산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02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도 버핏은 생산성을 통해, 농장, 아파트 및 비트코인을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미국의 모든 농지나 모든 아파트의 지분 1%를 사라고 하면 당장이라도 250억달러를 내고 사겠지만, 세상의 모든 비트코인을 25달러에 사라고 하면 사지 않겠다고 발언한 겁니다.
당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7000억달러가 넘었는데도 말입니다. 버핏의 말인즉슨, 비트코인은 아무 것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누구에게라도 되팔아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버핏은 식량을 생산하는 농지, 임대료가 나오는 아파트 같은 생산적 자산과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비트코인 같은 비생산적 자산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둘째, 수익만을 생각하지 매일의 가격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버핏은 자산의 미래 가격 변동에 초점을 맞추는 행위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말했습니다. 투기가 잘못이라는 건 아닌데요, 버핏은 자신이 투기를 잘하지 못하며 투기에 계속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말도 안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버핏은 그리고 어떤 자산의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사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뜨끔해지는 대목일 것 같네요.
버핏은 점수판(주가)만 바라보는 선수들이 아니라 시합(수익)에 집중하는 선수들이 승리한다고 비유했는데요, 머리 속에서 이미지를 그려보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주가만 바라보는 투자자는 점수판만 바라보는 야구 선수와 똑같은 거네요.
셋째, 거시경제 예측 및 시장 예측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버핏은 거시경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세우거나 거시경제 예측을 신경쓰는 건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회사의 수익이라는 핵심 문제에 대한 집중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버핏이 2개의 부동산을 산 시점은 1986년과 1993년이었으며 거시경제, 금리,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이 무슨 말을 하든 네브래스카 농장에서는 옥수수가 자라고 뉴욕대학교 인근에는 학생들이 계속 몰려들 테니까요.
여기서 버핏은 부동산과 주식의 차이점을 지적합니다. 바로 주식은 실시간으로 가격이 제공되지만, 농장이나 뉴욕 부동산의 가격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움직이는 가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 유리할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농장이나 아파트는 수십 년도 보유하지만, 주가가 급변하고 전문가들이 "가만 앉아 있지만 말고 뭐라도 해보세요"라고 말하면 흥분하기 일쑤입니다. 원래 유동성은 이로운 것이지만, 이런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이 오히려 저주입니다.
시장이 폭락해도 투자자가 손해보는 것은 아니며 진정한 투자자에게는 시장 폭락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급락했을 때 여유 자금이 있다면 말이지요. 바로 2022년말 기준, 버핏이 129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버핏은 글로벌 금융위기 초입인 2008년 9월 골드만삭스 우선주에 5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주가가 떨어졌을 때 더 열심히 투자할 곳을 찾습니다.
"투자자에게 공포감은 친구이고 행복감은 적입니다" 우리가 되새겨야 할 버핏의 말입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데이트폭력 신고 후 살해된 女…동거男에 '보복살인 혐의' 적용 - 머니투데이
- '생후 2개월' 골절상만 29곳→발작 후 사망…출생신고도 안 해 - 머니투데이
- 스윙스, 지상렬 '음주갑질 논란'에 "제작진, 사과 제대로 배우라" - 머니투데이
- 임영웅, 단독 리얼리티 오늘 첫 방송…영어부터 요리까지 섭렵 - 머니투데이
- '섬유근육통' 앓는 母 때리는 중1 금쪽이…"누가 맞을짓 하래?" - 머니투데이
- "음주운전 곽도원, 원망스러워"…개봉 2년 미룬 곽경택, 솔직 심경 - 머니투데이
- '1억 빚투' 이영숙, 재산 없다?…"토지 압류당하자 딸에 증여" 꼼수 - 머니투데이
- "거울 안보여" 엘리베이터 게시물 뜯은 중학생 송치?…국민 질타에 결국 - 머니투데이
- 껴안고 죽은 폼페이 일가족 화석?…2000년만에 밝혀진 진실 - 머니투데이
- 서동주, 경매로 산 집 알고보니…"7~8년 후 재개발" 겹경사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