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컬렉터가 지켜온 원계홍의 작품…성곡미술관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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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원계홍(1923∼1980)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두 소장가를 두고 "이름 없이 먼지처럼 흩어져 버릴 뻔했던 작가와 작품을 보호했다"면서 "원계홍은 두 예술 애호가의 관심 덕분에 다시 세상에 나와 빛을 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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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양화가 원계홍(1923∼1980)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원계홍은 일본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미술을 좋아해 사설 미술아카데미에서 그림 공부를 시작했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다.
폴 세잔 등의 영향을 받은 그는 골목 풍경과 정물화 등을 주로 그렸다. 특히 1970년대 말 작업한 골목 풍경 연작은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이전 서울 변두리의 뒷골목을 회색 주조로 해 단순한 기하학적 구성으로 그려냈다.
이번 전시는 마지막 유작전인 1990년 공간화랑 전시 이후 33년 만이다. 심장마비로 57세에 세상을 떠나기 이전 단 두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사후에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1989)을 비롯해 세 차례 회고전이 열렸을 뿐인 그의 작품을 다시 세상에 불러낸 배경에는 두 사람의 수집가(컬렉터)가 있었다.
1989년 원계홍이 살던 서울 부암동에서 우연히 부동산 중개소를 찾은 김태섭 전 서울장신대 학장은 매물로 나온 원계홍의 집을 둘러보다 그의 그림에 반해 집과 그림 200점을 한꺼번에 구입해 지금껏 소장해 왔다. 김 전 학장은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다. 또 다른 컬렉터인 윤영주 우드앤브릭 회장(전 크라운제과 대표)도 1984년 서울 공창화랑에서 열린 첫 유작전을 통해 작가를 알게 됐고 이후 구입한 작품들을 계속 소장해 왔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두 소장가를 두고 "이름 없이 먼지처럼 흩어져 버릴 뻔했던 작가와 작품을 보호했다"면서 "원계홍은 두 예술 애호가의 관심 덕분에 다시 세상에 나와 빛을 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 사람이 소장한 원계홍의 작품 100여점과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 골목 풍경과 정물화 외에 은지화와 인물화 등도 볼 수 있다.
전시가 입소문을 타면서 전시장에는 평일에도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작가의 그림 속 옛 골목의 실제 풍경을 떠올리며 보러오는 관객들도 많다고 미술관 측은 전했다. 미술 애호가로 유명한 방탄소년단의 RM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원계홍의 그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전시는 5월21일까지. 유료 관람.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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