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렉서스, 올리브 이야기를 시작하며 [신(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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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제목의 경제 칼럼 시리즈를 시작한다.
모든 훌륭한 저작은 시대를 뛰어넘게 마련이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대중경제서는 예외이기 때문이다.
국제외교와 국제경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이 당시 최신의 정보와 트렌드를 내공과 버무려 뽑아냈으니 그럴만도 하다.
러시아는 정치, 외교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이웃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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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제목의 경제 칼럼 시리즈를 시작한다. 제목에 대한 변명부터 해야겠는데, 직접 지은 건 아니다. 편집국장이 추천하시며 “더 나은 제목 있다면 얼마든지 붙여도 좋다”고 하셨지만, 끝내 더 나은 제목을 만들어내는 데에 실패했다. 평생 따라다닐 이름을 짓는 건 언제나 힘들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1999년 발간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존재 때문이다. 한창 세계화가 글로벌경제의 화두로 자리 잡고 있던 시절 이 책은 가벼운 터치와 가볍지 않은 통찰을 제공하며 “뉴욕타임스에서 글로 먹고 살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는구나”하는 감동을 주었다. 내용에 동의하느냐, 동의하지 않느냐와는 별개로 이정도로 잘쓰인 대중경제서는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 토머스 프리드먼이 제시한 국제경제와 여기서 파생된 생활상은 상당부분 현실로 이루어졌다. 국제외교와 국제경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이 당시 최신의 정보와 트렌드를 내공과 버무려 뽑아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랬으니 세계화의 전도서로 역할을 할 수 있었겠지만. 다만, 프리드먼이 그토록 역사적 필연이라 외쳤던 ‘세계화’ 그 자체는 2020년 들어 심각하게 일그러진 상태다. 러시아는 정치, 외교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이웃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은 반도체법, IRA 등을 통해 노골적인 자국 경제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중이다. 한국이 대표적으로 영향을 받는 터라 그 타격감이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초고속 인터넷의 대중화에 따로 인한 생활상의 변화가 자유시장경제를 완성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결국 한때의 꿈으로 결론났다.
이런 보호무역주의의 부활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가 20년 전 세계화 흐름을 이끌던 프리드먼의 조국 미국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사실 당시 그 시절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보호할 필요도 없었다. IT 시대 공통 언어가 된 영어를 기반으로 IT 혁명에서 몇발자국 앞서나갔기 때문. 이미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미국은 폼을 재며 근엄하게 “세계는 자유롭게 경쟁해야만 한다”고 외치기만 하면 됐다.
이렇게 미국이 먼저 출발해 1등으로 달렸던 IT혁명의 시대가 황혼기에 도달했고, 지나친 효율화 추구 속 그 사이 하드웨어 실물 제조 역량을 잃어버린 미국은 이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지켜내기 위해 노골적인 자국 중심주의를 내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폼은 안 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시기에 이런 ‘운동장’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기에는 국제경제는 국가간 관계와 지정학적 위치 등 온갖 배경지식을 동원해 다층적으로 바라봐야만 한다. 부끄럽지만 그걸 좀 해보려고 한다. 과연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제경제의 움직임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부족한 글을 통해 뜯어보자.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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