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후 나쁜 뇌전이암, 수술로 기대되는 3가지 효과 [건강 팁]

안경진 기자 2023. 4.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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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스데반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폐암·유방암·흑색종 진단후 뇌전이 흔한데 예후 나쁜 편
항암·방사선치료 반응률 낮아 수술 치료가 유일한 대안
신경학전 죽음 막는 게 최우선 목표···생존기간 개선 추세
우측 편마비와 언어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조영증감 MRI 검사를 시행한 결과 뇌전이암이 확인됐다. 전이암 주변으로 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왼쪽)와 부종이 관찰된다.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서울경제]

뇌전이암은 신체 내 고형암이 뇌로 전이된 암을 통칭하는 용어다. 악성 뇌종양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 폐암·유방암·흑색종으로 진단된 후에 뇌전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신장암과 소화기암에서도 뇌전이가 일어난다. 뇌전이암은 환자의 전신 상태 및 원발 부위 종양 종류에 따라 예후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특별한 치료 없이는 6개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

뇌전이암을 치료할 때는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와 함께 수술적 치료가 중요한 옵션으로 고려된다. 수술적 치료의 첫 번째 목표는 신경학적인 죽음(neurological death)을 방지하는 것이다. 전신 상태가 양호하게 유지돼도 뇌전이암이 진행되면 신경학적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양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면 뇌 전체에 심한 부종으로 영향을 미친다. 항암치료 및 방사선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데 이러한 환자에게는 수술적 치료가 유일한 대안이다. 특히 전이암이 1개인 경우 수술적 치료 후 1년 이상 재발하지 않는 환자가 50% 이상일 정도로 성적이 좋다. 최근에는 다발성 뇌전이암에서도 수술을 적극 고려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뇌전이암 수술의 두 번째 목표는 환자의 신경학적 증상을 호전시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뇌전이암 환자들은 종양 주위 뇌 부위에 심한 부종으로 인해 오심·구토, 두통, 인지기능장애, 운동장애, 언어장애, 시력장애 및 경련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후 약 3개월이 지나면 이러한 부종이 대부분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관련 증상도 호전된다. 뇌부종은 스테로이드라는 약물로도 일시 조절이 가능하지만 스테로이드를 지속적으로 투약하면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장기간 사용은 권고되지 않는다. 수술을 받으면 약 1주 이내 스테로이드를 끊을 수 있다. 다만 전이암의 위치가 뇌에서 중요한 부위에 위치해 있는 경우 수술 후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그에 따른 재활치료 등이 요구된다. 그 밖에 정확한 조직 확인이 필요하거나 조직의 분자유전학 검사 결과에 따라 새로운 약제를 사용해볼 수 있다고 판단될 때도 뇌전이암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뇌전이암 수술은 필요한 영역만을 제거할 수 있도록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실제 뇌신경이 기능하는 곳과 전달되는 길을 확인하는 기능 자가공명영상(fMRI) 검사기법을 사용해 언어중추와 같이 꼭 보존해야 하는 영역에 종양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 환자가 깬 상태로 각성수술을 시행한다. 특수형광 물질을 투여해 뇌종양만 선택적으로 보이게 하는 형광유도수술 등 다양한 첨단기법을 통해 종양을 완전하게 제거하면서도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뇌전이암은 대부분 머리 뼈에 가까운 뇌 표면에 위치하고 있어 두개골을 가르는 개두술이 필요하다. 많은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것과 달리 개두술 자체는 동반되는 합병증이나 위험성이 많지 않다. 수술 후 통증도 상대적으로 적은 부위라 보통 수술 후 2~3일 정도면 퇴원이 가능하다. 다른 악성 뇌종양에 비해 뇌 표면에 위치하고 경계가 좋은 편이라 비교적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며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완전 절제가 용이한 뇌암에 속한다.

최근 다양한 항암신약이 개발되면서 전이암 환자들의 치료성적이 크게 향상됐다. 뇌전이암만 조절 된다면 생존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비록 모든 환자에게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진 않으나 위에서 언급된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들은 수술을 통해 생존기간 연장 및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원발암이 있으면서 신경학적 증상이 의심된다면 주치의와 상의 후 적절한 검사를 통해 뇌전이암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고 여러 진료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종양을 수술하는 신경외과 의사로서 보다 많은 뇌전이암 환자들이 수술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안스데반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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