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첫 판결 '유죄'…'양형 논란' 속 노동자 사망 줄어들까

강지은 기자 2023. 4.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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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법원, '하청노동자 사망' 원청 대표에 첫 징역형 집행유예
중대재해법에도 사망 감소 미미했지만…'유죄' 영향 주목
노동계 "솜방망이 처벌…노동자 죽음 막을 수 없어" 비판

[인천공항=뉴시스] 조성우 기자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해 1월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4단계 건설사업 현장에 안전모와 장갑이 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고홍주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유죄'로 나오면서 이번 판결이 향후 노동자 사망사고 감축으로 이어질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대재해 발생과 관련해 원청 대표의 책임이 인정된 만큼 안전에 대한 기업의 경각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노동계에선 '솜방망이' 처벌로는 중대재해 감축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8일 고용 당국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6일 1심 법원이 하청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 대표에 첫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내리면서 중대재해 감소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발생 시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지난해 1월27일 이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을 당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기업의 경각심이 높아져 노동자 사망 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사고 사망자는 644명으로, 전년보다 39명(5.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50억원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는 오히려 8명 증가했다.

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지만, 그 중에는 중대재해 수사와 재판의 진척 속도가 매우 느려 시행 1년이 넘도록 처벌받은 경영 책임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1년 3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첫 '유죄' 판단은 기업에 주는 의미가 상당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대로 안전 관리를 하지 않으면 원청 대표도 처벌된다는 메시지를 줬기 때문에 기업이 좀 더 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안전에 대해서도 보다 꼼꼼하게 신경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되기는 했지만,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경우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형량도 높은 수준이라고 법조계는 분석했다.

기업들도 일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생각보다 낮지 않은 형이 선고됐다"며 "현장 한 곳에서만 사고가 나도 회사 CEO가 실형을 피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생명안전 개악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4.04. photocdj@newsis.com

그러나 강도 높은 처벌을 기대했던 노동계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하며 노동자 사망사고 감소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사실상 현행 산안법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의 형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번 판결로 기업들은 '사망 재해가 발생해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지적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도 "중대재해법에서 정한 처벌 양형 기준의 최저 수준에 가까운 형이 구형됐다"며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사업주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 없이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 '1호 사건'인 삼표산업 등 향후 예정된 재판의 판례가 쌓이고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야 처벌 수위를 보다 가늠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처럼 낮은 형량이 부과된다면 중대재해 감축에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종 판결까지 4~5년을 기다려야 될 수도 있다. 과연 노동자를 위한 안전 개선이 되겠느냐"며 "처벌은 처벌대로 가더라도 현장에서 개선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그것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획기적인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법령 개선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자기규율 예방체계 중심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올해 1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경영계는 처벌 규정과 경영 책임자 범위 등이 여전히 모호해 현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처벌 완화와 중대재해법 무력화를 위한 개악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한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제도 개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한 번 들어보는 형태"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일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올해 6월까지 TF를 운영하면서 지난 1년간 시행된 중대재해법의 추진 현황과 한계, 특성 등을 진단하고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법 적용 대상도 확대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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