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외출한 치매환자 사망…요양원 배상 책임은?[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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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앓던 환자가 직원 모르게 외출해 배회하다 다쳤다면 요양원 측에 배상 책임이 있을까.
정 판사는 "A씨는 사고 한달 전부터 세균성 폐렴 등으로 기침, 가래, 전신쇠약 등의 증세가 있어 병원에서 26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적도 있어 사망원인인 폐렴이나 파킨슨병은 그가 기존에 앓던 질병과의 관련성이 더 크다"며 "(요양원장은) 상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사망에 따른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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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새벽에 출입카드 주워 외출…주변 배회하다 안면부 등 상해
입원 며칠 후 폐렴 급성악화로 사망…유족, 손해배상 청구
법원 "요양원 주의의무 소홀 인정…다만 직접 사인은 아냐"
[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치매를 앓던 환자가 직원 모르게 외출해 배회하다 다쳤다면 요양원 측에 배상 책임이 있을까. 또 이 환자가 상해를 입고 며칠 뒤 사망까지 했다면 그 배상 책임은 어떻게 될까.
법원은 혼자 생활하기 힘든 상태의 환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요양원 측에 있다고 보고, 상해에 대한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치매를 앓던 당시 79세 남성 A씨는 2021년 12월5일 새벽에 자신이 입소했던 전남 화순의 한 요양원에서 외출해 돌아다니다 넘어져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요양원 건물에는 승강기 문 앞과 내부에 각각 출입통제장치가 설치돼 함부로 나갈 수 없었는데, 직원이 무심코 신발장에 놓아둔 출입카드를 A씨가 손에 넣은 게 화근이었다.
그는 카드로 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요양원에서 3㎞ 가량 떨어졌을 무렵, A씨는 길에서 넘어지면서 바닥에 부딪혔고 안면부 등에 상해를 입었다.
주변 사람의 신고로 119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치료를 받았지만, 18일 뒤인 12월24일 사망했다. 다만 직접 사인은 폐렴의 급성 악화로, 넘어진 사고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
이후 요양원장 B씨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B씨는 여기에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A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유족들은 B씨가 시설 관리와 입소자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A씨를 방치해 상해는 물론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8일 법원에 따르면 광주지법 정영호 판사는 A씨의 상해에 대해서는 B씨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A씨의 치료비와 간병비 등 총 1000만원 가량을 유족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 판사는 "요양원은 시설이용계약을 통해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A씨가 요양원 안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시설급여를 제공하기로 약정했다"며 "이 상해 사고는 시설이용계약에 따른 계약상 의무나 요양원장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발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직접 사인이 폐렴의 급성악화, 간접 사인이 파킨슨병이라는 사망진단에 따라 A씨의 사망은 요양원의 책임이 아니라고 봤다.
정 판사는 "A씨는 사고 한달 전부터 세균성 폐렴 등으로 기침, 가래, 전신쇠약 등의 증세가 있어 병원에서 26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적도 있어 사망원인인 폐렴이나 파킨슨병은 그가 기존에 앓던 질병과의 관련성이 더 크다"며 "(요양원장은) 상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사망에 따른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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