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퍼졌을 때 가장 크게 피해를 본 업계는 여행업이었다. 반대로 위드 코로나가 오면서 사람들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여행이다. 출장으로, 신혼여행으로, 모험으로, 이제 사람들이 다시 떠나고 있다. 2023년 한국 사람들은 어디로 어떻게 떠나고 싶어 할까. 어떤 마음으로 떠나는 게 좋을까. 여행업계의 맨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대답을 추렸다.
태국이 인기 여행지인 이유는?
일단 태국은 한국과 가깝다. 상대적으로 짧은 한국의 평균 휴가 기간에 다녀올 수 있다. 1년 내내 여름 기후라서 언제 방문해도 좋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름다운 해변부터 조용한 산악 지역에 이르기까지 산, 들, 바다를 갖춘 풍족한 자연환경이 태국 전역에 펼쳐져 있다. 어느 지역이든 방콕에서 항공으로 1시간 내외로 편리하게 방문이 가능하다. 아울러 태국을 즐길 수 있는 방법과 가격대가 굉장히 다양하다. 태국의 숙박, 음식, 쇼핑, 교통, 여러 활동은 모두 고가부터 저가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해외 여행자의 다양한 수요에 맞출 수 있을 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 태국 고유의 전통문화와 현대적인 시설이 섞여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쾌적한 여행과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단점? 너무 즐길 게 다양해서 매년 계획을 짜기 어렵다는 것 정도?
김수진(태국관광청 부장)
올해 스위스 여행에서 주목할 만한 여행 트렌드는?
지속가능한 여행이다. 스위스 연방 철도청 친환경 기차, 케이블카, 푸니쿨라, 전기버스, 유람선은 모두 스위스의 지속가능성과 연관이 있다. 기차를 위시한 대중교통은 다른 동력 교통수단에 비해 현저히 낮은 탄소를 배출한다. 스위스 연방 철도청은 이미 자가 발전량이 90%에 달하는데, 2025년까지 모든 전기를 재생 가능한 원료로 생산할 계획이다. 베르니나 특급 열차는 사용 에너지의 100%를 수력 전기로 전환했다. 고르너그라트 철도는 산에서 내려갈 때 에너지를 생산한다. 인터라켄의 전기버스와 루체른 호수의 기후중립 유람선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여정이다. 체르마트는 차량 진입이 금지되어 이곳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다.
김현주(스위스정부관광청 부장)
“스위스 연방 철도청 친환경 기차, 케이블카, 푸니쿨라, 전기버스, 유람선은모두 스위스의 지속가능성과 연관이 있다.”
개인 여행을 큐레이션할 때 2023년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행의 경향은?
사람들은 3년 만에 달력을 넘기며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일상적인 행복을 되찾았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은 오래 기다린 만큼 더 새로울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고 수준의 숙소와 여행 경험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포시즌스, 파크 하얏트 등 럭셔리 호텔 체인의 수요가 대폭 증가한 건 물론이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여행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관심도가 증가한 울트라 하이엔드 호텔의 인지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파리 리츠 호텔, 아만 교토, 카펠라 발리 등이 그 예다. 이동 과정을 최고의 추억으로 바꿔주는 고가 기차 여행도 인기다. 캐나다의 로키 마운티니어, 벨몬드 트레인 등의 여행 상품을 위해 1년 전부터 예약하는 사람들도 많다.
강승희(럭셔리 자유여행 전문 여행사 살레 트래블 앤 라이프 대표)
2023년 캐나다로 여행 가야 하는 이유?
캐나다 영토는 한국의 1백 배 크기다. 해안선은 세계에서 가장 길다. 천혜의 자연과 세련된 도시가 조화를 이룬다. 아름다운 항구로 유명한 밴쿠버, 북미 최대이자 최고의 스키 리조트 휘슬러, 산봉우리와 호수의 로키, 중부 대평원의 노란 유채꽃을 지나면 세계 최초 북극곰 관측지 처칠이 있다. 이뿐 아니다. 나이아가라폭포, 캐나다의 프랑스 퀘벡, 빨간머리 앤의 고향 프린스 에드워드섬, 캐나다의 매력은 이렇게 끝없이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올해 특별한 곳은 옐로나이프가 위치한 캐나다 북부다. 옐로나이프는 미 항공우주국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다. 연간 약 2백40일에 걸쳐 오로라가 출현하므로 3박 이상 머무른다면 오로라를 만날 확률이 95%에 달한다. 2023년은 10년 주기의 ‘오로라 극대기’가 돌아오는 해이다. 오로라 방문은 한 번으로는 진가를 알 수 없다. 지역별과 계절별로 나누어 찾아도 좋다. 8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여름 오로라, 11월 말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 겨울 오로라 여행이 가능하다. 아울러 옐로나이프는 편리한 오지다. 공항에서 시내 호텔까지 차로 7분, 호텔에서 칠흑같이 어두운 오로라 관측지까지 30분이면 도착한다. 낮에는 낚시, 하이킹, 스노모빌 등 자연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다양하다.
아울러 캐나다는 한국에서 가기도 쉬운 편이다. 2022년 10월 1일부터 모든 입국 규제가 해제되어 팬데믹 이전과 같은 조건인 6개월 이상 유효한 여권과 전자여행허가만으로 캐나다 입국이 가능하다. 대한항공과 에어캐나다가 밴쿠버와 토론토에 직항을 띄워 2023년 안에 팬데믹 이전 수준의 수송 공급량을 회복할 예정이다. 캐나다는 전 세계 9개국에만 캐나다 여행을 홍보하는데, 한국이 그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영숙(캐나다관광청 대표)
2023년 노르웨이 여행을 떠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여행은?
자연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노르웨이는 까마득한 절벽 지형인 피오르로 유명하다. 그런 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이라면 언제나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낸다. 이국적인 숲속의 트리 하우스, 통나무집, 산속의 투명 텐트처럼 만든 원형 숙소, 피오르를 내려다보면서 자연을 상상할 수 있는 여행지가 노르웨이에는 많다. 원시 자연 속에서 머무르며 도시 생활에 지친 마음을 털어버리는 여행을 꿈꿀 수도 있다. 지루했던 팬데믹 이후에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자연 속에서 지내는 여행은 어떨까.
낸시 최(독일/노르웨이관광청 대표)
2023년 홍콩에서 한 끼를 먹어야 한다면?
마담 푸. 가상의 식당 주인공 ‘마담 푸’가 있다는 세계관으로 만들어진 미식 공간이다. 마담 푸는 파리에 살다가 1930년대 상하이에 그랜드 살롱을 연 사교계 명사고, 레스토랑 마담 푸는 그녀의 공간이라는 설정이다. 마담 푸는 고풍스러운 영국 스타일을 기본으로 삼고 용도와 분위기에 따라 6개의 테마 룸으로 꾸며져 있다. 테라스 좌석에 걸린 화려한 컬러의 스카프 장식은 에르메스일 정도로 고급스럽다. 미식과 패션의 도시 홍콩답게 레스토랑과 명품 브랜드가 협업한 셈이다. 마담 푸에서는 동서양을 혼합한 신비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현대 광둥 요리를 중심으로 서양식 디저트,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길 수 있다. 핑크 룸은 2인 식사 비용이 2백40홍콩달러인데 가격 대비 상당히 고급스러워서 예약하기 쉽지 않다.
이예림(홍콩관광청 실장)
3/F, Barrack Block, Tai Kwun, 10 Hollywood Road, Central, Hong Kong Island
www.madamefu.com.hk
“마담 푸는 고풍스러운 영국 스타일을 기본으로 삼고 용도와 분위기에 따라 6개의 테마 룸으로 꾸며져 있다.테라스 좌석에 걸린 화려한 컬러의 스카프 장식은 에르메스일 정도로 고급스럽다.”
호주 퀸즐랜드주만의 매력을 느끼기 좋은 2023년 추천 여행지는?
퀸즐랜드주의 주도는 브리즈번이다. 브리즈번은 호주에서도 청정 환경과 특별한 라이프스타일로 손꼽히는 곳이다. 사우스뱅크에는 퀸즐랜드 주립 아트 갤러리와 파크랜드 등 자연과 함께하는 문화 공간이 있다. 브리즈번의 핫 플레이스인 하워드 스미스 와프에서는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좋다. 브리즈번강을 배경으로 현지인이 운영하는 바, 레스토랑, 야외 공원 등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다. 2022년 방영된 SBS <찐친 이상 출발, 딱 한 번 간다면>에서 연예인들이 즐긴 브리즈번 페스티벌의 불꽃놀이도 여기서 촬영했다.
숙소는 브리즈번의 부티크 호텔인 크리스탈브룩 빈센트를 추천한다. 이곳의 주요 콘셉트는 지속가능성이다. 그래서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할 때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거나 폐수 재활용에 주력한다. 호텔에서 만드는 음식의 재료는 80% 이상 로컬 생산인데, 그 역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의 일환이다. 문화 행사나 스포츠 이벤트도 연중 계속된다. 브리즈번 페스티벌은 물론 2023년 7월에는 FIFA 여자 월드컵이 개최된다.
경성원(호주 퀸즐랜드관광청 실장)
2023년 호주 여행자가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호주에서 가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현실적으로 어떤 여행지가 인기가 생기려면 항공 공급석이 필수 요소다. 호주는 매력과 인기가 있었지만 마냥 쉽게 갈 수 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직항 항공편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상황이 변했다. 다양한 항공사에서 호주로 신규 노선을 취항하고, 기존 항공사도 호주 노선을 복항시키며 오히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인천-호주 직항편이 늘어났다. 콴타스, 젯스타, 티웨이 등이 신규 취항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항공사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호주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항공 외에도 여행자 안전, 인프라, 자연 등이 중요해진 것도 호주의 인기 비결이라 생각한다. 호주는 변화한 여행 트렌드에 잘 맞는 곳이다.
호주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은 태즈메이니아다. 대한민국에 제주도가 있다면 호주에는 태즈메이니아가 있다. 태즈메이니아는 호주 본토 최남단에 위치해 ‘지구의 끝’이라고 불리며 섬의 40%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청정 지역이다. 관광 홍보 태그라인이 “공기 마시러 와 봐(Come down for air)!”일 정도로 자연에 자신만만하다. 국립공원이 많아서 캠핑이나 하이킹을 하기 좋고,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바닷가 레스토랑도 많다. 아울러 태즈메이니아는 극점이 가까운 만큼 오로라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한여름에 경험하는 태즈메이니아 오로라는 한층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