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학폭’논란에 시끄러운 정치권, 국회의원 전수 조사하라 [핫이슈]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3. 4. 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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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자녀 ‘학교폭력’의혹을 둘러싸고 연일 시끄럽다.

발단은 윤석열 정부가 첫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발탁한 검찰 간부 출신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파문이었다.

정 변호사 아들은 고등학교 시절 동급생에게 언어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강제전학처분을 받았다.

히지만 정 변호사가 아들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법적 다툼에 나섰고 이후 아들이 정시모집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정 변호사는 중도하차했다.

검사 시절 정순신 변호사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단독으로 청문회 실시안건을 통과시켰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으로 피해 학생이 정신적 충격을 받고 극단적 선택까지 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정 변호사와 아들은 평생 속죄하고 반성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이미 공직을 사퇴해 민간인 신분인 정 변호사를 국회 청문회까지 부르겠다는 것은 공개 망신과 모욕을 주려는 속셈이나 다를게 없다.

이것은 학폭을 막기 위한 대책보다, 어떻게든 윤석열 정부에 흠집을 내겠다는 정략적 공세로 비칠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자녀 학폭을 집중 부각시켜 표심 공략에 나설 태세이지만, 정작 자녀 문제는 민주당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 지난 6일 안민석 민주당 의원 아들의 학폭의혹을 제기한 것만 봐도 그렇다.

장 위원은 “안민석 의원의 아들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호소문을 접했다”며 “졸업생이라고 밝힌 여성이 인터넷에 (올린) 학폭 집단 괴롭힘 폭로와 사과를 요청하는 글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장 위원이 지목한 것은 2020년10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자신이 2012년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같은 학교에 다니던 안 의원 아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피해 사실을 언급했다.

필명을 ‘운천고’로 쓴 글쓴이는 자신을 ‘경기 오산시 운천고 14년 졸업생’이라고 소개했다.

글쓴이는 “하교 후 당시 남자 친구와 놀이터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지나가던 안 의원 아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몰래 사진을 찍었다”며 몰카촬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글쓴이가 문제를 제기하자 안 의원 아들은 “찍고 저장안했으면 됐잖아”라고 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또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커플 사진을 안 의원 아들이 캡처해 다른 카카오톡단체방에 공유했다고도 했다.

안 의원 아들이 사진을 두고 욕설을 했고 면전에서 언어폭력을 행사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글쓴이는 “누군가는 이미 몇 년이 지난 일을 이제야 들춘다고 할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지금이라도 언급한다는 건 제게 그런 욕설과 공포감을 심은 안00.. 그리고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을 안 의원에게 다시금 울분을 표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안민석 의원 [사진 = 연합뉴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안 의원은 “확인 결과 학폭은 없었다. 저도 어떤 영향력을 행하지도 않았다”며 “장예찬 최고위원은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로선 누구 주장이 맞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이같은 의혹은 민주당이 정 변호사 아들처럼 국회 청문회를 열어 진상조사를 벌이면 금방 밝혀질 문제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 셋째아들의 성추행의혹도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정 의원 아들은 2015년 중학교 1학년 시절 같은 또래의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2학년 때에도 SNS를 통해 음담패설이 담긴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냈다고 한다.

참다못한 피해 여학생의 신고로 아들의 일탈은 중단됐지만, 강제 전학 등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측 주장이다.

이러니 국민의힘이 “정 의원 아들이 미꾸라지 빠지듯 나간 건 아닌지, 국민들은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고 압박할 만도 하다.

학폭은 철없는 시절의 장난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평생 고통을 안기는 무서운 범죄다.

더구나 부모가 국민 혈세를 받는 공직자라면 그 또한 도덕적, 정치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은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상황이 아니다.

이제라도 국회의원 전원을 상대로 자녀 학폭여부를 조사해 진위 여부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만약 자녀 학폭 사실이 드러나면 국민의 대표로서 엄중한 책임을 지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도리다.

공자는 “마음속으로 성찰하여 죄악을 저지른 것이 없다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고 했다.

국회가 최소한 이처럼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학폭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더욱 커지고, 국민들도 그나마 국회를 좀 더 신뢰하지 않겠나.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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