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 모아놓은 6.25의 기억과 기록

이상현 2023. 4. 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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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올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꼭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70주년을 맞아서 용산 전쟁기념관에는 6.25 전쟁과 관련된 수많은 기록물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게 한 새로운 공간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2년여 간 이어졌던 정전회담 회의록 한글 번역본을 처음 발간해 전시했고요.

전쟁 당시 제작된 특별한 영화도 상영됐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그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오 낙동강 오 낙동강 끊임없이 흐르는 전통의 낙동강"

평온한 모습의 낙동강 변에서 흰 옷을 입은 한 여성의 춤으로 시작되는 한편의 흑백 영화.

"다다당 다당! 돌격!!"

한국전쟁중이던 1952년, 시인 이은상과 작곡가 윤이상, 무용가 조용주의 참여 속에 만들어져 피난지인 부산과 대구에서 상영된 영화 낙동강으로, 실제 기록영상을 삽입해 당시 전시상황도 알리는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했는데요.

지난해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원본 필름이 발굴돼 처음 공개됐습니다.

[정종화/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장] "옛날 한국영화들의 제작환경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감안해서 역사적인 가치가 있겠구나 당시의 사회문화상을 담고 있구나 이런 의미들을 부여할 수 있는데, 이 작품, 낙동강같은 경우는 미학적으로도 영화의 형식적으로도 얘기해볼만한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 영화 낙동강이 최근 이 용산 전쟁기념관에 새로 생긴 특별한 공간의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바로 6.25전쟁과 관련된 국내외 자료들이 총망라됐다는 아카이브센터인데요, 그곳으로 한번 찾아가보겠습니다."

영화 낙동강의 상영과 함께 지난해말 개관해 올해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 6.25전쟁 아카이브센터.

[신유진/전쟁기념관 아카이브센터 팀장] "올해가 정전 70주년 기념이 되는 해이기도 해서 작년부터 저희가 이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정전협정과 관련된 자료도 그렇고 6.25전쟁과 관련된 도서나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각종 전문자료들, 문헌이나 사진이나 영상자료 수집해서 이 공간에 꾸며서 모두 다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놓는게 저희 목표였습니다."

국내외의 각종 군사 잡지.

그리고 한국의 역사와 세계의 전쟁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도서들이 널찍한 공간 곳곳에 배치돼 있어 휴가 나온 현역 군인들뿐만 아니라 인근 학생들의 배움터가 되고 있었는데요.

[김지현/대학생] "구경하러 왔다가 좋은 공간을 발견하게 됐어요."

[김영훈/취업준비생] "예전에 없어가지고 서점인가 해서 와봤죠. 궁금한거 있으면 찾아오기 좋겠다."

외국인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습니다.

[리치 제임스/영국 관광객] "자료도 많고 매우 인상적입니다. 오랜 기간 분단돼 있는 이 나라에 대해 배우고 관심이 많아졌고, 그래서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한켠에 마련된 6.25전쟁 전문 서가.

군인과 국가, 민간인들의 기억을 따로따로 모아놓았고, 유엔참전국과 공산권에서 각각 바라본 6.25전쟁그리고 전후 세대가 생각하는 한국전쟁을 구분해서 찾아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이제혁/전쟁기념관 학예연구사] "이 도서자료실에 오시면 일반적인 기대와는 다르게 상당히 다양한 관점을 다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 아마 놀라실 겁니다. 소련이라든지 중공군이라든지 소련군을 지원했던 체코 불가리아 이런 국가들의 기억도 전부 다 균형있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저희 특색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바로 옆에 마련된 강의실에선 6.25전쟁 관련 교육이 수시로 진행되는데요.

정전협정 70주년답게 휴전회담이 진행된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한 강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최미옥/전쟁기념관 교육강사] "이 회담은 무려 2년 간이나 지속이 되었는데요. 이 가운데 가장 합의를 보기 어려웠던 쟁점 의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전쟁포로의 교환입니다."

그리고 이 아카이브 센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문자료실.

한국전쟁때 육군에 지급됐던 전투복과 장병들이 남긴 참전지도, 종군 화가-사진가의 작품들과 전사자 명부 등 쉼게 볼 수 없는 희귀 자료들을 모아놓은 곳인데요.

역시,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체결된 정전협정문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한글과 영어 중국어판, 이렇게 실물 모습으로 복제된 당시 협정문 뿐만 아니라 그때의 지도까지 전자문서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놓았는데요.

[이제혁/전쟁기념관 학예연구사] "유엔군이랑 공산군측이 휴전선 하나를 설정할 때도 아주 세밀하게 설정을 했다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인문학적 지리랑 자연적 지리 둘 다를 고려한 아주 정교한 휴전선이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그 한쪽엔 정전협정문 체결을 위해 개성과 판문점에서 2년여 간 이어졌던 회의를 모두 기록해 놓은 정전회담 회의록의 한글 번역본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영문으로만 돼 있던 정전회담의 본회담 기록 2권을 최근 처음으로 번역해 발간한 것으로, 앞으로 부속회의 기록 8권도 추가로 번역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제혁/전쟁기념관 학예연구사] "당시에 유엔군에 속해 있었던 동시통역사 그리고 거기에 있었던 속기사 이렇게 해가지고 즉석에서 받아 쓴 문서인데요, 이게 원래 영어로만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보관하고 있던 것을 한국의 국사편찬위원회가 1960년대 초반에 마이크로필름을 받아서 이걸 책으로 엮어낸 적은 있습니다. 그런데 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번역된 적이 없었습니다."

전쟁이 멈춘지 70년.

묻혀지고 잊혀졌던 그때의 기억과 기록들이 이젠 좀더 가까이, 좀더 편리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72029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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