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감산, 어디서 어떻게 하는걸까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강해령 기자 2023. 4. 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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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서울경제]

정보기술(IT) 시장에 관심 많으신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7일 세계 반도체 시장이 상당히 시끌벅적했죠. 삼성전자가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한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제품 '감산' 공식 발표 문장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극악한 불황에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던 삼성전자가 끝내 감산 선언을 알리는 문구였습니다.

독보적 메모리 1위 기업이 공급량을 줄인다는 소식이 들리자 마자 엄청난 양의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삼성이 반도체 공급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IT 시황 수요 부진 문제와 향후 전망이 다각도로 분석됐죠.

그렇다면 감산 발표 이후 하루가 지났으니 한 걸음만 더 들어가 봅시다. 삼성전자는 어떤 공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감산을 진행할까. 대체 '의미 있는 수준'이라는 건 몇 %를 말하는 걸까.

이런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대만의 유력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각종 메모리 데이터를 뜯어 보려고 합니다. 삼성 감산의 징후가 발견됐던 D램 이야기를 위주로 풀어보겠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시작하기 전에 감산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인위적'·'기술적' 감산이라는 단어를 기억해주세요.

“삼성전자, 2분기 전체 D램 생산 규모의 10% 줄 것”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리포트에서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전체 D램 생산 능력을 최대치였던 지난해 4분기(월 67만 장)보다 9.25% 줄어든 월 60만8000장으로 예측했습니다.

물론 트렌드포스는 지난 2월에 낸 리포트에서도 삼성의 생산량이 감소할 걸로 예측했는데요. 그런데 ‘톤’이 다릅니다. 당시 이들은 지난해 4분기 대비 2분기에 딱 2.5%만 감소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심지어 3분기가 되면 지난해 생산량을 뚫고 올라가서 올 4분기엔 생산량이 월 70만장을 돌파하는 걸 예상했습니다. 한 달 상간에 너무 다른 분위기죠. 그만큼 시황이 한 달 단위로 격변하고 한치 앞을 알 수 없다는 방증일 겁니다.

다시 3월 리포트 데이터로 돌아오면요. 현재 삼성전자는 총 6개 D램 라인을 가동 중입니다. 화성 13·15·17라인과 평택 1·2·3공장인데요. 여기서 어떤 공장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는지도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우선 2003년 3분기부터 가동된 13라인의 D램 생산 규모가 월 6만장에서 4만장으로 줄었고요. 2006년 운영을 시작한 15라인 생산 능력은 20만장에서 18만장으로 감소했습니다. 하반기에는 16만장까지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015년 문을 연 17라인과 2018년 준공된 평택 1공장도 생산 규모가 줄었습니다. 비교적 최신 공장인 평택 2·3공장만 지난해 대비 생산 능력이 늘거나 변화가 크지 않은 모습이네요.

이 표를 보면서 공급량 감축의 한 방법인 '인위적' 감산을 이야기해보려 하는데요. 인위적 감산은 말 그대로 사람이 아예 웨이퍼를 D램 생산 라인으로 집어넣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웨이퍼를 아예 투입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생산되는 D램이 줄어서 공급량이 줄어드는 형태죠.

웨이퍼 투입 감축은 주로 옛날 D램 공정에서 진행합니다.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 D램 웨이퍼부터 차근차근 투입량을 줄여나가는 건데요. 새롭게 구축한 공장들보다 10나노급 1세대(1x)~3세대(1z) D램이 주로 만들어지고 있는 13, 15, 평택 1공장에서 감산 폭이 큰 주요한 이유입니다.

이미 감산을 지난해 말부터 진행했던 국내 양대 D램 기업 SK하이닉스도 비슷한 형태의 방법을 취했습니다. 비교적 저수익성 D램 공정 라인이 있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인위적 감산을 먼저 진행하며 타이트한 공급량을 줄여나간 예가 있습니다.

최신 제품 생산량 위주의 ‘기술적 감산’···TAT를 늘려라

자, 그럼 이제 D램 생산 능력이 늘어나고 있는 평택 2공장과 3공장 얘기를 해봅시다. 이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극자외선(EUV) 입니다. D램 제조 중 다수 '레이어(층)'에 최첨단 반도체 공정인 EUV 노광을 적용합니다.

평택 2공장과 3공장에서는 최신 14나노, 12나노급 D램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평택 2 공장 바로 옆에 삼성전자 최신 EUV 전용 라인 'V2'가 있어서 가능하죠. 이 두 공장의 증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기술적' 감산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어려운 기술이 들어간 메모리를 최우선으로 많이 만들어서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을 일컫는데요.

통상 기술 난도가 높은 최신 메모리일수록 더 많은 공정이 필요합니다. 회로를 더욱 얇고 반듯하게, 동일한 자리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불량 없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인입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제조 소요 시간, 즉 'TAT(Turn-Around-Time)'가 훨씬 늘어납니다. 그런데 이게 공급 부족 상황일 때는 고민거리겠지만 오히려 불황의 시기에는 ‘호재’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공장의 제조 회전율까지 낮아지면서 같은 시간동안 더 소량의 칩을 양산하게 되는 거니까요.

삼성전자의 12나노급 DDR5 D램. 회로 선폭은 줄었지만 ECC라는 회로가 칩 안에 새롭게 탑재되면서 크기가 기존 DDR4 제품보다 15~20% 늘어납니다. 한 개 12인치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칩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게다가 최신 메모리일수록 칩의 크기가 커지는 경향이 있어서요. 한 개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개수가 줄어드니까, 급격한 생산 설비 증설이 없는 한 시장에 나오는 칩 수도 감소합니다. 예컨대 최근 유행인 DDR5 D램은 기존 DDR4 규격 제품과는 달리 오류 정정 코드(ECC) 회로를 D램 칩 속에 반드시 넣어야 하기 때문에 칩 면적이 15~20%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자연적'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이죠. 아울러 기존 라인 공정 '업그레이드'로 가동하던 라인을 잠깐 세우면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감산 효과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자료=트렌드포스

실제 트렌드포스의 장표를 보면 1월 리포트 때보다 12나노급(1a) D램, 14나노 D램 생산 비율을 10나노 1, 2세대 제품 비율보다 빠르게 증가 시키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기술의 진보로 최첨단 프리미엄 칩 생산량을 늘려나가는 것은 아주 당연한 얘기인데요. 그래도 요즘 같은 감산의 시대에 이런 기술적·시간적 요소마저도 감산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상당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적인 부분의 공급량 감축을 고려하면 감산의 범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업계 전언이 있습니다. 인위적·기술적 감산을 더한 ‘의미 있는 수준의 감산’ 이라는 게, 기존 대비 최대 15%까지 칩 생산량을 줄인 것이라는 추정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설비 투자는 이어진다
D램 주요 제조사 점유율. 메모리 반도체 감산의 시대, 이들은 하반기에 웃을 수 있을까요. 자료=트렌드포스

삼성전자는 이날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단기적으론 감산을 하더라도 중장기 수요를 위한 자금 투자는 계속 할 것이라는 이야기인데요. 특히 ‘클린룸 확보'를 언급한 부분에서는요. 평택 4공장과 앞으로 건립하게 될 5공장 등 메모리 반도체 설비의 ‘뼈대’를 최대한 차질 없이 만들어 놓겠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기본적 인프라 외 생산 능력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반도체 장비(라인) 투자에도 ‘아직까진 애초 계획과 큰 변동 없고, 없을 것이다’라는 소재·부품·장비 업계 복수의 전언도 들려옵니다.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투자 기조는 유지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연초 삼성전자는 평택 3공장을 중심으로 신규 D램·파운드리 생산량을 월 약 10만 장 규모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점유율 45%,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약 34% 점유율을 차지한 메모리 세계관 1위입니다. 이들의 생산량 조절은 단기적으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 상당히 큰 파급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수요 부족 현상이 삼성의 공급량 조절로 인해 더욱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고, 가격 하락세 역시 상대적으로 완만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삼성전자의 움직임과 반도체 시장의 반등 여부는 올해 반도체 판의 최대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메모리 大감산의 시대, 독자님들은 어떤 결말을 예측하고 계신가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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