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버리는 물건에도 '자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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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정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 단연 "쓸모 없는 물건들 처치하기"이다.
많은 이들이 소비를 (필요 없는 소비까지) 밥 먹듯이 하는 사회에서 물건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잔뜩 쌓이기 마련이다.
필요 없는 물건들을 처분하는 행동 또한 그렇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간 활용과 정리정돈이 시급한 상황이라면 필요없는 물건 목록을 만들어서 이들을 버리는 행위를 마음 속으로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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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정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 단연 “쓸모 없는 물건들 처치하기”이다. 많은 이들이 소비를 (필요 없는 소비까지) 밥 먹듯이 하는 사회에서 물건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잔뜩 쌓이기 마련이다. 거주 공간이 어마어마하게 넓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삶을 영위한다.
샀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 어딘가에 처박혀 있어서 그 존재조차 잊고 있었던 물건, 낡아서 또는 기한이 지나서 그 쓸모를 잃어버린 물건 등은 높은 확률로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버리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막상 미련이 생기곤 한다. 언젠가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든가 막상 버렸다가 후회할 수도 있다는 생각들이 밀려오고, 조금만 더 두고 보자는 결정을 내린다. 그런 식으로 이미 복잡한 주거 공간이 더 복잡해지고 정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황이 온다.
물건이 많다는 것은 또한 파악하고 있어야 할 아이템 목록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신경 쓰고 있어야 할 게 많다는 뜻이다. 가급적 적게 가지고 사는 것이 곧 적게 신경 쓰며 사는 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애틀 대학의 연구자 매튜 아이작(Mathew Isaac)은 사람들이 왜 물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지, 버리려고 결심을 했다가도 창고 같은 곳에 다시 처박아 두는 행동을 왜 보이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쓰지 않은 물건들을 찾아서 제자리에 두거나 또는 상자 속이나 창고 같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두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 그 물건들을 실제로 버릴 기회가 생겼을 때 몇 %의 사람들이 실제로 버리는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물건을 원래 자리에 둔 사람들에 비해 임시 처소로 옮기는 행동을 한 사람들(21.6% vs. 36.1%)이 물건을 더 쉽게 처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또 다른 실험을 통해 물건을 처분하는 행동을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 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 실제로 처분 확률을 높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천까지 장애물이 많은 목표일수록 그 장애물들을 머리 속에서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나면 그러지 않았을 때에 비해 목표 달성율이 높아진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필요 없는 물건들을 처분하는 행동 또한 그렇다는 것이다.
저마다 사연 없는 물건은 없다고, 우리는 물건에서 많은 것을 본다. 그것은 좋았거나 나빴던 기억일수도 있고, 자신의 성격 특성이나 가치관일 수도, 누군가와의 관계일 수도 있다. 관련해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정의한 “자아”에는 물질적 자아(material self)가 포함되어 있다.
“내 옷, 신발, 차, 집” 같은 말들이 표현하듯 많은 이들이 물건을 자신의 일부 또는 확장된 무언가로 여긴다. 사용하지 않은 지 아주 오래 되었건만 그래도 어떤 물건이 아깝게 여겨지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한 몫 할 수 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물건 하나 처분하는 데에 많은 심리적 요소들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간 활용과 정리정돈이 시급한 상황이라면 필요없는 물건 목록을 만들어서 이들을 버리는 행위를 마음 속으로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사는 공간에는 나의 과거뿐 아니라, 나의 현재와 미래 또한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하니까.
Isaac, M. S., & Vinoo, P. (2023). Bracing for the sting of disposal: Product purgatories encourage mental simulation of the disposal process.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https://doi.org/10.1002/jcpy.1342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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