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직접 그리고 쓴...다섯 가족의 '황혼의 유럽 여행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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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은 다 자식에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처럼, 자식에게도 이전 세대가 겪어 보지 못했을 세상의 새롭고 멋진 것들 앞에서 부모를 떠올리는 마음이 있다.
칠순 무렵 황혼의 부모님과 함께 떠난 유럽 여행의 결과는, 사위의 예상보다 험난하고 딸의 걱정보다 감동적이다.
딸이 직접 그리고 쓴 '황혼의 유럽 여행 스케치'는 어떤 여행기보다 공감이 되고, 따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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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은 다 자식에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처럼, 자식에게도 이전 세대가 겪어 보지 못했을 세상의 새롭고 멋진 것들 앞에서 부모를 떠올리는 마음이 있다.
장인어른의 칠순을 앞두고 여기, 그 '자식의 마음'을 실천하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선 순진한 '사위'가 있다. 고집불통 아빠와는 여행할 수 없다고 손사래 치며 거부하다 마지못해 따라 나선 '딸'이 있다. 칠순 무렵 황혼의 부모님과 함께 떠난 유럽 여행의 결과는, 사위의 예상보다 험난하고 딸의 걱정보다 감동적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모·자식'의 관계는 오묘하다. 더할 수 없이 가까운 사이이지만, 때론 데면데면 하다. 절절한 사모곡을 부르짖는 이가 있는가 하면, 복장 터지는 답답함과 짜증이 수반되는 대화가 일상인 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후자의 관계에 사랑이 없는가? 불협화음이 치열할수록 애정은 더욱 끈적거리는 것이 '부모와 자식'이다.
나이든 부모와 떠난 유럽 여행기, 에세이 '당신들의 유럽'은 복잡오묘한 감정의 절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럽에서 매일 '라면에 김치'를 찾고, 아직 해가 중천인데 숙소로 들어가자는 칠순의 아빠는 답답하지만, 약해져 가는 그의 등은 안쓰럽다. 돈을 내고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늘어놓는 엄마의 넋두리에 짜증이 나다가도 알프스(Alps) 설경 앞에 선 그들의 모습을 볼 때는 먹먹할 만큼 감동적이다.
영국의 런던 템스강 강가에서 황량하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던 저자는 마침내 깨닫는다. 템스강의 거친 물결만큼 고되고 억척스럽게 삶을 견뎌온 당신들(부모)의 '어제'가 있었기에, 우리가 누리는 '오늘'이 있다는 것을.
저자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오롯이 부모님을 바라보고 부모님의 인생을 돌아보며, 마음속에 일어난 '답답함, 고마움, 미안함, 안쓰러움' 등 복합적인 감정을 저자 특유의 섬세한 문장과 일러스트를 통해 다정하게 담아내고 있다. 딸이 직접 그리고 쓴 '황혼의 유럽 여행 스케치'는 어떤 여행기보다 공감이 되고, 따뜻할 것이다.
◇당신들의 유럽/노현지 지음/도서출판 있다/1만8000원
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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