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기사단 김선형의 검은 부러지지 않는다

김종수 2023. 4.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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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마뉴 대제는 중세 무훈시에서 중요한 줄기를 이루고 있는 인물중 한명이다. 아더왕이 그랬듯 실제로 존재하기는 했지만 무수한 무용담이 전설처럼 함께 내려오는지라 실제 전쟁 영웅과 신화속 영웅의 색깔을 모두 띄고있다. 샤를마뉴 대제에게는 믿음직한 12기사가 함께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용맹하고 충직했는데 그중에서로 롤랑은 가장 으뜸으로 꼽히던 기사였다.


어느날 이슬람 세력이 유럽을 쳐들어왔고 각국이 그들의 막강한 군사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샤를마뉴 대제는 에스파냐를 정복한 이슬람 군대를 물리치기위해 정벌에 나섰지만 거센 반격에 밀려 본국으로 퇴각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때 롤랑은 맨 후방을 맡아서 지키고 있었는데 그를 시기하는 배신자의 계략에 휘말려 이슬람 대군에게 습격을 당한다.


결국 기사들은 하나둘 죽어가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이슬람 병사들을 질리게 만든 롤랑은 모든게 끝났음을 깨닫고 상황을 알리는 뿔피리를 분다음 자신이 가지고있던 보검 '듀랜달(Durandal)'을 바위에 내리친다. 죽을때 죽더라도 자신과 오랜시간 함께해온 최고의 무기를 적들에게 넘겨주기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듀랜달은 놀라울 정도로 단단했고 마음이 급해진 롤랑이 거듭해서 내리치자 오히려 바위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고 한다. '부러지지 않는 검' 듀랜달은 이후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언급되며 아더왕의 엑스칼리버, 용의 목을 잘라냈다는 발뭉과 함께 전설의 명검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서울 SK 나이츠 기사단에서 롤랑에 비교되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김선형(34‧187cm)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앞선에서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돌격대장이자 모든 동료들이 신뢰하는 최고의 리더이기 때문이다. 올시즌 김선형은 한창 젊고 팔팔했던 시절보다 더 무서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이를 먹고서도 특유의 돌파력이 여전한 가운데 손끝 감각이나 상황을 읽는 눈 등은 더욱 노련해졌다. 예전에는 높은 에너지 레벨과 폭발력으로 상대를 부수고 들어갔다면 최근의 그는 흐름을 읽고 조절하는 느낌까지 주고 있다. ‘투사에서 도사가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있을 정도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정도의 스탭업이 가능한가 싶을 만큼 전성기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기량을 과시중이다.


올시즌 SK는 지난시즌 통합 우승의 중심에 섰던 뛰어난 기사가 두명이나 빠진 상황에서도 KBL 전국시대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 기사단의 일등 살림꾼 안영준(27‧194.1cm)이 군복무 문제로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통합 우승 당시 외국인선수급 존재감을 과시했던 최준용(28‧200.2cm)마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코트에 나서는 날보다 빠져있는 날이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선형이 건재한 SK 기사단은 여전히 강했다. 시즌초 잠시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내 전열을 정비하고 정규리그 막판까지 2위 싸움을 벌일 정도였다. KCC와의 6강 플레이오프는 SK가 다시금 지난 시즌의 전투력을 회복했다고 믿게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부상자들까지 조기복귀시키며 ‘내일은 없다’는 듯 총력전에 나선 KCC를 상대로 단 한경기도 내주지않고 3연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지었다.


KCC는 김선형과 자밀 워니(29‧199cm)의 원투펀치를 막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올시즌의 김선형은 돌파만 신경쓴다고 막아지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차전(11득점, 10어시스트, 2스틸), 2차전(22득점, 7리바운드, 11어시스트, 2스틸), 3차전(10득점, 8리바운드, 10어시스트) 기록이 이를 입증한다.


6강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두자릿수 평균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개인 공격력에 더해 동료들에게 파생되는 다양한 효과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김선형이 미들라인 인근까지 치고 들어오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언제나 그랬듯이 유려한 스탭으로 벗겨내듯 수비수를 제치고 언더슛을 올려놓던지 아님 점점 정확도를 더하고있는 미들슛을 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외국인선수 중에서도 최고의 득점 감각을 지닌 워니와의 이대이 플레이도 경계해야 한다.


이정도만해도 충분히 어렵다. 하지만 6강전에서 보여준 김선형과 SK의 공격루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비진의 시선이 자신과 워니에게 쏠렸다 싶은 순간 어느새 포스트 인근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있는 최부경(33‧200cm)에게 손쉬운 패스가 들어간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사이답게 최부경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빈 공간을 확보하고 김선형의 패스를 잘 받아먹는다.


끝이 아니다. 김선형의 킥아웃패스는 언제든지 외곽의 궁병대장 허일영(37‧195cm)을 향해 날아갈 수 있다. 경험많은 노련한 궁수 허일영은 높은 확률로 3점슛을 적중시키는 것을 비롯 순간적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들어가는 컷인 플레이 등을 통해 톡톡히 화력 지원을 해준다. 장신 슈터답게 적극적인 골밑플레이 참가를 통한 리바운드 경합, 팁인슛 등도 일품이다.


이렇듯 돌격대장 김선형의 손끝을 중심으로 SK 기사단은 굉장히 다채로운 공격 전술을 쓰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창을 찔러대고 칼과 도끼를 내리친다. 외곽에서 쏘아오는 화살에 더해 종잡을 수 없는 궤적에서 채찍까지 휘둘러지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어디서부터 막아내야할지 난감해지기 일쑤다.


파죽지세로 6강전을 통과한 SK의 다음 상대는 정규리그 2위 창원 LG다. 두팀은 14일부터 5전3선승제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 4강 플레이오프 매치를 벌인다. 이지스함을 격침시킨 김선형의 보검은 송골매 군단에게까지 통할 수 있을까. 부러지지않는 검을 치켜든 돌격대장 행보에 농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몰리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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