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선생님은 힘들 때 누구와 상담할까?···‘맵다 매워! 지미의 상담소’[오마주]

최민지 기자 2023. 4.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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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티비 플러스 <맵다 매워! 지미의 상담소>. 애플티비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2023년 대한민국의 ‘국민 멘토’를 뽑는다면 누가 될까요? 아마 많은 이들이 오은영 박사를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의 상담 예능을 보며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어떤 고민에도 시원한 솔루션을 제공해주니까요.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오 박사 같은 분이라면 자기 자신의 문제도 척척 해결할까요.

애플티비 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맵다 매워! 지미의 상담소>는 술에 취해 엉망진창인 남자, 지미(제이슨 시걸)를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그의 직업은 심리 상담사입니다. 환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도 하지만 정작 자신은 제대로 돌보지 못합니다. 1년 전, 아내를 사고로 떠나보낸 뒤로 줄곧 슬픔에 빠져있거든요. 방황이 길어지면서 10대 딸 앨리스(루키타 맥스웰)와의 관계도 파탄 직전입니다.

어느 날 힘겹게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지미는 결심합니다. 상담 방식을 바꿔보기로 한 것인데요. 환자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직접적인 조언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적극적인 개입을 하기 시작합니다. 수년째 남편의 정신적 학대에 시달리는 여성 환자에게 ‘남편을 떠나라’고 하거나, 참전 트라우마로 분노 조절을 못하는 청년에게 복싱을 시키는 식으로요. 물론 치밀한 계산 하에 나온 솔루션은 아니었습니다. 반쯤은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었죠.

그런데 이게 웬걸. 변화가 일어납니다. 몇 년째 챗바퀴 돌듯 풀리지 않던 환자의 고민이 해결되기 시작한 거죠. 의외의 수확에 놀란 지미는 확신을 가집니다. 그러다 부작용(?)이 생겨 된통 당하기도 하지만요.

심리상담사인 지미(제이슨 시걸)는 1년 전 아내를 사고로 잃은 뒤 방황한다. 술, 유흥에 의존하며 엉망진창인 생활을 하던 그는 어느 날 상담 방식을 바꿔보기로 결심한다. 애플티비 플러스 제공
지미의 선배 상담사이자 멘토인 폴(해리슨 포드)은 지미 몰래 그의 딸 앨리스(루키타 맥스웰)에게 상담을 해준다. 지미가 방황하면서 방치된 앨리스는 아빠를 미워한다. 애플티비 플러스 제공

드라마는 지미가 환자, 그리고 주변인들과 관계를 쌓아나가면서 조금씩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을 그립니다. 사실 문제가 있는 것은 지미 만이 아닙니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알고 보면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미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두려움과 직면하고, 조금씩 자기 자신과 화해합니다. 이때 옆에 있는 누군가의 따듯한 마음은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시리즈의 최대 장점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입니다. 아들들을 대학에 보내고 빈집증후군에 시달리는 이웃 여성 리즈(크리스타 밀러), 자신만만한 척 하지만 거절당할까봐 오랜 동성 연인에게 청혼하지 못하는 브라이언(마이클 유리) 등 모두가 귀엽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지미의 멘토이자 선배 상담사인 폴(해리슨 포드)입니다. 폴은 고독을 즐기는 괴팍한 노인인데, 전형적인 ‘겉바속촉’형 인물입니다. 베테랑 상담사인 그에게도 남들에게 말못할 고민이 있습니다. (해리슨 포드의 텔레비전 시리즈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참고할 점은 이 드라마가 어디까지나 코미디라는 사실입니다. 드라마는 상담사라는 직업의 세계를 진지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이 시리즈가 공개됐을 때 일각에서 주인공의 행위가 직업 윤리에 위반되며, 상담과 상담사들을 모욕한다고 우려한 것도 그래서죠. 진지하게 보기 보단, 한가한 주말 간식과 함께 가볍게 즐기시길 권합니다.

시리즈는 지난 1월 공개 직후 ‘마음 따뜻해지는 코미디’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애플티비 플러스는 첫 시즌이 끝나기도 전인 지난달 초 시즌 2 제작을 확정지었습니다.

‘금쪽이’ 지수 ★★★★★ 드라마를 봤을 뿐인데, 심리 상담 받은 기분

몰아보기 지수 ★★★★ 한 편당 30분, 가볍게 후루룩!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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