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항준 감독 "'리바운드' 매력은 리얼리티…힘 빼고 담백하게 그렸죠"

조은애 기자 2023. 4. 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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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디어랩시소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다.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농구대회, 6명의 엔트리로 출전한 최약체 팀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코트 위에서 파란을 일으킨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의 권성휘 작가가 각본을 맡았고, '킹덤' 김은희 작가가 힘을 보탰다. 메가폰을 잡은 장항준(54) 감독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2년 부산중앙고 이야기가 스포츠 뉴스에 나왔었어요. 그 뉴스를 본 제작자 장원석 대표가 부산중앙고와 강양현 코치를 수소문했고 언젠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면서 허락을 받았죠. 그 이후 본격적으로 기획을 시작했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받은 건 2018년쯤이었고요, 아내(김은희 작가)가 되게 바쁠 때였는데 뭔가 느낌이 왔는지 자기가 고쳐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웬 떡이냐!' 했죠. 명성대로 아주 잘 썼더라고요.(웃음)"

'리바운드'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할 때, 오로지 열정만으로 기적을 만들어낸 이들의 이야기로 인생의 막다른 길 앞에서도 공처럼 다시 튀어오를 수 있다는 따뜻한 희망을 선사한다. 장항준 감독은 실화가 품은 감동에 선수들과 함께 뛰는 듯한 현장감을 더해 생동감 넘치는 매력의 '리바운드'를 완성했다.

"이게 실화가 아니었다면 클리셰 범벅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에요. 워낙 믿기 힘든 이야기라 오히려 힘을 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감정을 강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담백하게 전달해야 했어요. 그래서 드라마틱한 장치들은 전부 뺐고 배우들한테도 절대 울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인간에 초점을 맞췄어요. 이들의 관계보다는 역경을 뚫고 나아가는 과정에 집중했죠. 사랑 이야기도 뺐어요. 누군가가 '슬램덩크 채소연 같은 캐릭터는 없냐'고 묻던데 저는 옛날부터 그런 게 딱 싫었어요. 본질만 왜곡하는 것 같아서요."

'리바운드'가 흔한 스포츠 영화와 다른 포인트는 선수 한 명의 영웅담이 아니라 하나 된 마음으로 코트를 누볐던 부산중앙고 농구부 모두를 골고루 조명한다는 점이다. 장항준 감독은 "누군가의 원맨쇼가 아닌 '강양현과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게 보통의 스포츠 영화와 가장 차별화된 점은 스승과 선수들이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완성된 인격체의 스승이 아이들을 교화시키는 내용과 달리, 여기 나오는 강양현 코치는 선수 생활에 실패하고 선수들과 다를 바 없는 처지였어요. 그러다가 '내가 아직 안 죽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욕심을 내죠. 말하자면 이 작품은 꿈을 잃은 스물다섯 청년과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6명의 소년들이 떠난 여행이에요. 누구 한 명의 이미지보다 묵묵히 성장하는 팀 전체를 그리는 게 중요했어요."

특히 '리바운드'의 캐릭터들은 주조연 모두 눈부신 생명력을 자랑한다. 이는 캐스팅 단계부터 리얼리티에 집중한 장항준 감독의 고집 덕분이었다. 실제 선수와 비슷한 신장, 외모를 가진 배우를 찾기 위해 '리바운드' 팀은 수백 명의 지원자를 받아 대대적인 오디션을 진행했다. 특히 오디션은 실제 농구 체육관에서 전 농구 국가대표 조상현 감독이 참관해 전문성을 더했다. 이에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등 6명의 풋풋한 루키들을 캐스팅한 뒤에는 강양현 코치가 감독으로 몸담고 있는 조선대학교 농구팀의 코치와 선수진이 트레이닝과 경기 장면의 촬영 현장에서 자문을 도왔다.

"대부분 영화를 처음 해보는 20대 신인들이라 저희가 내세울 건 가장 실제와 같은, 리얼리티뿐이었어요. 특히 경기 장면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농구는 구기 종목임에도 운동장이 작아서 그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게 10초도 안 걸려요. 관객들이 이 상황을 놓치지 않고 인지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그래서 촬영할 때 부감샷은 거의 쓰지 않았고, 캐스팅할 때도 농구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 배우들을 원했어요. 농구, 연기 둘 다 잘해야 하고 실제 선수들과 신장도 비슷해야 했죠. 캐스팅 폭이 굉장히 좁았는데 좋은 배우들을 많이 만났어요."

2002년 '라이터를 켜라'로 데뷔한 이후 '불어라 봄바람', '기억의 밤' 등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은 예능인 못지않은 입담으로도 사랑받는 영화계 재주꾼이다. 최근에는 '리바운드' 홍보를 위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 변함없는 예능감을 뽐내 주목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인생에서 제일 재밌는 건 영화뿐"이라며 작품을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살면서 제일 재밌는 건 영화밖에 없어요. 영화 감독도 운동 선수랑 똑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부상 당하면 끝이에요. 아무리 오래 일해도 어느 날 이유 없이 슬럼프에 빠지고 지나고 보니 그게 끝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식이죠.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저는 60대까지 현장에 있고 싶어요. 그게 유일한 꿈이에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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