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뷔가 사랑한 ‘서진이네 불라면’…‘시총 1조’ 달성해 ‘라면 원조’ 자존심 세울까 [신동윤의 나우,스톡]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매운 게(que pica) 하나 있던데, 엄청 매운(pica mucho) 거요.”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는 멕시코의 한적한 휴양도시 바칼라르에서 ‘K-매운맛’이 ‘맵부심’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아니 대로(大怒) 할 멕시코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분식집 ‘서진이네’에서 ‘불라면’으로 판매 중인 불닭볶음면이 그 주인공입니다. 서진이네 불라면을 맛본 사람들의 평가는 한결같습니다. “맛있게 맵다.”
불닭볶음면 소스를 활용한 다른 요리들에 대한 반응도 매우 긍정적입니다. 마요네즈를 기본으로 한 소스에 불닭볶음면 소스를 가미한 ‘불닭마요소스’, 일반 양념치킨에 불닭볶음면 소스를 넣은 ‘매운치킨’ 모두 호평이 이어지고 있죠.
오후 9시가 넘은 시간 tvN 인기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를 보고 있자면, 시청자들의 머릿속엔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야식으로 불닭볶음면 하나 콜?’ 그리고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십상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맛있게 매운 맛’은 통하는 법인가 봅니다. 입맛에서만큼은 ‘국제 공용어’가 되고 있는 불닭볶음면과 파생 제품들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삼양식품의 웃음 보조개는 ‘서진이네’ 주인장인 배우 이서진 씨의 보조개만큼 더 깊이 패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불닭볶음면을 개발해 제조·판매 중인 삼양식품의 입꼬리가 귀에 걸린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BTS 뷔가 방송 속에서 ‘흡입’했던 ‘불짜장(불닭볶음면+짜짜로니)’이 온라인을 타고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불닭볶음면에 더해 농심 짜파게티의 아성에 도전 중인 짜짜로니까지 인기가 올라갈 상황이다 보니 삼양식품으로선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매출이 발생하진 않았다”고 솔직(?)한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검색량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해외 시장을 향해 언제든 더 빠르게 뛰어나갈 준비가 된 삼양식품으로서는 고무적인 상황이란 것이죠.
사실 삼양식품에게 BTS는 벌써부터 은혜로운 존재였습니다. BTS 멤버들의 불닭볶음면 먹방으로 이미 해외 매출이 크게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진 ‘불닭볶음면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의 화룡점정을 BTS가 찍은 셈입니다.
업계에선 삼양식품이 ‘서진이네’의 메인 협찬사로 들어가기 위해 1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는 말도 들려옵니다. 물론 확인되지 않는 풍문이긴 하지만, 손흥민 선수 정도의 유명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정도일 것이라고 하니, 적은 돈은 아니겠죠?
하지만, 글로벌 시장 확대가 필수불가결한 상황에 놓인 삼양식품 입장에선 분명 남는 장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양식품의 해외 전략에 대해 이처럼 길게 이야기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액(9090억원) 중 67%인 6057억원이 수출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먹여 살릴 돈줄의 3분의 2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것이죠.
특히나 삼양식품에겐 불닭 브랜드 제품은 ‘소중하다’란 말 그 이상으로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작년 기준 해외 수출액의 79.2%(4800억원)가 불닭 브랜드 제품으로부터 나왔으니 말이죠.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서울 명동의 매운 찜닭집에서 장시간 대기까지 불사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나 아찔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삼양식품의 실적은 불닭볶음면 개발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1963년 개발된 국내 ‘라면의 원조’ 삼양라면으로 1986년까지 24년간 점유율 1위 자리를 장기 집권했지만, 이후엔 라이벌 농심의 안성탕면(1987~1990년), 신라면(1991~2022년)에 자리를 내주며 체면을 구겼지만, 불닭볶음면 개발·수출 이후엔 매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을 받으니 말입니다.
수출을 시작했던 지난 2016년 661억원어치가 해외에 팔렸던 불닭 브랜드 제품은 6년이 지난 2022년에는 그 규모가 7.3배로 늘었습니다.
삼양라면은 전체 한국 라면 수출액의 약 55%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도 전량 국내 생산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삼양식품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안정적으로 그리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5월 저점(8만5600원)과 비교했을 때 지난 7일 종가(12만1200원) 기준으로 삼양식품의 주가는 41.6%나 올랐습니다. 최고점일 찍었던 지난 2월 13일(12만9000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50.7% 상승했습니다.
올해 주가만 놓고 봤을 때는 아쉬운 면이 큽니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종가인 12만3500원 대비 7일까지 1.9% 하락하며 뒷걸음질 쳤기 때문입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탓에 원가 부담에 발목이 잡힌 데다, 정부가 최근 상반기 중엔 가공식품의 가격을 올리지 말고 인상 요인을 자체 흡수하라고 압박한 것이 주가엔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까닭을 설명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주가가 상승한데다, 2차전지 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섹터에 투자금이 탓에 한 템포 쉬어가는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고요.
이런 현실이지만 증권업계에선 삼양식품 실적과 이에 따른 중장기적 주가 흐름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양식품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17.1%, 33.1% 증가한 1조645억원, 120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불닭볶음면’이 선봉에 선 해외 매출 증가폭이 22.2%(국내 매출 7.3%)에 이르며 전체 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죠. 내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70.3%까지 확대될 것이란 예측도 내놓았습니다.
증권가에선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시총)도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 1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한적 시장 소통으로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삼양식품의 시총은 7일 종가 기준 9130억원입니다.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서려면 삼양식품 주식 1주당 가격이 13만2749원을 넘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해외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불닭 브랜드 제품의 인기가 앞으로도 주가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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