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올랐는데 옆에선 반값 거래" 오리무중 주택시장 [르포]

김서온 2023. 4. 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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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원 일대 가보니…전용 84㎡ 매물이 전용 59㎡보다 낮은 가격대 거래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는 올 초부터 완만한 상승세에 10억원대 '회복'
업계 전문가 "지역마다 편차 커 일괄적으로 반등장이라 평가하기 어려워"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12억~13억원 하던 아파트가 5억원 대로 뚝 떨어지더니, 옆 단지에서는 금세 10억원 대로 회복하면서 거래가 속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과 가까운 경기도 안양·의왕 일대 아파트 값의 등락이 혼재되며 다소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마저 어떤 맥락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을 더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수혜 단지로 주목받으며 호황기에 큰 폭으로 올랐는데,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거품이 제대로 빠졌다는 이야기도 나왔죠.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하니 예비 수요자들은 유독 경계하고 저점 매수만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많은 분위깁니다."

최근의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부동산 호황기인 2년 전 GTX 호재로 일대 아파트값이 크게 뛰었지만, 현재 반값 이하로 뚝 떨어진 단지가 있고, 같은 아파트단지 내에서 전용 84㎡ 매물이 전용 59㎡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덕원대우' 전용 84.96㎡는 지난달 7건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3층 매물이 5억8천500만원에 실거래됐다. 한 달 전인 지난 2월 1층 매물이 6억8천7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도 약 1억원이 낮은 금액이다.

단지의 동일면적대 매물은 지난 2021년 12억4천만원(16층), 11억3천500만원(5층)에 거래되며 10억대 선을 견고하게 다지는 듯했으나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에 내림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최근 이뤄진 저점 거래는 무려 4년 전 가격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019년 단지의 동일면적대 1~3층 대다수 저층 매물이 5억6천만원~5억9천만원대에 실거래됐다.

경기 의왕 포일동 일원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거래가 끊겼던 일부 단지에서도 집값 폭등기와 비교해 수억원 떨어진 가격대에 실거래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인덕원마을' 전용 59.80㎡는 올해 2월과 3월 매물 2건이 각각 7억원(14층), 6억9천900만원(9층)에 팔렸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 8억7천만원(20층)~9억원(18층)대에 계약된 것과 비교해 최대 2억원이 떨어졌다.

단지와 맞닿아 있는 '인덕원삼호'도 비슷한 추세다. 호황기 시절 거래된 가격대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대로 매물이 거래되고 있다. 단지의 전용 84.99㎡는 지난 2월 7억5천만원(6층)에 계약됐다. 1년 전인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동일면적대 매물이 9억5천만원(12층)대에 거래되며 10억 클럽에 가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후 같은 해 하반기 6억원대로 내려앉았다.

동일 단지 내에서 '국평(국민주택규모, 전용 84㎡)' 매물이 전용 59㎡보다 낮은 가격대에 거래된 계약도 이달 체결됐다. '래미안에버하임' 전용 84.68㎡는 이달 초 6억2천300만원(5층)에 팔렸다. 지난 2월 전용 59.73㎡ 매물이 6억2천500만원(10층)에 거래됐는데, 이보다 200만원이 낮은 가격에 매물이 팔린 것이다.

의왕 내손동 일원 G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타면서 일대 아파트값이 수억씩 떨어졌다"며 "GTX 호재가 있지만, 유독 언론에도 많이 이름이 거론되면서 순식간에 가격이 오른 게 오히려 악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락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자 털고 나가겠다는 일부 집주인들은 '매물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으면 네고해줄테니 무조건 우리집을 보여달라'고 하기도 해 저점 거래가 힘을 받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반면, 학의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인덕원 일대 대장주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는 올 초부터 조금씩 가격을 회복하면서 최근 10억대에 복귀했다. 단지의 전용 84.98㎡는 지난 1~2월 10건의 매물 중 5건의 매물이 8억 중반대에서 9억 후반대에 거래되고 3건의 매물은 10억 초반대에 거래되는 혼조세를 보였는데, 지난달에는 모두 10억 선(10억~10억8천3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동일면적대 매물은 지난해 12억5천만원(17층), 지난 2021년 16억3천만원(25층)에 실거래된 바 있다.

인근 또 다른 P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비교적 신축이거나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가격 방어력이 좋아 같은 상승장에서는 더 오르고, 하락장에는 덜 영향을 받는다"며 "몇몇 단지들은 중개업소들 사이에서도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얘기가 많이 돌았는데, 지금과 같은 박스권 내 등락을 보이는 분위기에서 확연하게 티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반등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으나, 시장 불확실성이 잔존하고 단기간 집값이 조정, 정부의 규제 완화가 더해지는 등 혼조세를 보여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실수요 중심으로 매매시장이 재편된 가운데 매수, 매도자 간 가격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이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것인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생겨나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 일괄적으로 평가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시장에서는 영원한 상승도, 영원한 하락도 없다. 지금처럼 실수요를 중심으로 매매시장이 재편된 상황에서는 '지역적 양극화'가 점차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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