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주범' 美 고용 과열 잡히나…일각서 침체 우려(재종합)
예상 하회…임금 상승 속도도 더뎌져
SVB 한파까지…일각서 침체 관측도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노동시장 과열 양상이 조금씩 꺾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역대급 긴축 여파에 지난달 신규 고용 규모가 2년3개월 만에 가장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상승 속도 역시 느려졌다. 이에 따라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꼽힌 노동시장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은행권 불안까지 더해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농업 신규 고용 23.6만개↑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은 23만6000개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3만8000개)를 약간 밑돌았다. 직전월인 올해 2월 당시 32만6000개보다 증가 폭이 10만개 가까이 줄었다. 지난달 증가 규모는 지난 2020년 12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레저·접객업은 7만2000개 일자리가 증가했다. 지난 6개월간 평균 증가 폭(9만5000개)을 하회했다. 소매업의 경우 1만4600개 일자리가 줄었다. 4만1300개 증가했던 전월과 비교하면 큰 폭 둔화한 것이다. 이외에 교육·의료 서비스업(8만5000개→6만5000개), 정부 공공직(6만개→4만7000개), 전문사무 서비스업(5만5000개→3만9000개) 모두 한 달새 고용 증가세가 둔화했다.
임금 상승 속도는 약간 더뎌졌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2% 상승했다. 2021년 6월 이후 최저다.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만 해도 내내 5%를 훌쩍 넘었다가, 지난해 11월(5.0%)를 기점으로 4%대로 내려 왔다. 올해 들어서는 1월 4.4%→2월 4.6%→3월 4.2%로 둔화했다. 다만 실업률은 3.5%로 월가 전망치(3.6%)를 살짝 하회했다.
이는 연준의 역대급 긴축 여파가 노동시장에 서서히 미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특히 시장은 이번 보고서를 두고 회복력 있는 경제와 적당한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딱 알맞은’ 속도로 노동시장 과열이 둔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집 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년간 이렇게 기대와 일치하는 고용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며 “모든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 고용 걱정 안 해도 돼”
고용이 조금씩 둔화하는 기류는 최근 이미 여럿 나왔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 집계를 보면, 지난달 민간 고용은 전월 대비 14만5000개 증가했다. 증가폭은 지난 2월(26만1000개)보다 10만개 이상 줄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8000건으로 나타났다. 월가 전망치(20만건)를 상회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0만건을 넘어선 것은 3월 초 이후 한 달 만이다. 실업수당 청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시장 과열이 진정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20만건 초반대 수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슷하다. CNBC는 “노동시장의 둔화 징후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연준이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때 기준금리 추가 인상(5.00~5.25%)에 나선 뒤 7월부터는 인하 모드로 돌아설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폴락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고용보고서는 연준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다음 금리 결정을 할 때 노동시장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살 구아테리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기에는 아직 노동시장이 강하다”면서도 “노동시장은 점차 추진력을 잃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은행권 위기까지 겹치면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드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데이터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전을 효과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은행권의) 신용 여건 강화까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고용보고서 조사는 SVB 파산 직후 이뤄졌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은행권 대출 감소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때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용 둔화세가 뚜렷한 만큼 갑작스러운 고용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기준)이 1.5%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과 2주 전에는 3.5%까지 올랐으나, 갑자기 급락했다.
도이체방크의 매튜 루제티 수석이노코미스트는 “우리는 아직 (은행권 불안의) 실질적인 영향을 보지 못한 상황”이라며 “연준은 SVB 사태가 불러올 신용 경색 가능성을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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