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요양원' 입소위해 줄 서는 시대 온다[지방소멸은 없다]

이수민 기자 2023. 4. 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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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최대 주거단지' 금호지구도 인구소멸 '역풍'
아동시설→노인시설로…광주 어린이집 3년간 120곳↓

[편집자주] 영영 사라져 없어지는 것. '소멸'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토록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를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 현실과 고민을 함께 생각합니다.

한 병원 신생아실이 비어있는 모습. (뉴스1 DB) /뉴스1

광주 지역 최대 주거단지인 금호지구도 인구소멸 역풍을 막지 못하고 있다.

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서구 금호지구 인구감소 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금호1·2동의 지난 2013년 인구는 5만4790명(금호1동 2만4983명, 금호2동 2만9807명)이다. 10년간 꾸준히 감소하다가 지난해 금호1동의 인구가 처음으로 1만명대인 1만9982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 금호1·2동 총인구는 4만7513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 추세다. 금호1동의 노인 인구는 2013년 2285명에서 2014년 2419명, 2015년 2538명 등 계속해서 늘어나다가 지난해 기준 3658명에 이르렀다.

금호2동도 마찬가지다. 2013년 1840명에서 지난해 2820명으로 1000명 가까이 늘었다.

실제 주민들도 인구소멸을 체감하고 있다. 금호동에 사는 40대 박모씨는 "동네를 돌아 다녀도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다"며 "노인 인구만 늘고있다. 10년 전만 해도 놀이터에 아이들이 뛰어 놀았는데, 지금은 어르신들이 산책하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에서는 어린이집에서 노인 복지시설로 전업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저출생 고령화와 출산률 저하 때문이다.

규모가 큰 민간 어린이집은 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 등 노인 돌봄시설로 바뀌고 있다. 어린이집·요양원 모두 현행법상 노유자(老幼者) 시설에 속해 용도 변경이 쉬워서다.

공립 병설유치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원아 모집에 애쓰지만 매년 간당간당하다. 폐원 위기에 직면한 곳도 많다.

서울 종로구 탑공공원에서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News1DB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광주시의 어린이집 수는 2019년 1122곳에서 2021년 1002곳으로 총 120곳이 사라졌다. 지난해 9월 기준 어린이집은 950여곳 밖에 남지 않았다. 정원 충족률도 평균 70% 안팎이다.

반면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수요는 계속 상승하는 실정이다. 지난 2020년 8만2544곳이었던 전국의 노인복지시설은 2021년 8만5228곳으로 1년 새 3000여개가 늘어났다.

광주 서구에서만 지난해 3곳의 아동시설(유치원·어린이집)이 노인요양·복지시설로 바뀌었다. 3곳 모두 주거단지인 금호동, 쌍촌동 소재다.

국내 인구 구조가 아이보다 노인이 많은 역피라미드형으로 뒤집혀 가자 어린이집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노인요양원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금호동 '아이미소유치원'은 '미소실버요양원&주간보호센터'로 바뀌었다. '삼성리나유치원'도 '노블레스요양원'으로 탈바꿈했다. 쌍촌동 '햇님유치원'은 '행복한주간보호센터'가 됐다.

아파트 단지에 자리한 화개초등학교 병설 유치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해 6명이 입학해 겨우 폐원 만을 면한 수준이다.

병설유치원은 과거 입학하려는 경쟁이 치열했지만, 현재는 매년 위기를 맞는다. 학생 수도 없는 데다 학원차량 운영을 못하도록 하는 규정때문에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고귀옥 금호2동 부영어린이집 원장은 "고령화 저출산 문제는 더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의 문제"라며 "주위에 보면 지난해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노인복지시설 전환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동네의 한 대형 어린이집·유치원이 문을 닫고 노인시설로 전환되는 것을 보고 현직자들끼리도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워낙 없으니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저희 어린이집은 다행히 국공립 전환이 돼 어느정도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힘들다"며 "하물며 사립을 얼마나 더 힘들까 싶다. 그런 시설에 지원을 더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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