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日銀총재, 오늘 퇴임…부작용 남긴 '구로다 바주카'
기사내용 요약
이차원 금융완화 나선 구로다…엔화 약세 성과
금융완화, 실물경제 변화는 실현못해…부작용도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역대 최장수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총재가 8일 퇴임한다.
약 10년 간 총재를 지낸 그는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의 3개의 화살 중 하나인 양적·질적 이차원 금융 완화에 힘썼다. 과도한 엔화 강세를 수정하며 일본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장기화된 금융완화 정책은 부작용을 낳았다. 성장전략을 통한 잠재성장률 상승, 임금 인상 등 본질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구로다 총재의 후임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구로다 바주카' 쏜 구로다…취임 직후 엔화약세 성과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출범하고, 2013년 1월 '물가 상승 2% 목표'를 담은 정부와 일본은행의 공동성명(어코드)가 발표된 직후였다.
구로다 총재의 전임인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총재는 소규모 금융완화를 실시해 디플레이션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구로다 총재는 취임 직후 전력을 순차적으로 투입하지는 않겠다며 '구로다 바주카' 불리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내놓았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담한 완화를 추진해 (물가 상승 목표) 2%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자신했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4월 국채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등 '이차원 완화'를 시작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을 담당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구로다 총재 취임 전 한 때 1달러 대=약 76엔이었던 엔화 가치는 2013년 말 105엔대까지 하락했다. 과도한 엔화 강세가 수정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했다.
엔화 약세에 일본 기업들은 환호를 질렀다. 법인기업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관련 제외)의 경영이익은 2021년 83조9246억엔에 달했다. 2012년 보다 74%나 뛰었다. 금융완화 자금은 부동산 업계로도 흘러들었다. 부동산가격지수는 지난 10년 간 약 2배나 상승했다.
구로다가 힘쓴 금융완화, 실물경제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우선 엔화 약세로 외국 수요를 끌어들이고, 구조개혁으로 생산성을 높인 기업이 임금을 인상한다. 임금 인상은 소비자들의 소비를 촉진하고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물가 상승으로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금융완화로 돈을 번 기업들은 인적 투자를 꺼렸다. 임금 인상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다. 금융완화의 혜택은 일본 경제 전체로 흘러갔다고 말하기 어렵게 됐다.
매월근로통계조사에 따르면 2022년 평균 명목임금은 10년 전인 2012년과 비교했을 때 3.5% 상승한 데 그쳤다.
반면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물가지수 성장률은 2022년 전년 대비 3.3%에 달했다.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마이너스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일본은행이 금융완화로 금리를 낮게 억제한 결과 생산성 향상에 대한 동기부여는 희미해졌다.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구로다 총재 취임 전 0.9%에서 현재 0.27%까지 낮아졌다.
물가 목표 2% 달성 실패…완화정책 부작용 등 한계 직면
장기 금리를 낮게 억제하는 완화 정책은 비정상적인 국채 매입 규모, 채권시장 기능저하 등 부작용을 낳았다.
최근 10년 간 구로다 총재 체재 아래 일본은행이 매입한 국채는 963조엔에 달한다. 사들인 국채는 일부 상황됐으나, 보유한 장기국채는 지난달 20일 기준 575조엔이다. 이는 이차원 완화 실시 전과 비교했을 대 약 6배나 되는 규모다.
전체 장기국채의 54%를 일본은행이 보유했다. 닛케이는 "발행을 마친 국채 과반수를 일본은행이 가진 이상한 사태가 됐다"고 꼬집었다.
시장 움직임과는 반대로 금리를 강제적으로 억누르면서 재정규율이 나사 빠진 느슨한 모습이 된 점도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10일 마지막 금융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완화는 성공이었다"고 자평했다. 물가 상승 2%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면서도 디플레이션 상황 탈피, 고용자 수 증가 등을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그가 자평하기에는 부작용 등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최근 과도한 엔화 약세 등의 심각한 약점도 눈에 띈다.
구로다 총재의 후임은 경제학자인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다. 9일 취임하게 된다.
오랜기간 계속된 금융완화 출구전략을 우에다가 시작할지 주목된다. 다만 그는 지난 2월 중의원(하원) 의원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소신 청취, 질의에 참석해 "일본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금융정책은 적절하다"며 당분간 금융완화를 계속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우에다가 구로다 총재가 남긴 많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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