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플레e] 법으로 살펴본 '메이플스토리 클라이언트' 변조 사태

김미희 2023. 4. 8.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최근 넥슨이 서비스 중인 '메이플스토리'에서 사건이 터졌다. 한 게이머가 게임 클라이언트를 변조하여 부당이익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시작으로 그동안 암암리에 사용되던 클라이언트 변조 행태들이 연이어 밝혀졌다. 이를 두고 여러 논쟁이 오갔다. 이 중에는 클라이언트 변조가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번 칼럼을 통해서는 클라이언트 변조가 무엇인지, 이것이 법 위반 사항인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우선 클라이언트 변조를 설명하기에 앞서, 서버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부터 살펴봐야 한다. 게임사는 게이머가 게임에서 하는 모든 행위를 빠짐없이 저장해 두는데, 이 저장고가 서버다. 게이머는 게임플레이를 위해 수많은 정보와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 이때 모든 이들이 서버에 접속하고 있으면 당연히 혼잡해지고,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된다. 반응속도도 느려진다. 그래서 게임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자신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일종의 메모장인 클라이언트를 준다. 게임은 게임사에 저장되는 서버와 게이머에게 배포되는 클라이언트가 서로 게임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실행된다.

당연히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기록이 다를 수 없고, 달라선 안된다. 그럼에도 이 둘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게이머가 데이터를 뜯어 리소스와 데이터를 조작하여 본인의 기록을 유리하게 한 경우다. 이것이 클라이언트 변조다.

이번 메이플스토리 사건은 클라이언트를 뜯고 조작할 수 있는, 통칭 ‘언패킹 및 리패킹툴(이하 변조툴)’을 통해 변조됐다. 스킬의 범위나 쿨타임 등 캐릭터의 능력치를 조작하는가 하면 게임 난이도, 맵 데이터 조작 등 여러 부분을 변조했다.

이 같은 일련의 행위는 수많은 현행법 조항들을 위반한 것이다. 먼저 변조된 클라이언트로 게임을 이용하는 것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시스템에 침입한 행위이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이 적용 가능하다. 또한 게임의 안정적인 운영을 방해하여 게임에 장애를 발생시켰으므로 제48조 제3항에도 해당한다. 한편, 대리 게임은 게임산업진흥법 제32조 제1항 제11호에 해당하여 처벌받는다.

게다가 변조툴은 게임의 정당한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졌음이 명백한데, 이를 알면서도 활용한 대리업자들은 저작권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을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동법 제13조의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한 것이며, 제16조의 복제권도 침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형법에도 저촉된다. 변조툴 제작 및 이용은 게임 시스템에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여 정상적인 이용을 방해하는 장애를 발생시켰기 때문에 제314조 제2항에 적용된다. 특히 변조툴을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업자에게는 형법 제347조의2에 해당하여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변조툴을 제작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게임의 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 및 위조·변경하거나 운용을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을 위반한 행위다. 아울러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해선 안된다는 내용의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1항, 제2항을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며 게임사가 금지한 프로그램을 제작·제공·배포·알선하는 것은 게임산업진흥법 제32조 제1항 제8호와 제9호에 해당한다.

게임법 제32조 제1항 제9호는 통칭 ‘게임핵 처벌법’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동섭 의원실 근무 당시 만들었던 조항이다. 발의 원안은 현행법 조항과 내용이 조금 달랐다. 원안에는 제9호를 ‘가.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게임물’, ‘나.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한 것을 변경한 게임물’로 나누었었다. 클라이언트 변조 행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당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실이 일부 내용을 변경했다. “원안에서는 가목, 나목으로 분류했으나 나목 역시 결과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한 게임물에 해당되므로 가목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였다. 즉, 법리적으로는 클라이언트 변조도 게임 핵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이 의견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동의하였고, 수정안으로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이처럼 클라이언트 변조는 수많은 법을 위반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다. 그러나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게임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떨어졌다. 보안에 큰 구멍이 뚫리고 게이머들의 신고가 있었다. 그럼에도 수년간 방치되다 이제야 드러났기에, 게이머들의 실망감이 더욱 컸다. 넥슨의 사과마저 부족해서 게이머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다. 클라이언트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하게 검사하자니 서버 렉이 생긴다. 그렇다고 무결점 검사가 아닌 일부 정보로만 클라이언트를 검증하자니 변조툴 문제가 치고 들어온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렉과 보안 모두 균형감 있게 유지해야 게이머들에게 계속 사랑받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게임사들이 게임핵과 사투를 벌이는 이유다.

개발사인 넥슨에게도 중요한 시점이다. 넥슨은 최근 확률형 아이템을 없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스팀 1위를 달성한 ‘데이브 더 다이버’ 등 과금 요소에 변화를 주며 이미지를 개선시켜 왔다. 게이머들도 넥슨의 최근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필자 역시 연쇄 트럭 시위 사태 등 여러 자리에서 넥슨을 비판했지만, 이러한 노력에 대해서는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 타이밍에 변조 사태가 터졌으니,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번 변조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따라 메이플스토리가 국민 게임으로 남을 수 있을지, 넥슨이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판가름 날 것이다. 아무쪼록 사력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정리/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