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콘텐츠 다 만들어줘” 이미지 생성 AI 인기 속에 고개 드는 저작권 침해 논란

이소연 기자 2023. 4.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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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이미지 바로 만들어주는 생성형 AI 이미지
인기 끌자 국내 스타트업도 우후죽순 만들어내
해외에선 벌써 저작권 논쟁도
저작권법 회색지대 있어 도용 문제 커질 수도
다만 사회적 합의 이뤄지면 오히려 산업 활황 기대도 가능해
이미지 생성 AI 달리(DALL-E)가 생성한 '아파트 근처에서 피아노를 치는 외계인'의 그림./ DALL-E 캡쳐

“스테이블 디퓨전은 때때로 게티이미지의 기존 콘텐츠와 몹시 유사하거나 이를 본뜬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스태빌리티 AI가 게티이미지의 이미지를 인공지능(AI) 모델을 학습시키면서 광범위하게 베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이미지 제공업체 게티이미지와 이미지 생성 AI ‘스태빌리티 AI’의 개발사 스테이블 디퓨전이 법적 다툼을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는 지난 2월 30여년간 축적한 이미지 1200만개를 무단으로 AI 학습에 활용했다며 미국 델라웨어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블룸버그는 “AI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으로 발생하고 있는 모호한 저작권 관련 법적 논쟁의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이미지 생성 AI가 인기를 끌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가 인간 창작자의 작품을 무분별하게 학습에 사용하는 경우, 향후 해외처럼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인기에 힘입어 AI를 활용해 각종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 생성형 AI는 챗GPT가 방대한 온라인 데이터를 수집해 텍스트 형식으로 답변을 내놓듯이, 이미지 콘텐츠를 학습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한다. 달리(Dall-E)나 미드저니(Midjourney)가 대표적이다. ‘보라색 방 안에 있는 하얀 털을 가진 괴물’ 등의 명령어를 입력하면 상상 속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이미지 생성 AI 개발 열풍에 올라탔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3일 선보인 AI 챗봇 ‘아숙업’의 AI 모델 ‘업스케치’는 ‘우주인이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그려줘’ 등 이용자가 원하는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작성한 후 “그려줘”라고 입력하면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한다. ‘프로필’ 기능은 얼굴 중심의 사진을 전송하고 ‘젊게 그려줘’ 등의 옵션을 선택하면 새로운 프로필을 이미지 제공한다. AI 스타트업 오노마AI가 3일 공개한 ‘투툰GPT’는 웹툰 그리는 생성형 AI로 명령어에 따라 웹툰 캐릭터, 옷 배경이미지, 콘티 등을 만화풍으로 생성한다.

문제는 AI가 저작권이 있는 원본 이미지를 도용해 이미지 생성에 활용하는 경우 창작자가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으며, 원본 이미지나 동영상과의 유사성으로 저작권 침해 논란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도 창작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올 1월 사라 앤더슨, 캘리 맥커넌, 칼라 오티즈 등 예술가들은 생성 AI인 스테이블 디퓨전과 미드저니 개발자에 “AI 업체들이 원작 예술가의 동의 없이 웹에 있는 작품을 동원해 AI 도구를 훈련했고 예술가의 권리를 침해했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법적으로 회색지대에 놓여있는 AI의 창작물은 창작자의 저작물을 똑같이 베낀 ‘복제물’ 혹은 실질적 변형은 가했으나 일부 원작물이 연상되는 ‘2차저작물(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이라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다수 전문가는 타인의 창작물로 학습 과정을 거친 AI가 완벽하게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원본과의 동일성이 아예 상실된 경우 ‘독립저작물’로 분류돼 저작권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AI 기술의 수준이 여기까지 발전하는 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챗GPT 역시 다양한 텍스트를 베껴와 섞는 것으로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이를 이미지에 적용해도 원저작물을 가져와 일정 효과를 새롭게 넣는다고 해서 저작권 문제가 없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했다.

물론 AI의 학습데이터에 특정 창작자의 이미지가 극소수 포함됐다고 해서 AI의 산출물이 모두 해당 창작자의 소유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AI 학습에 활용된 저작물의 창작자를 문제만 제기한다면, AI의 창작물을 완벽한 독립저작물이라고 보기엔 어려워 저작권 침해 여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저작물’에 대한 정의는 법적으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 사실상 현행법상 AI의 창작물이 온전히 저작물로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 중 하다.

다만 AI가 사회와 산업 전반에 기여한다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법적 논쟁이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응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저작권 침해에서 예외 원칙인 ‘공정 사용(fair use)’의 범위가 넓어 공익성을 위해선 일부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며 “상업적 용도를 아예 배제하지 않은 민간기업의 사업이 이용자 전체의 편리성을 증진한다는 측면에서 저작권 단체와의 소송에서 승리한 경우도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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