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이긴다"…백척간두에 선 韓 반도체, 자금확보로 미래준비 '총력'

장유미 2023. 4. 8.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삼성D서 20兆 차입…SK하이닉스, 2.3兆 규모 교환사채 발행
재고털기 대신 차선책 마련…현금흐름 악화 대비해 투자·운영 자금 선제적 조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은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수조원에 달하는 실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각각 4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 속에 자금력을 높이고자 자회사로부터 자금을 빌리거나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형식 등으로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의 자금을 차입했고, SK하이닉스는 2조2천377억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키로 했다. 실적 악화 속에서도 선제적 투자에 나서기 위해 운영 자금 마련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무차입 경영 기조를 내세웠으나, 반도체 업황이 둔화되자 태도를 바로 바꿔 자회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올해 계획했던 투자와 생산을 차질 없이 이어나가기 위해서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1월 말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시설투자(캐펙스·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약 47조원으로, 올해는 자회사에서 자금을 빌려서라도 전년 수준의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차입 기간은 2025년 8월 16일까지 약 2년 6개월, 이자율은 연 4.6%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15조원에 달하지만, 별도 기준으로 삼성전자 국내 법인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3조9천215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잉여현금흐름도 9천365억원 적자로,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설비투자 등에 더 많이 지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DS 부문 영업이익이 2천700억원 수준에 그친 데다 올해 1분기에는 4조원대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여 투자 여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작년 말 기준 현금 115조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차입을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14년 만에 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대부분 현금을 해외법인이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올해 예정된 5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는 대부분 국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동안 1조8천98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3조5천92억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됐다. 한 달 전 영업손실(2조7천22억원) 전망치보다 8천70억원이 더 늘어난 수치로, 일부 증권사는 최대 4조1천2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 탓에 SK하이닉스의 자금 상황도 비상에 걸렸다.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차입금과 리스부채, 매입채무, 미지급금, 기타지급채무, 기타금융부채를 합한 금융부채는 31조8천319억원으로, 1년 내 갚아야 할 돈만 12조2천372억원에 달한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총 9조9천822억원인데 상당액이 각종 운영자금으로 쓰인다는 점과 유동자산 중 당장 처분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가용 현금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재고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재고 자산은 12조9천362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원(82%) 이상이 더 쌓였다. 또 제품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 중인데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에서도 운영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대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에 있는 사옥을 5천72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올해 2월 회사채 발행으로 1조3천9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4일 자사주 2천12만6천911주(주식 총수 2.8%)를 담보로 해외 교환사채 2조2천377억원어치를 발행키로 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교환사채는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한 기한이 지난 뒤 발행회사가 보유한 주식 등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SK하이닉스의 교환사채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 사채 표면 이자율과 만기 자율은 연 1.75%다.

SK하이닉스는 교환사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원재료를 구매하는 등 자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동시에 업황 악화에 따른 영업실적 부진에 대처하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상황에서 원가 이하의 판매를 통한 현금화보다는 재고를 가져가되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더 낫다고 (SK하이닉스가)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금조달의 배경은)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이 재공품 기준 9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현금원가 이하의 판매를 통한 현금화 보다는 재고 고수의 의지가 일부 반영된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리스크로 여겨 온 유상증자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투자도 줄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 19조원 수준이지만, 올해는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운용 비용 측면에서도 모든 비용을 원점 재검토해 지난 10년간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던 것을 올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하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수조원 적자 우려 속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버티기'에 들어간 이유는 올 하반기 업황 반전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업계의 감산 노력으로 오는 하반기께 D램의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7일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 하며 상황 개선의 여지는 더 커졌다. 여기에 챗GPT 등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의 출현과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성장도 메모리 수요 회복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고객사의 재고 건전화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 축소 효과가 반영되며 점진적으로 수급이 개선될 것 같다"며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저점을 형성한 후 '상저하고'의 이익 패턴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교환사채를 포함한 올해 SK하이닉스의 신규 조달 자금이 6조7천억원임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필요한 현금은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SK하이닉스의 일련의 자금조달이 향후 업황 개선에 대한 확신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재밌는 아이뉴스TV 영상보기▶아이뉴스24 바로가기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