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與 '최재형 혁신안'…"PPAT는 부정적"
지도부 내 PPAT 부정 기류 "기계적 시험…효능감 의문"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출범한 최재형 혁신위원회의 '6대 혁신안'이 김기현 대표에게 전달됐지만, 8일 기준 지도부 차원의 논의 없이 약 3주째 계류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도부 내에서는 혁신위에 담긴 'PPAT(국민의힘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 확대'에 부정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이 전 대표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원 후보자를 대상으로 도입한 PPAT를 국회의원·광역단체장까지 확대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최재형 의원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김 대표를 만나 '6대 혁신안'을 보고했다.
주요 내용은 ▲공관위 공천후보자 부적격 심사권 등 일부 기능 윤리위 이관(1호) ▲공직후보자 추천 시 부적격 기준 강화·PPAT 확대(2호) ▲온라인 당원투표제 도입(3호) ▲상설·특별위원회 개선(4호) ▲국회의원 정기평가제 도입(5호) ▲비례대표 공천 이원화(공관위 50%·전국위 50%)·여의도연구원 개선(6호) 등이다.
당시 최 의원은 김 대표에게 혁신안 수용을 건의했지만, 김 대표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으로 갈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혁신안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자 일각에서 '폐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5일 언론 공지를 통해 "김 대표는 혁신위가 마련한 건의안을 보고받은 후 검토하고 있으며, 도입 가능한 사항을 실무적으로 파악하라고 지시한 바는 있지만 혁신안 폐기를 지시한 사실은 없다"며 "김 대표는 총선을 압도적인 승리로 이끌기 위해 '안정 속 개혁'이라는 모토 아래 위 건의안을 포함한 정치개혁과 국회·당 개혁 과제 등 필요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고 있으며 관련 의견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기계적 PPAT, 효능감 의문" vs "민심에 가까워지는 것"
다만 지도부 내에서는 혁신안 수용 '전면 불가'까지는 아니더라도, PPAT 등 민감한 안건에 대해서는 부정 기류가 읽힌다. 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혁신안이 아직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며 "일부 혁신안은 수용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전체 다 받는 건 무리다. PPAT 강화는 부정적이고, 국회의원 정기평가는 동의한다. '무조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사안별로 나눠 심도있게 논의하면 되는데 안건으로 올라온 적이 없다"고 전했다.
당내에서 PPAT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공직후보자 자격 기준을 시험 점수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공직자 선출에 PPAT는 필요하지 않다. 다양한 방식의 평가 요소가 있는데, 단편적이고 기계적인 시험 점수로 평가하는 것이 큰 효능감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당원뿐 아니라 여러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은 정책이라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 고위관계자도 "PPAT는 저번 지방선거에서 실패했다고 본다. 취지는 시험을 통해 자질 안 되는 사람들을 걸러내겠다는 것이었는데, 당시 PPAT 문제는 샘플보다 훨씬 어려웠다"며 "당에 오래 공헌해 왔던 나이 많은 분들은 4~50점 맞았고, 당에 기여도가 없는 분들이 8~90점 맞아서 공천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지역에서도 당을 위해 노력했던 분들이 모두 떨어지고, 얼굴 한 번 못 본 사람이 공천을 받았다. 단순 인적교체 목적이라면 도움이 되겠지만, 예를 들어 (공천 받으려면) PPAT 70점 이상 받아야 하는데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69점으로 탈락됐다고 했을 때, 여태 당에서 활동 안 하고 80점 맞은 사람이 선거에 나가면 민주당을 이길 수 있을까. 처음 이 전 대표가 PPAT를 도입할 때처럼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PPAT는 기초·광역의원 입성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국가시험으로 운영되는 지자체 공무원을 견제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는지 최소한의 자격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것을 본인들의 장애물로 생각하는 것은 또 다른 모습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지방선거에서 PPAT 기준 점수에 미달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런 사람들이 의원이 된다는 것에 국민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때문에 명확한 기준으로 후보자들을 가려내야 한다"며 "공천은 PPAT 점수와 공관위 서류 심사, 면접을 복합적으로 보는 보고 결정되기 때문에 갑자기 들어와서 시험만 잘 본다고 공천을 받기는 어렵다"며 "계속 당에 머물러 있는 정치인에게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반대로 민심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 崔 "100% 아니어도 개선 필요…혁신 노력해야"
혁신위는 6·1 지방선거 직후 이 전 대표가 '공천 개혁' 등을 이유로 출범시킨 조직이다. 총선을 2년 앞두고 공천 문제를 주요 의제로 내건 만큼, 친윤계 내에서 '이준석 사조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혁신위 출범 초인 지난해 7월 성비위 의혹이 불거진 이 전 대표가 당 윤리위 징계를 받으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지속적으로 혁신안을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혁신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혁신위 활동이 종료된 지난해 말 당의 수장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당시 정 위원장은 혁신안 의결 문제를 후임 지도부로 넘겼다.
최 의원은 이미 당에서 공식적으로 혁신안 폐기설을 부인한 데다 혁신안을 포함한 추가적인 정치개혁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지도부의 개혁 의지와 방향성이 분명하다면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의원은 통화에서 "100%는 아니더라도, 혁신안에 있는 내용은 어떤 방향으로든 당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렇게 하는 것이 당을 위해서 좋겠다, 필요하다고 생각해 혁신안을 만들었지만 '그걸 안 하면 절대 안 된다'는 건 아니다. 혁신안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 않나.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큰 틀에서 당이 혁신 의지를 가지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그런 방향만 잃지 않으면 내용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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