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통근버스는 어쩌다 평양시까지 갔을까

양은하 기자 2023. 4.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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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관영매체에서 개성공단의 통근버스가 평양 시내를 누비는 모습이 포착돼 주목을 받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형의 '멋쟁이' 이층 버스가 수도 시민들의 출퇴근을 책임지고 있다며 현대화된 평양의 모습을 선전해왔는데 10년도 훨씬 넘은 개성공단 버스는 어쩌다 평양시에 등장하게 된 것일까.

평양은 개성시에서 170㎞나 떨어진 데다 최근 북한이 신형 버스를 개발하는 등 대중교통의 현대화에 상당한 공을 들여와 노후화된지 오래인 개성공단 버스를 평양에서 운행하는 것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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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제공된 버스, 평양 시내에서 포착…수도 교통 현대화에 '역행'
새 거리 조성 등 평양 확장 사업 따라 버스 수요 급증했을 가능성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5일 공개한 '4월의 봄'을 맞은 평양 시내 모습. 사진 왼편 하단에 포착된 버스는 과거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통근용으로 사용됐던 현대자동차의 '에어로시티' 버스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최근 북한 관영매체에서 개성공단의 통근버스가 평양 시내를 누비는 모습이 포착돼 주목을 받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형의 '멋쟁이' 이층 버스가 수도 시민들의 출퇴근을 책임지고 있다며 현대화된 평양의 모습을 선전해왔는데 10년도 훨씬 넘은 개성공단 버스는 어쩌다 평양시에 등장하게 된 것일까.

지난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북한이 공단 내 남측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정황은 그간 여러 차례 포착됐다. 인공위성 등을 통해 개성공단 내 주차돼 있던 통근버스가 움직이거나 의류 공장을 재가동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조선중앙TV의 뉴스 보도에서 개성공단 버스가 개성 시내를 누비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북한이 남측 자산을 몰래 사용하는 차원에서 가까운 시내 운행에 활용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버스가 평양시에서 포착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5일 평양 시내 봄 전경을 담은 사진에 파란색 현대자동차의 '에어로시티' 버스가 운행 중인 모습이 선명하게 담겼다.

북한이 자랑하는 신형 2층 버스. 지난해 12월 평양에서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 News1

평양은 개성시에서 170㎞나 떨어진 데다 최근 북한이 신형 버스를 개발하는 등 대중교통의 현대화에 상당한 공을 들여와 노후화된지 오래인 개성공단 버스를 평양에서 운행하는 것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노란색의 신형 이층 버스가 평양 시내의 여러 노선을 따라 운행을 시작했다. 이 신형 버스는 지난 2021년 3월 김정은 총비서가 시제품을 시찰했던 것으로 '평양 시민들의 교통상 편리를 최대한 도모하라'라는 당시의 지시에 따라 2년 만에 실제 운행에 들어갔다.

북한 매체들은 당시 이층 버스가 주차장에 줄지어 선 모습이나 운행 중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70여 명의 손님을 태울 수 있고, 1층과 2층에 감시카메라는 물론 TV도 설치돼 있다며 현대화된 평양의 대중교통을 한껏 선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근 몇 년간 북한이 평양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있는 새 거리를 조성하며 수도의 면적을 확장하고 있는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거리가 생기면서 입주자들의 편의를 위한 새 대중교통 노선도 만들어야 하고 이에 버스 수요가 증가했을 것이란 의미다.

북한은 평양시에 5년간 5만 세대의 살림집(주택)을 건설한다는 계획하에 매년 1만 세대의 주택을 지어 새 거리를 조성하고 있는데, 이 새 거리들은 모두 평양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북한은 첫 해 사업으로 80층 초고층 아파트를 랜드마크로 내세운 송화거리를 지난해 완공했다. 이는 평양 중심부에서 동남부 쪽 외곽에 위치한다. 2년 차 1만 세대와 3년 차 1만 세대 살림집 건설도 평양시의 북동쪽에 있는 화성지구 일대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올해 평양 외곽에 있는 강동군에 온실농장을 짓고 있고, 평양 북쪽 관문인 서포지구에 4100세대의 새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건설에 투입된 노동자들의 이동 수단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건설 현장에 동원되는 버스일 경우 노후화된 개성공단의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과거 현대가 개성공단에 제공한 통근용 버스는 290여대로 알려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개성시보다는 평양의 버스 수요가 훨씬 많다. 신형의 이층 버스는 시내 위주로 운행을 하고 외곽 쪽으로는 중고 버스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니 모든 자원을 절약하는 기조에 따라 공단 버스마저 활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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