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부터 '목숨걸고' 즐긴 세계 4대 진미

세종=김훈남 기자 2023. 4. 8.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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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 시즌2](25·끝)복어
[편집자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우리 수산물.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경북 포항시 죽도어시장 수협위판장에서 어민들이 경매를 마친 까치복어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 맛은 목숨과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

중국 송나라의 문장가 소동파가 복어에 대해 한 극찬이다. 맹독이 있는 복어라 할지라도 맛봐야한다는 소동파의 문장은 국내 유명 만화인 '식객'에서도 소개돼 널리 알려졌다. 캐비어·트러플·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4대 진미로 불리는 복어의 명성이 어제오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만 21종…맹독 품은 진미

자주복과 참복, 까치복, 황복 등 다양한 종을 통칭하는 복어는 분류학적으로 '척삭동물문-어상강-목어목-참복과'에 속하는 어종이다. 전 세계의 열대와 아열대 온대 해역에 서식하는데 가끔 기수역(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이나 담수역에 사는 종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참복과 어류는 19속 130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6속 30종이 보고돼 있다.

위협을 느끼면 배를 부풀려 탁구공처럼 만든다고 해서 영어로는 글로브 피시(globe fish) 혹은 푸퍼 피시(puffer fish)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보고되는 복어 가운데 식용이 가능한 복어는 21종이다. 대부분 자주목과 황복, 검복, 까치복, 은밀복, 흑밀복 등이 식용으로 쓰인다.

복어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 성분 덕이다. 대부분 복어가 알과 내장 피 등에 갖고 있는 이 신경성 맹독은 무색·무취·무미로 사람의 감각으로 구분할 수 없고 소량으로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대신 근육 통증 완화와 주름관리에 쓰는 '보톡스'의 주 성분으로 쓰이며 진통제와 진정제로 쓰기도 한다.

강원 강릉 주문진항 일원의 한 시장에서 손질된 복어가 가지런히 쌓여있다. /사진=뉴스1
연중 어획되는 복어…황복의 계절이 돌아왔다
복어는 금어기 없이 연중 어획된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면(바다)어업의 복어 연간 생산량은 평균 3767톤(t)이다. 2020년 2635톤으로 낮은 어획량을 보였던 복어는 최근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민물에서 잡는 황복의 연간 생산량은 8톤이다. 황복은 1년 내내 잡히는 다른 복어와 달리 4월 중순에서 6월 초순까지 잡힌다.

복어는 양식이 가능한 어종이다. 해면 양식은 대부분 경남 지역의 해상 가두리 방식이고 일부 제주지역에서 육상수조식 양식을 한다. 내수면은 염분적응성이 강한 황복을 주로 양식한다. 양식 복어의 경우 자연산 복어에 비해 독성이 약한 것이 특징이다. 양식에 따른 지난해 복어 생산량은 해면양식 기준 68톤으로 집계됐다. 2017년 21톤이었던 복어 양식량은 2021년 6톤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들어 급증했다.

복어는 다른 어종에 비해 성장이 느려 교잡기술을 이용한 '슈퍼황복'을 개발하기도 했고 최근 민간에선 '무독성 복어류 생산'기술이 신기술인증을 받기도 했다.

독이 있는 물고기라도 2000년전부터 먹었다?
우리나라에서 복어를 소비한 시기는 무려 20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기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조개무덤에선 복어의 뼈조각이 발견돼 오래 전부터 식용으로 사용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정약전 선생은 저서 '자산어보'에서 까치복을 언급, "심한 독이 있어 3월 이후에는 복어를 먹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있다. 허한 것을 보하고 습한 기운을 없애며 허리와 다리의 병을 치료하고 치질을 낫게 한다"고 효능을 소개했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선 황복을 설명하며 "간, 알에 독이 많으므로 깨끗이 씻어 미나리와 함께 끓이면 독이 없어진다"고 나온다. 강화 창후리에 조성된 황복마을에선 2000년대 초기 구하기 힘든 황복을 놓고 "대통령이 와도 없어서 못 준다"는 일화도 있다.

우리나라의 복어 소비형태를 분석해보면 복어를 좋아하는 연령과 성별은 40~50대 남성으로 나타났다. 맛과 건강, 숙취해소 등을 복어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았다. 음식 별로는 수도권에선 회와 튀김이, 부산권에선 수육, 샤브샤브 등이 인기가 많았다. 회와 탕, 백숙, 껍질무침, 불고기 등 다양한 조리법이 가능한 수산물이다. 육류나 조류에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탄력있는 육질이 일품인 만큼 회로 썰 땐 접시무늬가 비쳐보일 정도로 얇게 써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복어독은 소량으로도 치명적인 데다 구분이 불가능하므로 전문자격증을 취득한 요리사가 조리해야한다.

감수 = 강희웅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관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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