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졌지만 봄꽃 만개한 여의도나들이 어떠신가요[주말순삭]
도서관에선 북토크, 소통관에선 플리마켓
정인면옥 냉면 맛, 고방채의 다채로운 술
[파이낸셜뉴스] "지속가능한 소비, 축제를 이어가야합니다. 기후변화로 벚꽃이 예년보다 일찍 졌다는 게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17회를 맞은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 다시 봄'이 오는 주말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국회뒤편 일대에서 열립니다. 코로나 유행으로 마스크를 끼고 서로 멀어져야 했던 시간을 견딘만큼 올해 벚꽃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는 더 컸습니다. 관측이래 두번째로 빨리 핀 벚꽃 탓에 김이 새어버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축제를 준비한 사람들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축제도 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7일 벚꽃이 진자리에서 '기후 위기가 다가오는 시간을 늦춰야 한다'고 말하는 유혜현 지구랭 대표를 만났습니다. 지구를 구하는 랭킹이라는 뜻의 지구랭은 600벌의 청바지를 기부받아 모두 해체했습니다. '뉴진스 가방'으로 거듭난 친환경 제품을 봄꽃축제 아트마켓에 출품했습니다. 봄꽃 축제 곳곳에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담겼습니다. 윤리적 소비, 가치 소비 경향이 뚜렷한 2030세대가 불편하지 않도록 1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했습니다. 축제가 끝나면 쏟아지던 1회용 식기 대신 주황색 다회용 식기로 먹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기분 좋은 푸드마켓을 꾸몄습니다.
푸드마켓 한편에는 ‘발효문화대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전남 담양부터 경남 남해까지 전국에서 막걸리, 젓갈, 식초, 장류 등 발효 식품을 생산하는 장인들이 짐을 싸들고 왔습니다. 참치액을 생산하는 한라식품도 각종 액상 조미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정웅 한라식품 이사는 “봄꽃축제와 함께 발효대전이 열린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을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부스를 차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판매 목적보다는 홍보 목적이라며 이러한 행사가 더 많이 열러 소비자와의 접점이 늘어나야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라일락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국회도서관 앞 마당에서는 △지구불시착 △은유 △선유서가 등 작은 서점들이 모여 북마켓을 차렸습니다. 필사, 북커버 만들기 등의 체험 공간도 마련된만큼 가족단위 나들이객에게 제격입니다.
8일(토) 14시 이곳에서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와 '나는 오늘 혼자 바다에 갈 수 있어요'라는 시집을 낸 시인 육호수 북토크도 열립니다. 9일(일)에는 '청춘의 문장들', '세계의 끝 여자친구'로 이름을 알린 소설가 김연수가 같은 곳 같은 시간에 마이크를 잡습니다. 2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가수 김거지의 공연도 마련됐습니다.
평소 언론인과 민원인 그리고 정치인들로 붐비는 소통관 1층 외계인키친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국회사무처가 마련한 플리마켓이 열립니다. 농업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성과를 스타트업 등 민간에 이전해 농업의 미래를 바꿔나가는 농업기술진흥원이 기업과 소비자를 잇기 위해 차린 플리마켓 '잇다서점'에도 전국 곳곳에서 관계자들이 찾아옵니다. 안호근 원장은 "소비가 위축되면서 판로가 줄어들고 있는데 오늘 여기에 부스를 연 기업들이 시민들을 만나 모두 유티콘기업으로 커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봄꽃 만개한 여의도 일대를 돌아보다 배가 출출해졌다면 따뜻한 봄날에 제격인 평양냉면 한 그릇이 어떨까요? 여의도 노포를 상징하는 '정인면옥'은 변하지 않는 맛으로 미슐랭 빕구르밍에 선정됐습니다. 감칠맛 가득한 고기국물과 슴슴한 메밀면의 조화는 노포가 긴시간 살아남은 비결입니다. 육수를 더 달라고 하면 더 주니 원한다면 이야기해보세요. 고기보다 맛있는 두부가 듬뿍 담긴 만두를 한접시를 시켜 함께 먹으면 가히 일품입니다.
비교적 최근 인근에 문을 연 고방채 서여의도점은 다양한 주종이 매력입니다. 벨기에 맥주부터 품귀 위스키 발베니까지 '소맥'에 질려 새로운 술을 찾는다면 제격입니다. 조개, 굴비 요리의 비린 맛을 적절하게 살린데다 '콜키지'를 내면 와인을 사갈 수 있어 봄꽃을 즐기느라 노곤해진 저녁 장소로 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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